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온라인 결혼식 UX관점으로 바라보기
언니 나 결혼해!
미국에 사는 사촌동생이 결혼한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어마 무시한 전염병으로 인해 오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우리는 코로나를 곧 사라질 전염병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동생커플을 축하하기 위해 8월에는 미국으로 날아갈 생각에 내 마음은 여전히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상황은 갈수록 더 심각해졌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많은 나라의 국경 문이 닫히고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됐다. 올해 초 한국 정부는 50명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고, 오랫동안 결혼식을 준비한 예비신랑 신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미뤄야만 했다. 미국에 사는 동생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결혼식을 강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생은 미국과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그래서 동생이 선택한 해결책은 라이브 스트리밍이었다.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청중에게 방송하는 형태의 서비스다. 우리는 유튜브 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같은 소셜 미디어 채널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코로나로 주목받는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도 있다. 우리는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한 세대다. 결혼식도 아티스트(신랑 신부)와 청중(하객)이 소통하는 하나의 공연으로 바꿔서 바라본다면 온라인 결혼식도 기존 결혼식의 충분한 보완재이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결혼식 라이브 서비스를 도입하는 결혼식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인 동생 커플은 이 많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중 무엇을 선택했을까?
미국 현지에서 결혼하는 동생커플은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해결책으로 **LOVECAST(러브 캐스트)**라는 서비스를 선택했다. 국제결혼을 하거나 외국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커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결혼식 전용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한다. 이미 다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서비스만의 차별점이 있을까 궁금했다.
우선 이 서비스에 받은 내 첫인상은 '안심' 그리고 '편리함'이었다. 신랑 신부는 인원 제한 걱정 없이 결혼식이 생중계되는 온라인 공간으로 하객들을 초대할 수 있었다. 초대받은 하객들은 까다로운 설치 과정 없이 링크 하나면 결혼식을 시청할 수 있고 동시에 채팅창에서 소통도 가능했다.
미국 현지 서비스답게 미국 결혼식 문화를 반영해 서비스를 디자인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는 결혼식 본식이 끝난 후 따로 피로연 파티를 열어 밤새 춤추고 마시며 축하하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를 반영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제하면 24시간 동안 제한 없이 영상을 녹화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결혼식 행진 때 쌀을 던지는 문화를 반영해 가상 쌀 던지기(Virtual rice toss)와 신랑 신부에게 선물 보내기(Gift Registry)도 기술로 해결했다. 마치 우리나라 결혼식 폐백에서 대추나 밤을 던지는 행위와 축의금을 내는 문화와 결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결혼식에 참석하는 신랑 신부와 하객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 결혼식만을 위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디자인했다는 점이 타 서비스와 다른 차별점이었다. 그것이 미국에 사는 M세대 커플에게 선택받은 이유 같았다. (참고로 저는 러브 캐스트와 무관합니다. 뒷 광고도 아닙니다ㅎㅎ)
코로나 덕분(?)에 난생처음 참여해본 온라인 결혼식은 나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언택트 시대,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고 증가할 것이다. 그중 한국 결혼식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국 결혼식을 비대면 서비스로 옮겨온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 디자인하면 좋을까? 이번 기회에 온라인 결혼식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기획자의 눈으로 자세히 관찰하고 인사이트를 정리하고 싶었다. 내 개인의 여정을 고객의 여정으로 그려보기 위해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 방식을 사용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미국 온라인 결혼식 서비스(러브 캐스트)를 사용한 여정을 4단계 나누고 각 단계별로 무엇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간단히 정리해봤다.
결혼식이 생중계되는 서비스 링크를 미리 받았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결혼식 시작 알림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국 현지 시간으로 몇 시에 정확히 식이 시작되는지 확인 가능했다. (미국 현지 시간 일요일 4시 30분 → 한국 현지 시간 월요일 오전 6시 30분) 시간을 확인하니 한숨이 저절로 났다. 월요일 오전 6시에는 꼭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 6시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쌍방향 라이브가 아니기에 잠옷 차림의 편안한 옷을 입고 이불을 둘둘 말은 채로 침대 위에서 예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라이브 영상 호스트로 지정된 친구가 식의 상황을 채팅창으로 알려왔다. 결혼식이 20분 정도 늦어짐을 채팅으로 알리는 동안 나를 포함한 하객들은 스크린 앞에 대기하며 채팅창에 신랑 신부에게 축하 메시지를 날렸다. 다른 하객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메시지를 읽으니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야외 결혼식장에 가족과 신랑 신부가 입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껴졌다. 스크린 너머의 가족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결혼식 입장에서 퇴장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렸다.
*페인 포인트
결혼식 화면을 너무 멀리서 잡아 스크린 너머의 표정들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주례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대충 식의 순서를 짐작해야 했다.
