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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Aug 15. 2020

마흔, 딴짓을 해야 하는 나이

딴짓을 해야 본업도 생산성이 추가된다

나이와 연차가 무거워질수록 다들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될 일은 어떻게 하든 되고, 안 될 일은 지랄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노~~오력~~!!" 의 마음으로 이슈가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선을 다 하면 결과도 그에 비례할 거라는 순진한 믿음은 20-30대까지는 유효하다. (물론 이 믿음으로 20-30대까지 살아오는 것도 무지 중요하다. 인생은 어떠한 패턴이든 리듬이든 다져지는 나이와 때가 있고, 그것을 성실히 해오는 것이 누구에게든 어떤 방식으로든 삶을 다지는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없다)


마흔부터는 오히려 기다리고, 인내하고, 받아들이고, 내려놓고 그 깨달음을 다시 적용하고, 생각을 발전시키고 내면적인 성숙에 다가간다. 나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당장 언쟁이 오가는 회의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솔루션을 만들 수 없다. 언쟁에도 참여해야 하고, 불편한 분위기도 견뎌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 같이 어떻게든 합의안을 찾아내는 그 시간들을 기다려야 한다. 나의 불편한 감정도 스스로 견뎌야 한다. 내가 여기서 수그리고 양보한다고 그게 답이 아니다. 그저 기다리고 다 같이 때를 만나야 하는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꼰대가 때로는 대놓고 욕을 먹는 Office Bitch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 그저 기다려야 한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나는 그저 오스카 상 감이나 되는 일상의 연기를 한다 생각하고...


그리고 그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고 불안하고 우울할 때가 많다. 이제 징징거림의 미학은 이미 떠나보내야 했을 나이.. (마흔 넘어서까지 조직에서 징징대면 그건 그 인간 스스로의 감정 매니지가 미숙하거나 또는 그 조직을 떠나거나 둘 중 하나를 깨달아야 할 뿐이다)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고 위아래 강펀치를 두들겨 맞을 때 해야 할 일은 '딴짓' 일과 개인사 모두 인내를 기르라는 듯 이슈를 들이부어주는 나이 마흔에는 그래서 딴짓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온전히 몸으로 스트레스를 막아내기에 인간은 그렇게 단단하지 않기에. 잠시 이슈에서 벗어나 때가 올 때까지 그로부터 잠시 또는 종종 벗어나는 진심으로 본업과 이슈와 상관없는 딴짓을 시작해야 한다.


종종, 어떤 이는 딴짓을 연애하기 (AKA 불륜), 남들은 괴로운데 혼자 열을 올리는 성적 비하 농담, 폭음 등으로 풀기도 한다. 어쩌면 딴짓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한번 빠지면 더욱 무서운 속도로.. 그러나 이왕이면 폐를 끼치지 않는 딴짓이면 모두가 좋겠다. 특히 나 스스로의 훗날을 위해서. 그게 무엇인지는 스스로만이 고민하고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40여 년의 삶을 살아오면서 안 해본 것들을 딴짓거리로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여정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삶도 고통스러운데 딴짓까지 그러하면 그냥 죽자는 소리???) 쉘 위 댄스라는 일본 영화에서 중년의 모범생 가장 주인공이 갑자기 춤바람이 난 이유를 이제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딴짓은 이런류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이 나이에 춤을 시작한다고 이효리가 될 것도 비가 될 것도 아니다. (늦었다 이미!!!) 그러나 아직 소진되지 않아 많이 쌓여있는 당신 인생의 지랄 마일리지가 제발 소진해달라고 소리치고 있을 것이다. 딴짓을 하면서 소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그 딴짓을 하는 동안 인생의 본격 이슈가 어떻게든지 해결의 때를 만나는 때도 올 것이다. 딴짓을 하며 버티시라.. 잠시나마 진심으로 행복하시라...


딴짓... 마흔부터 시작이다. 꼭 해야 한다

영화 '쉘위댄스'의 한 장면. 중년의 모범생가장이 춤을 만나는 여정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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