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서, 세미나에 참석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아, 스마트폰 배터리가 18%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필이면) 18%. 집까지는 1시간 20분은 가야 했습니다. 막막했습니다. 그 먼 길을 혼자, 그 무료함을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견뎌내지 하는 걱정에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그다음 일은 그다음에 생각하자, 일단 유튜브를 열었습니다. 20세 이하 월드컵 준결승전 하이라이트를 보았습니다(아침에 이미 보았지만, 요런 건 여러 번 봐줘야 하는). 눈부신 이강인과 찬란한 이광연, 좋더군요. 7%! 화면이 어두워지고 더 이상 스마트폰을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절전모드로 바꾸고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가방 안에 책이 있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읽고 싶어 사서 좀 읽다가 잊었던' 바로 그 책(대부분 그러시죠? 저만 그런 거 아니지요?). 오는 내내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하철 안의 소음도 전혀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집중에 도움이 되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금방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습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쁜 습관을 깨부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무의미하게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을 버리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보게 만드는 '신호'를 차단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이 보이거나 들리거나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습관은 '신호 - 열망 - 반응 - 보상'의 반복으로 형성됩니다. 그중 1 단계인 '신호'를 차단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해 습관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그럼에도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지요. '열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반응)을 하게 만드는 동기(열망)는 지루함을 없애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나쁜 습관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동일한 열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른 (좋은)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독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듯,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호'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려면, 책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도 좋지만 더 확실한 방법은 손에 들고 다니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켜는 것보다 책을 보는 행동이 더 쉬워야, 독서가 습관이 됩니다.
이제 '의식적으로' 반복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을 보면 무료함을 달래주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게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의 '보상'이지요. 독서에서 동일한, 더 나은(무언가 더 유익한 일을 했다는 뿌듯함 같은) '보상'을 얻는다면 반 이상 성공입니다. 이 매력적인 '보상'을 받은 경험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반복한다면, 지루하고 무료한 순간 스마트폰이 아니라 책을 집어 드는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반복하면 그것이 '시스템'으로 굳어집니다. 결국 습관은 일상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음먹기'만 너무 하다 보면 마음이 체합니다. 마음이 체하면 뇌가 거부합니다.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좋은 습관을 들이지 못하는 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그게 오히려 정상에 가깝지요, 누구나 그렇습니다). 당신 탓이 아닙니다. 그런 환경이,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스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