결혼식 퇴장 후 몇 분뒤 라이브 영상 호스트가 라이브 종료를 알렸다. 그리고 몇 초뒤 결혼식 중계 영상이 사이트에 저장되어 결혼식 다시 보기를 재생해볼 수 있었다. 1년 동안 언제든지 영상을 볼 수 있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서비스 안내사항이 보였다.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할머니를 위해 영상을 다운로드하여 집에서 TV로 볼 수 있게 해 드리면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인 포인트
채팅창에서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지만 쌍방향으로 얼굴을 직접 마주 보며 소통할 수 없는 점과 신랑 신부와 사진을 남길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앞에서 고객 여정 지도 방식으로 간단히 정리해 얻은 온라인 결혼식 서비스 인사이트를 4가지 포인트로 나눠봤다. 그리고 한국 결혼식 문화를 온라인으로 옮겨온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보면 좋을지 생각해 본 점을 나누고자 한다.
결혼식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다. 특히 모바일 사용이 익숙지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고령의 어른들에게는 결혼식을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에 까다롭고 번거로운 설치 과정이나 가입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접속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리 초대받은 하객들이 온라인에 정시 접속 가능하도록 알림 문자/이메일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 실시간으로 참여하지 못한 하객들을 배려해 결혼식 다시 보기 서비스와 외국인 하객을 위한 자동번역 서비스도 고려하면 좋겠다.
기존 결혼식 문화를 온라인으로 모두 해결하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축의금’**일 것이다. 하객의 입장에서 축의금을 계좌로 달랑 보내기에 자칫 성의 없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전달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정성과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UXUI를 고려한 온라인 축의금 봉투 기능이 쓰이면 좋겠다. 온라인 송금 봉투 기능하면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는 카카오페이가 떠오를 것이다. 카카오페이 측에 따르면, 2018년 8월 도입 이후 ‘축 결혼’ 봉투의 사용량이 최근 30%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능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대면 결혼식의 특성상 신랑 신부가 하객에게 식사대접을 할 수 없는 대신 답례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필요할 것이다. 그 외에 폐백 문화도 많이 안 하는 추세지만 가상으로 대추와 밤을 던지는 서비스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이 빠지면 아쉬운 게 결혼식이다. 줌과 같은 쌍방향 화상채팅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온라인에 접속한 하객들과 함께 단체컷을 찍어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AR기술을 활용해보는 것이다. 하객들이 AR 앱을 실행하면 신랑 신부 3D 이미지가 화면에 떠오르고 함께 셀카를 찍는 것으로 결혼식 사진을 대체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결혼식도 리허설을 하지만 특히 변수가 많은 온라인 결혼식은 더 많은 리허설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3명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 번째로 리허설부터 결혼식이 종료되기 전까지 모든 과정을 도와주는 온라인 결혼식 담당 매니저이다. 특히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도록 환경을 세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영상 프로듀서이다. 다양한 앵글에서 어떻게 결혼식을 보여줄 것인가 사전에 동선을 마치 공연처럼 기획해야 한다. 세 번째로 영상 호스트이다. 기존 결혼식의 사회자의 역할과 비슷하다. 신랑 신부의 친구가 그 역할을 맡아 온라인 결혼식에 접속한 하객들에게 식의 상황과 내용을 안내하는 것이다.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온라인 결혼식에 대한 나의 한줄평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결혼식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과 감정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온라인 결혼식은 감동도 눈물도 없는 모두에게 불편한 경험일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타지에 사는 나의 가족과 동생커플이 행진하는 장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찔끔 났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스크린으로나마 참여하며 그들의 증인이 될 수 있음에,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만들어 준 기술과 서비스에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항상 아쉬웠었다. 외국에서 결혼하는 친구들의 결혼식을 참석하고 싶었지만 시간과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음으로만 축하해 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장에 직접 못 가지만 동시간대에 라이브로 참여하는 방법으로도 결혼식 축제 분위기를 함께 느끼며 자리를 빛낼 수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 나처럼 온라인 결혼식을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 온라인 결혼식에 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기존 결혼식에 참석하면 아는 분들과 인사 나누느라 신랑 신부 서약서 낭독이나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온라인 결혼식에 참여해보니 신랑 신부가 읽는 서약서 내용이 잘 들리고 둘의 시선이 자세히 보이니 예식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감동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데 진짜 카페 한구석에서 보다가 눈물 훔치느라 혼났어요.
앞으로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온라인 결혼식 도입은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기존 결혼식 규모를 축소하고 온라인 생중계를 함께 제공하거나, 아예 온라인 결혼식만을 기획하는 사례들도 더 많이 생겨날 것 같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르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결혼 문화의 허례허식을 줄이고 약소화하는 결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온라인 결혼식도 앞으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이 주 무대였던 공연, 강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오고 있다. 지난 일 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제법 익숙해진 온라인 행사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색하진 않다. 코로나로 플랫폼의 일상화가 강제로 5년 10년 더 빨리 앞당겨지게 되었다. 코로나가 사라져도 온라인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겨올 때 어떤 부분들을 고려해야 할지 찐하게 체험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올해는 코로나로 동생커플이 결혼식을 아주 간소하게 치렀고 피로연 파티는 2021년 8월로 연기한 상황이다. 내년에도 거의 똑같은 상황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2020년 12월이다. 예감이 맞다면 1년 뒤에는 온라인 피로연 파티 경험도 공유해보겠다. (제발 그럴 일이 없기를.. �)
THIS.는 Do Something Meaningful이라는 슬로건으로 의미 있는 디자인 활동을 하는 디자인 커뮤니티입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비핸스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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