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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Feb 10. 2020

읽고 쓰는 즐거움을 잃다

마흔의 아쉬움

"요즘은 무슨 책을 읽어?"

이런 질문이 점점 흔치 않아지는 시대가 되었지만, 절친한 지인들과는 종종 하던 질문이었다. 질문의 전제는 당연히 언제나 책을 읽는 것.


마흔, 마흔 하나 2018년, 2019년.

내가 살아온 날들 중에서 가장 어두웠던 두 해가 지나면서 나는 많이 변했다. 좋게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아쉽게 변해버린 부분도 있다. 그중 가장 아쉬운 게 읽고 쓰는 즐거움을 잃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전자책이 나오고 좋은 디바이스가 생겨나도 책은 역시 넘기며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가방에 꼭 챙겨녛고, 출퇴근 길에 그리고 짬을 내서, 너무 재밌어서 잠 자기가 아쉬울 정도라 아이를 재우고 그 아까운 워킹맘의 밤잠 시간을 쪼개어 읽었다. 그런데... 이것이 내게 지금 없다.


읽지 않으니 쓰지도 못 하는 것 같다. 2019년 초반에는 일부러 쓰지 않으려고도 했다. 개인사는 꼬여버린 실타래와 같고 몸과 마음이 온전치 않았으니 뭔가를 적는 것도 가뜩이나 피곤한 하루를 곱씹는 것과 같이 피로했고, 머리가 복잡하니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았고 뭔가 새롭게 들어오는 것도 없어서 쓴다고 해도 고인물을 휘젓는 것 같아 내 글이 내가 맘에 안 들었다. 


그렇게 1-2년이 지나니 읽고 쓰는 재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 점점 기운도 차리려고 하는데도 

내려놓는 습관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읽고 쓰는 즐거움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보니..

나의 진심 어린 흥미를 끄는 읽을거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요즘의 책들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단편적이고 감정적 또는 감성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해도 된다. 출판업도 결국은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안 팔리는 책은 안 만들게 되고, 독자층은 과도한 디지털 콘텐츠 소비로 활자 난독증이 되어가 책을 안 읽거나, 그나마 아직 책을 읽는 독자층은 지쳤거나 무기력하거나 해서 뭔가 마음을 만져주는 책들만을 찾는 것 같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뭔가 코믹하거나 우울증 걸린 것 같은 책들만 잔뜩 진열되어있는 느낌이다.


이제야... 진정으로 삶을 조금 이해할 것 같은 눈이 생겼고

진리의 탐구에 대한 호기심도 자랐는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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