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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Jun 14. 2020

나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무기력과 허무주의를 관통하고 있는 중

성가시거나 무거운 일이 눈앞에 나타나면 피해 가고 싶다.

그리고 다시 허무주의 포스가 말한다

'저걸 해내기도 쉽지 않겠지만, 해낸 들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


그러나 나는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내게 맞는 목표를 잡되 그것이 지나치게 낮지도, 턱없이 높지도 않아서

나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넘어져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일어나기 전에 넘어진 그곳에 두 손 놓고 앉아있더라도

아득한 순간 뒤에 불어오는 바람, 햇살을 느끼며 잠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며

그 시기에 맞는 나만의 의미와 삶의 이유를 재정의했으면 좋겠다.

내가 내게 친절했으면 좋겠다.


이제 날렵하지도 튼튼하지도 않은 몸이

둔하고 관절이 쑤셔와도

이 나이 먹었으니 이 몸인 것이지라고 무조건 받아들이지도

그렇다고 다시 어린 날로 돌아가겠다며 무리를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포기하지 않듯이

그렇게 애쓰며 살아가는 나 스스로를

나는 내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내게는 내 슬픔이 가장 크고, 내가 가진 아픔이 가장 독하지만

매일 아린 마음, 고독한 마음, 버려진 마음

검은 감정들이 내게 휘몰아쳐오고 있을 때에도

나는 내가 그 검은감정의 우물에서 익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은 혼자 사는 길.

함께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결국 나는 내가 지켜야 하는 존재.

그러니 누군가에 기대에 부질없는 감정 더부살이를 하지도

누군가를 내게 기대게 하여 능력 이상의 감정을 등에 업지도 않았으면 한다.

그저 나는 나만이 지키는 것이라고

그러니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직 포기한 것이 없다고.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의미 있는 곳에만 나누어 놓으며

그 이외의 스쳐가는 소음과 의미 없는 관계에 휩싸이지 않으며

나만의 기준과 속도로

가끔은 억울한 마음이 들어도

가끔은 횡재한 마음이 들어도

너무 상심하지도

너무 우쭐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나는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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