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강의는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기반으로 합니다.
질보다 양
시간보다 횟수
최고의 사진은 어느 쪽에서 나왔을까요?
플로리다 대학교의 제리 율스만jerry uelsman교수는 영화 사진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양적 집단'과 '질적 집단'으로요.
양적 집단은 수업 마지막 날 제출하는 사진의 '양'으로만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100장 이상이면 A, 90장은 B, 이런 식으로요. (제가 대학 다닐 때도 그런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리포트를 제출하면 선풍기 앞에다 두고 가장 멀리 날아가는 것부터 차례로 낮은 점수를 매긴다는 소문이 있었더랬죠. 잘 지내시나 모르겠...)
질적 집단은 한 학기 동안 오직 한 장의 사진만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그 한 장의 완성도로 평가한다는 것이죠.
(눈치채셨겠지만) 최고의 사진은 양적 집단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최선the best은 선good의 적이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voltaire가 한 말입니다. 최고의 하나를 위해 고민만 하는 것보다 끊임없이 실행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최고를 위한 고민, 물론 필요하죠. 중요한 일입니다만, 실행하지 않으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이것이 동작motion과 실행action의 차이입니다. 비슷한 말 같지만, 다릅니다. 동작은 고민하고 계획하는 것, 실행은 실제 행동으로 옮겨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동작하고 있으면서 실행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완벽주의(라고 쓰고 '쓸고퀄'이라고 읽는), 나쁜 결과에 대한 불안, 비판에 대한 부담 등이 실행을 방해합니다. 대신 동작은 '내가 놀고앉아 있는 게 아니야'라는 안도감을 주죠.
실행하지 않으면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겁니다. 동작은 '미루기'의 일종일 뿐입니다. 실행해야 실패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 같잖은 소리냐고요? 실패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실행 - 실패 - 수정'의 반복이 성장의 선순환입니다. 양적 집단에서 최고의 사진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횟수입니다.
같은 행동을 꾸준히 반복하면 습관이 됩니다. 이를 '자동화'라고 합니다. 자동화는 의식하지 않아도 어떤 행동을 수행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습관 한계선 (jamesclear.com)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어떤 행동을 처음 시작할 때(A)는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차츰 익숙해지면(B) 조금 쉬워지지만 여전히 신경 써야 합니다. 꾸준히 반복하면(C) 비로소 습관이 됩니다.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게 되는 습관 한계선을 넘으려면 반복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즉, 습관은 반복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얼마나 오래 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반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하기 쉽게
만들기
내가 게으른 게 아니라 '뇌'가 게으른 거예요.
뇌는 가급적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최소 노력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거죠. 우리 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덜 수고로운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지금 정원에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림 같이 푸르른 잔디로 덮여 있는 근사한 정원입니다. 아이들이 뛰놀고, 당신은 호스 끝을 잡고 물을 주고 있습니다. 근데 물이 갑자기 쫄쫄쫄 나옵니다. 호스를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호스 중간이 꺾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랬나 봅니다. 이때 당신은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정원 구석까지 가서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세게 튼다.
호스의 꺾인 부분을 편다.
말할 것도 없죠, 뭐.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습관(예, 하루에 10장 쓰기)을 억지로 하기 위해서 동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할 수 있다. 이 정도도 못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아자 아자 파이팅!)은, 꺾인 호스를 그대로 두고 물을 세게 트는 것과 같습니다. 물은 조금 더 나오겠지만, 힘들고 늘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하기 쉽게 만들면 됩니다. 그저 호스를 펴면 되는 겁니다. 습관을 방해하는 마찰과 맞서 싸우지 말고 마찰을 줄이면 됩니다. 해야 할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되는 것이죠.
운동: 운동복, 신발, 가방, 물병 등을 미리 준비해 두기. 회사 앞이나 집 앞에 있는 체육관에 등록하기. 일단 매일 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등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것들(간식거리, 먹방, 저녁 약속, 남편 등) 없애기. 과일, 채소 등은 바로 먹을 수 있게 미리 잘라서 소분해 두기 등
집중: 스마트폰 알림 끄고 가방이나 서랍에 넣어두기. 집중할 수 있는 장소로 가기 등
습관은 쉽고 사소한 '시작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시작이 어렵고 지나치게 특별하면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습관의 시작은 가능한 쉽고 사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자는 '2분 규칙'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름 그대로 2분 안에 할 수 있는 일로 만들라는 겁니다.
매일 저녁 책을 읽어야지. → 매일 한 페이지를 읽어야지.
매일 요가를 해야지. → 매일 요가 매트를 깔아야지.
매일 아침 5킬로미터를 뛰어야지. → 매일 아침 운동화를 신고 나가야지.
해 보면 아시겠지만 진짜 한 페이지만 읽고 마는 게 아닙니다. 읽다 보면 열 페이지도 금방이죠. 설마 요가 매트만 깔고 말겠어요? 요가를 하게 됩니다. 일단 운동복 입고 운동화 신고 나가면 '운동하는 사람'으로 정체성이 바뀌게 되죠. 그럼 자연히 뛰게 됩니다.
2분 이내의 쉽고 사소한 행동이 좋은 습관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거죠. 그래서 '습관 관문'이라고도 부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그다음은 자동입니다. 일단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관건입니다.
습관 관문은 고속도로 진입로와 같습니다.
하는 것만큼 멈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쉽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죠. '하루에 한 문장을 써야지' 하고 며칠간 잘 실천했습니다. 어떤 날은 몇 장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너무 힘든 거예요. 그냥 '일'처럼 느껴지는 거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멈추어야 합니다. 힘든 일로 느껴지는 순간 멈추어야 습관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할 때 거기서 멈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기 어렵게
만들기
1830년 여름, 빅토르 위고는 출판사로부터 독촉 편지를 받았습니다. 6개월 안에 새 책의 원고를 보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기괴한 일을 벌입니다. 옷을 몽땅 옷장 안에 넣고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조수에게 열쇠를 보관하게 했습니다. 위고는 커다란 숄 하나만 걸치고 있었습니다. 입고 나갈 옷이 없어지자 그는 가을 겨울 내내 글만 썼습니다. 그 결과 마감일보다 2주나 먼저 새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파리의 노트르담 notre-dame de paris"을 말입니다.
나쁜 습관은 하기 어렵게 만들면 됩니다.
하고 싶어도 못하게 만들면 더욱 좋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나가 노는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 옷장을 잠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처럼 어떤 행동을 통제하는 선택을 하는 것을 '이행 장치commitment device'라고 합니다.
우리도 손쉽게 이행 장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과식: 대량 포장 대신 소량 낱개 포장된 음식 구매
도박: 카지노나 온라인 포커 사이트를 접근 차단 리스트에 추가
SNS: 스마트폰에서 SNS 애플리케이션 삭제, PC로만 접속, 자동 로그인 해제
TV 시청: TV 리모컨을 서랍에 넣어 두기, 코드 뽑기
스마트폰 중독: 화면 잠금 비밀번호 설정하기, 모든 알림 해제, 가방에 넣기
핵심은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귀찮고 성가시게 만드는 것입니다. 실행에 옮기기까지 마찰을 늘리는 것입니다. 나쁜 습관으로 들어가는 단계를 최대한 늘려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도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행 장치를 이용합니다. 홈 화면에는 단 한 가지 애플리케이션만 남기고 모두 숨기거나 지웠습니다. 바로 '브런치' 애플리케이션입니다(담당자 님... 그냥 한 번 불러 봤습니다, 뭐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