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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Aug 12. 2020

현실 VS 이상

거창하지 않더라도

요즘 내가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30대까지는 대단한 이상을 꿈꾸며 그에 비에 매우 작은 나 스스로를 한탄하며 이것이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도 했었다. 그 시절 대부분은 커리어, 자산의 증식, 해외로의 relocation의 기회 등이 이상이었고 현실은 on the way였다. 좌절하기 보다는 자극이 되었고 또 그 나름의 결과도 많들었었다.


지금 42세. 내가 일상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30대에 꿈꾸던 것들이 어느정도 현실로 이루어졌으나 (오해는 마시길, 나는 임원도 아니고, 대단한 사업가도 아니며, 대단한 자산도 없다, 해외로의 relocation도 했었으나 지금은 뭐 그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이었나 싶다) 이루고나니 그 위를 향해 가는 것은 피곤하고 의지도 없고, 될 것 같지도 않은, 하고 싶지도 않은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가는 것도 같다. 


그러다보니 다시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이건 긍정적인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싶었으나 현실은 편의점 라면인 것이 20, 30대의 삶이었다면 지금은 먹어봤지만 그 또한 별 것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서인지 (물론 어떤 방식으로든 그 욕망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다소 배부른 소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긴.. 안다)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로 나는 물론 온 지구인의 삶이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일상에 대한 감사... 


그러다가 일상을 돌아본다. 집에 오래 있으니 오랫동안 정리 안 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번도 닦지 않은 책상 뒷켠이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골동품수준의 집안 물건도 좀 정리를 해야겠다 싶지만 이내... 이 또한 해서는 뭐 하나.... 지금의 현실이 불만스럽지만 이상(깨끗하고 정리된 집)으로 가려면 들여야 하는 노력등, 기회비용들이 이른 허무주의를 불러온다.


우울증이 심해졌나? 아니면 에너지가 떨어진 것 뿐일까?

이젠 집에서도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 일상에서도 반복되는 이 괴리에

고작 설겆이꺼리를 보고도 이상과 현실사이에 갈등한다.

저걸 당장 해치우면 깨끗한 부엌(이상)이 실현되지만

현실은 나는 그걸 할 에너지와 의지가 없다.

이상을 실현하려면 나를 다그쳐 고무장갑을 껴야 하고

그게 싫다면 지저분한 부엌(현실)을 견뎌야 한다.

이상도 귀찮고

현실도 귀찮고

나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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