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건강

부쩍 지치네... 감기도 자주 걸리는 것 같고.. 마흔즈음에 아프대

by Gino

나는 보기와 달리 잔병치레가 잦다. 보기에는 키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평생 안 아플 것 같이 생겼으나 11월을 감기없이 그냥 넘겨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마흔을 불과 한달 여 앞둔 올해의 11월의 감기도 그냥 그려려니 또 감기가 올 때가 되었거니 했다. 그런데 감기가 10여일이 지나도 낫질 않는다. 아무리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고대로이다. 감기로 체력이 부쩍 떨어지고 급변한 날씨까지 출퇴근을 하는 것도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것도 너무나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 앓아누웠다. 앓아누워있을 여유도 많지 않은데... 내 나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쁠 나이가 아닌가? 직장에서는 위아래 눈치를 두루 봐야하는 중간관리자 집에서는 아이를 돌봐야하는 부모이다. 누워있을 시간도 없다. 결국 감기가 심히 악화되어서 더 이상 나을 기미가 안 보일즈음 수액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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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이 보다 더한 일이 있었다. 일년에 한번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 검진은 시작도 하기 전 탈의실에 옷 갈아입는 중에 어지럽다 싶은 것이 이명이 들리면서 잠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던 모양이다.



"괜찮으세요?"하고 직원이 일으켜 세웠을 때 '여기 어디지?'하는 생각과 정신을 잃기 잠깐 전에 아직 완성하지 못한 3시 미팅자료를 걱정하던 기억이 동시에 났다. 넘어지면서 얼굴을 바닥에 부딪혀서 이마에 조금 상처가 났고, 얼굴 몇 군데가 울긋불긋 혹이 났지만 다행이 건강검진센터라 베드에서 조금 누워있고 나니 힘은 없어도 말하고 움직이는 데에는 무리가 없겠다 싶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다행이 상황이 종료되었지만 연락할 사람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면 가족 누구에게든 연락을 했겠지만 가족이 있어도 이런 애매한 상황에 전화기를 쳐다보아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날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회사를 안 가자니, 아직 덜 아픈지 정신을 못 차린 건지 지지난 주에도 감기로 수액 맞고 sick leave를 썼는데 또 그러겠노라 자신이 없어 카페에 앉아 다시 회의자료 준비하다 예정대로 회의하고 또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병원에서 공복이 길어서 그랬나 보다 했는데 사실 그 전날 저녁 8시까지 저녁을 먹었기에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마 스트레스가 많아서 이거나 기립성저협압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살짝 눈물도 났으나 아마 이 김에 건강검진 꼼꼼하게 잘 받으라는 뜻으로 여기고 다음 일정으로 연기해 두었다.

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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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나이가 되었다고 선배들은 이야기 한다.

"마흔 전후에 한번씩들 다 혹독히 아파. 그 나이를 그냥 넘기는 사람을 못 봤어. 아플 나이야. 마흔병이라고 생각해 두고 건강 끔찍하게 챙겨"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나는 이런 게 어렵다. 내 스스로 나 아파요 라고 떠들고 다니는 거 그런 거 잘 못 한다. 그리고 어쩌면 아이가 갑자기 아픈 날 아이수발을 위한 여유정도는 남겨둬야 하는데 워킹맘으로서 내가 어느정도 아파야 아프다고 말을 하고 또 어느정도는 그냥 아무일 없는 척 버터줘야할까 그게어렵다.


그리고 사실 몸보다 마음이 좀 더 아팠다. 뭐랄까... 그러나 이 감정을 그대로 상황에 실으면 줄줄 울면서 자기연민에 빠질테고 그렇다고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넘기기에는 욱신거리는 혹들이 '너 별로 안 괜찮잖아~'라고 말하는 듯 했다. 적당히 이렇게 풀고 결국 건강을 잘 챙기라는, 내가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없다는 교훈으로 상황 정리하고 어쩌면 길바닥이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정신을 잃었을뻔한 것보다는 다행이라 여기며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 짓지만 뭔가 말로 이 곳에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뒹굴다 바닥에 눌러 붙어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등바등 뭔가 악착같이 사는 거....늘 무리하게 살고 많은 스트레스를 담고 사는 거. 도전이야 하지만 늘 2%부족해서 되지 않는 거. 성실히 살아온 인생이라 자부하지만 그래서 마흔을 앞둔 내 몸과 마음이 다 아파오는 것만 같다.


마흔... 아플 나이라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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