작은 우주 속에도 따돌림이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있다.
나의 경우 대부분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또래 남자친구들은 대부분 하는 게임도 즐겨하지 않는 재미없어 보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재미없는 사람이 아니라 ‘ 재미없어 보이는’이라고 표현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재밌는 사람이고 싶은 욕망과 실제로 그렇게 꽤나 재밌는 사람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여하튼 지인들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 멈추는 구간이 있다. 이 순간은 친밀도와는 무관하다. 물론 친밀도가 낮다면, 그런 순간들은 자주 찾아오겠지만.
그렇게 순간적으로 정적이 온 후에, 그 순간들이 순간이 아니라 연속한 시간이 되면, 대화의 집중도는 떨어지고, 나는 멍을 때리게 된다. 멍을 때린다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다.
우리는 보기에는 넋이 나간 듯 보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오히려 멍을 때리는 순간에 뇌의 특정영역이 활발해지고, 집중의 전조 증상으로도 보인다고 한다.
즉 멍 때린다는 것은 뇌가 꺼진 상태가 아니라 다른 모드로 뇌가 활성화된 상태라고 한다.
매우 신기한 일이다. 나는 멍 때리는 것에 원인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실은 망상에 가깝지만 말이다.
멍을 때리는 시간이 꽤 많은 사람이었기에, 이것에 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의 망상은 이렇다.
우리의 뇌에는 수많은 세포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세포들은 수많은 작은 계열사들이 모여 뇌라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다. 작은 계열사들을 뉴런이라고 불린다. 뇌에서 일하는 모든 세포들은 우리 신체의 어떠한 부분에서 일하는 세포들보다 빠르고, 일에 진심인 워크홀릭 세포들이다.
그들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은 유통회사의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다만 실제 물류창고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은 박스대신 생각을 나른다.
생각을 나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생각들이 잘 전달되어야 우리는 말도 하며, 행동도 하고, 혼자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작은 계열사인 뉴런들은 생각이란 상품들을 뇌라는 대기업의 부서에 알맞게 배송한다. 이 뉴런들이 옮기는 생각이라는 박스는 매우 약하고, 깨뜨리기 쉬운 이른바 취급주의상품이다. 그래서 뉴런들은 재빠르지만, 매우 조심히 생각들을 나른다.
뇌의 조그만 계열사들인 뉴런들이 일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외부자극이나 자체적으로 두목이라는 수상돌기(dendrite)가 신호를 받는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외주를 받거나, 내부적으로 명령을 받은 것을 접수하여 전달하는 것과 같다.
두목이 일을 받아서 접수처리하고, 소마라는 세포체(soma)에게 넘기면, 소마는 계산을 한다.
이른바 수량을 세고 얼마나 물량을 처리할 것인지 계산을 한다. 그러고 나면 수많은 생각의 물량들을 배송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A 씨라고 불리는 축삭돌기(axon)가 경광봉을 빼들고, 물건들을 빼라는 신호를 보낸다. A 씨는 이른바 신호수 겸 현장을 관리하는 직원이다.
그러고서는 좁은 틈 같은 통로인 시냅스라는 것을 말단직원들이 열심히 달려, 또 다른 뉴런으로 보내준다.
다른 뉴런들도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여, 계속해서 생각이라는 상품을 배송하여 전달하면, 마침내 대기업에 도착하여, 우리는 생각을 하고, 말을 하며. 행동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시냅스라는 통로가 너무 좁은 데다가, 발로 뛰는 말단직원들은 넘쳐나다 보니, 교통체증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말단 배송직원들끼리 사내따돌림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통로의 배송속도가 느려지는 교통체증현상이 일어나면, 단순히 생각과 행동이 느려진다.
이런 경우, 우리는 대화를 할 땐 ‘ 음…’ 이러면서 뜸을 들이거나, 행동을 할 땐 개인의 습관에 따라 머리를 긁적인다던지, 코를 만진다던지, 턱을 만지기도 한다. 그리고 혼자서 생각을 할 때 교통체증이 일어나면, 혼자서 머릿속으로 ‘ 뭐였더라? 뭐였더라? ’ 하며 되뇌는 것이다. 우리가 수면 중에 꿈을 꿨다가 기억이 안나는 것도, 시냅스통로에 교통이 혼잡하여 배송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경우에는 우리는 넋이 나가진 않는다.
문제는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이다. 어느 조직이든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작은 회사 단위인 뉴런에서도 예외는 없다. 일부분의 뉴런에는 특히 말단직원들 중에서는 따돌림을 당하는 직원들이 종종 있다. 따돌림을 당하는 직원을 멍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시냅스통로를 생각박스를 들고 열심히 뛰어가는 멍에게 발을 걸기도 하고, 때로는 단체로 멍을 때리기도 한다. 이때 우리의 불쌍한 멍은 생각박스가 깨질까 봐 박스를 꼭 끌어안는다.
대부분의 경우 멍은 그 박스를 지켜내고, 다시 생각배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때때로 불행히도 다른 배송직원들이 멍을 때리는 과정에서 생각박스는 깨지고 손상된다. 생각박스 안에 들어있는 상품인 ‘생각’은 손상되면 휘발성이 강해 깨지는 순간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진다. 깨진 생각은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럼 원래 도착하기로 한 생각이 기업에 도착하지 못하고, 그 배송루트는 일시적으로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때 사람인 우리가 멍을 때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직원들이 멍을 때려서 일시적으로 배송루트들은 깨끗해지고, 사람인 우리도 뇌의 특정 부분들을 활성화한다니,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나의 머릿속 직장 내 괴롭힘이 내 뇌에게 도움이 된다니…. 잔혹하다..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다.
단순하게 망상을 해왔던 것 치고는 꽤나 흥미를 가지고 상상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나의 상상에 나오는 인물들은 뉴런의 구조이기도 하다.
언젠가 뉴런에 대해 책을 읽다가 했던 상상 속 이야기이다. 나는 아직도 가끔 내가 넋이 나간 것처럼 멍을 때리고 나면, 미안한 마음에 속으로 멍을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