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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Mar 09. 2020

마흔, 꼰대 입문

마흔, 쿨해지거나 꼰대 101을 시작하거나

요즘나이 마흔은 그렇게 대단한 나이가 아님은 확실하다. 요즘나이 마흔을 시작하면서 여러 번 브런치에도 강조했었지만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그저 인생의 반도 못(안) 산 시점. 커리어는 몇 개 이상이 필요하고 마흔까지 살았어도 앞으로 그로부터 최소 1.5배는 기본으로 더 살아야 할 아직까지는 인생 초반(?)의 나이이다.


그러나 환경은 변해가지만 마흔의 속도는 변화하는 환경만큼 빠르지는 못 한지라  이전 세대가 거쳐온 것을 답습하는 것이 바로 마흔부터 꼰대에 입문하게 되는 것이다.

어쩜 꼰대력은 마흔부터 시작하여 그 이후부터 쑥쑥 자라 일정 나이가 되면 표정과 포즈에서부터 왕꼰대 포스와 아우라를 풍기게 되는 것일지도. 남자라면 표정부터(뭔가 참으로 썩소로 단장한 거무튀튀한) 또는 포즈부터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상체는 앞으로, 목은 뻣뻣하게, 담배를 물 때에는 뭔가 찔러 넣은 듯한 사선을 드러내고, 마치 나는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는 듯 반말은 기본, 거기에 언어폭력은 덤. 여자라면 얼굴에 뭔가 짜증과 분노가 잘 밍글 되어 있는, 말은 짧고 너는 어려서 그런 것 같은데 내가 한수 알려주겠다는 듯한 오지랖,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보다 더 보이는 것이 괜찮아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바로 엎드리는 비굴함. 이 모든 것은 마흔에 꼰대에 입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오는 세상은 지났다. 이제는 어른(?) 아니 노인이 젊은이들로부터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그러니 마흔에 꼰대에 입문하면 벼락 맞지 않고는 앞으로 최소 6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인생에서 그저 스스로 외로워지거나 혼자 버럭 거리는 추한 늙은이가 될 숏컷으로 가는 로켓에 올라타는 셈이다.


"요즘 것들 버릇없어"라며 못 마땅한 시선으로 신입사원을 바라보기 전에, 우리와 다른 세상에서 좀 더 힘든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후배들이 왜 저런 가치관을 가졌을까, 왜 더 빨리 의사결정을 하고 (또는 해버리고), 저렇게 행동하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본인의 성찰을 위해서든 상대를 위해서든 (둘 다이든) 도움이 된다. 이제 백세는 기본으로 살아야 할 시대에 마흔에 꼰대 입문을 하면 그 삶은 그저 외로워질 뿐이다. 차라리 쿨해져야 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현상,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대놓고 꼰대력을 상승시키기보다 차라리 쿨하게 물어보는 게 낫다. 왜 그런지? 뭐가 다른지?? 우리가 살아갈 날들은 안타까울 정도로 길다. 저 후배들에게 배울 점도 많다. 저 후배들이 내 위로 올라갈 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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