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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Feb 24. 2020

오래된 가수

가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의 이야기라고 느낀다

조규찬의 신곡 '오래된 가수'를 듣는다. 조규찬은 내가 좋아하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가수이자 뮤지션이고 한 때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도 챙겨 들었는데, 앨범이 나오면 꼭 CD로 사서 들었던 기억도 난다. (물론 이러한 기억도, 샀던 CD들도 이제는 시간의 흐름과 나의 삶의 공간이 바다 건넜다 다시 왔다, 개인사의 이슈로 휘몰아치면서 어디 선다 흘려버린 것 같다.) 사는 게 바쁘기도 했고, 허무해서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었던 시간들이 흘러 어느덧 누가 신곡을 내는지도 관심 두지 못(안)하게 되는 시간을 살다가 만나는 그의 신곡.




오래된 가수

조규찬

old singer


이제는 꿈의 시효도 끝난 

이제는 현실에 맹종하는 

잊힘에 익숙한 생활인이 된 나는 오래된 가수 

한 때는 새 노래를 내놓으면 한 때는 인터뷰 제의도 들어오곤 했던 나였지 

그땐 그게 당연한 일이라 여겼어 이젠 모두 다 지난 일 

이제는 어쩌다 고작 별 네 개짜리의 가수가 됐느냐는 동정 어린 댓글을 받는 

난 지워져 사라져 가

내 새 노랜 품평받는 흔하디 흔한 기호품일 뿐이라는 그 엄연한 현실에 

고갤 떨구는 일만이 어렵사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일임을 꾹 삼키는 일 


요새 난 자주 고민에 빠져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된 것 아니냐고 자문하곤 해 

가수 생명은 이제 끝나지 않았냐고 더 버티면 버틸수록 더 초라할 뿐 

사랑받기엔 너무 말라버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꽃잎도 잎사귀도 없는 

난 지워져 사라져 가 내 새 노랜 품평받는 흔하디 흔한 기호품일 뿐이라는

그 엄연한 현실에 고갤 떨구는 일만이 어렵사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일임을 꾹 삼키는 일 


그럼에도 이런 내 노래를 들어주는 그대여 고마워요 고마워요




조용히.. 눈물이 고였다.

가수의 이야기이지만, 이건 인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검색해봤다 조규찬은 올해로 50세가 되었다.

천재라고도 불린, 그도 중년의 사내가 되었고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어쩜 높이 떠오르지도 못하고 져버린 수많은 별이 있고,

피기도 전에 시든 꽃들이 많으니

그만큼의 명성을 누린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배부른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나는 과거의 성공을 했던 아니든, 피었던 높이 올랐던 아니든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이런 생각이 드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이 마흔을 쓰고 있는 나.

아직 중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나이로 마흔둘, 만 나이로 마흔.

내게도 언젠가 (곧) 이런 생각이 드는 날들도 찾아오겠지.


그런 날이 오면 오십을 생각해보는 마흔의 생각이 그러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런 날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에 맞는 삶을 또 살아내고, 그에 맞는 도전을 하겠다고 다짐해둔다.


오래된 가수를 무한반복으로 듣고 멜론에 댓글을 남겼다 (멜론에 댓글 남기는 처음)

"오래되었기에 더욱 소중한 가수입니다. 오래오래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규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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