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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Feb 13. 2020

마흔이 되기까지 일을 통해 배운 것들

일도 배웠지만, 일을 통해서도 배웠다.

일은 참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의 나를 대변하는 정체성

하루의 반 이상을 시간을 쏟는 곳 (잠자는 시간 제외)

생활을 보장해주는 수입원

성취와 보람이 종종 따라오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투쟁해야 하는 대상

사랑하지만 그래서 떠나고 싶기도 한 애증관계

잘하려고 하면 더 안 되다가 조금 내려놓고 묵묵히 하고 있으면 다시 내 곁에 붙어 있는 나쁜 애인 같은 존재


내가 마케팅을 해온 지 17년 차로 접어들었다. 17년 동안 마케팅 분야가 변화해온 만큼, 일에 대한 나의 생각도 진화해왔다. 다행히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내 적성과 소질에 잘 맞았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이 좋아 사람, 현상, 대상, 브랜드들을 관찰하며 왜 저럴까, 어떻게 저럴까를 습관처럼 생각한다. 같은 현상에도 사람들이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것도 참 신기하고 왜 그런지가 늘 궁금하다. 그래서 늘, 언제나, 변함없이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지만 - 이건 모든 직장인들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일 테고- 대부분의 시간은 내가 하는 일이 즐거웠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기획하고 실행,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트렌드를 캐치하거나 트렌드 자체를 만들어 내는 일, 타겟층과 좀 더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 등. 일 자체를 통해서도 배우고 성장했지만 일을 통해 나 스스로를 조금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새로운 기획의 주제를 캐치해내는 인사이트, 사람과 대상을 보는 안목도 많이 컸다. 이 안목이 요즘은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 심지어 쌍둥이도 다른 성격이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마케팅이 타깃 대상을 유형화하지만 같은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는 모두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아주 재밌다. 특히 그/그녀가 사용하는 어휘, 말투 (Tone & Manner), 자주 사용하는 표현 등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 사람을 조금 더 알 수가 있다. 조금 더 알 수 있으니 이해하기도, 그 사람과 어울리는 법도, 거리를 두는 방법도 조금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국민연금에서 날아오는 현재까지의 납부내역을 보면 놀란다. 이렇게 많은 돈을 내었던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일했던가, 그리고 돌이켜보면 이 시간이 쌓이는 동안 일을 하면서 월급도 받았기에 이 연금을 낼 수 있었고, 이 연금을 내는 동안 일 안팎에서 배운 것들도,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를 키운 것들도 많았구나 싶다. 이 연금을 타는 날까지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관찰하고 배우고 성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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