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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Apr 13. 2021

기도

런던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뒤

늘 내게 물었다

난 이제 이전의 Segmentation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는데

나는 이제 뭔가?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아이 었는데, 나는 혼자 남았다. 나는 이제 뭘 지켜야 할까?

무엇을 위해 사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을 3-4년은 한 것 같다.

한 시도 쉬지 않고 내게 물었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자 나는 이내 다시 이전의 삶의 방식대로 돌아가려 했다

뭐든 열심히 하는, 열심히만 하는

그저 노력을 들이붓고 나 자신을 하나의 목표에 꽂아서 잡념이 들지 않게 하려는...

주로 이런 때 내가 집중하던 것은 일이었다.

그런데 일도 별로였다.

그렇다면 다른 것에는?

이전에는 운동에도 꽂혔던 것 같은데 이것도 아니네...


사람이 이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자신의 감내할 수 있는 이상의 고독과 고통을 겪고 나면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저 다른 두 인간이 되어있다.

나는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던가?

노력병 말고, 그것 말고 내게 좋은 점도 많았을 텐데

나의 썰렁한 유머,

달리기를 좋아했고

독립영화와 독립 책방을 찾아다니며 감탄하고

똑같은 출퇴근 길에서라도 새로운 길을 발견하면 기뻐하며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이 좋았던 나를

나는 참 좋아하지 않았던가....


마음이 안 좋을 땐 사람이 몸이 아프다

몸과 마음은 이어져있기에 더 이상 혼자 감내하기 힘들 때 몸이 아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듯하다.

그러나 키도 크고 목소리도 큰 나는 겉으로는 하나 아파 보이지 않았는지 눈치채는 이가 없었고

나는 방법을 몰라 그냥 견뎠다.

다들 인생에 이슈 하나 즈음은 가지고 살지 그게 꼭 나 하나뿐이겠냐며...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지난 3년을 어떻게 살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섬세한 기억력을 가졌던 내가 고작 지난 3년의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어쩜 무의식이 의미 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말라고 일부러 흐리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종종 기도를 드린다.

'제게 주신 모든 기회와 위기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믿음과 배신...

내게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나를 찾아와 준 인생의 많은 행운과 굳이 안 왔으면, 안 겪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던 많이 아프고 모질었던 인생의 경험까지도 감사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젠 너무 무리하게 애쓰지 않고

그저 조용히 묵묵히 내 몫을 하며

내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내가 나를 남을 바라보듯 관찰하고

보살피고 응원하며 지내보겠다.

삶에서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은 우선 내 자신이었다.

나를 지켜야 내게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다는 것...


2021년 4월

봄햇살이 눈부신 어느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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