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비합법. 저는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즐겼던 것입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입니다. 이 세상의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두려웠고(그것에서는 한없는 강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구조가 불가해해서, 도저히 창문도 없고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그 방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바깥이 비합법의 바다라 해도 거기에 뛰어들어 헤엄치다 죽음에 이르는 편이 저한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 상처는 제가 아기였을 때부터 저절로 한쪽 정강이에 생긴 것이 크면서 치유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져 뼈에까지 닿아서 밤마다 겪는 고통은 변화무쌍한 지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퍽 기묘한 표현입니다만) 그 상처가 점차 혈육보다 더 정답게 느껴지고 그 통증은 상처의 살아 있는 감정, 사랑의 속삭임으로까지 느껴졌던 저라는 남자에게 예의 지하 운동 그룹의 분위기는 묘하게 맘이 놓이고 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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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에 이상하게 손목이 아프지 않으면, 어 이상하다 손목이 아프지 않네, 하게 된다. 아프지 않은 게 퍽 이상한 일인 것이다. 그러니까 아픈 게 이상한 건데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 되고 마는, 이상한 일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