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적는 글이다.
브런치에서는 뭔가 정제된 글만을 보여주고 싶다는 다소 지나친 욕심에
한동안 의욕이 나지 않았던 끄적임에 대한 욕구가 간혹 돌아올 때에도
'끄적임이 아니라 정돈해서 글로 정리해야 해'그냥 안 적고 말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의욕이 간혹 돌아올 때 적고 나누는 게
정말 나다운 문장을 만나는 길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랜 글쓰기 슬럼프를 딛고 다소 정제되지 않은 끄적임으로 오랜만에 적어본다.
5년 만에 열린 올림픽을 보며
선수들의 노력을 간접 경험하며
어쩜 저들은 매우 운이 좋은 사람들이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많은 이들,
기회를 얻었으나 당일에 느낀 많은 부담, 불운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 한 이들이 더 많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슬럼프.. 잘하는 이들이나 그렇지 못 한 이들이나 누구나에게나 찾아오는 슬럼프. 양궁 노장 오진혁 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흔이 넘은 나이, 긴 슬럼프를 지나 온 영광이 얼마나 값질까 싶었다.
그리고....
나 역시 지금 내 인생의 슬럼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사뿐만 아니라 일적인 면에서도.
인더스트리를 옮기면서 내가 잘하던 분야의 프락티스가 규제로 실행이 어려운 분야이니
주 특기를 쓰지 못하고 잔재주로만 연명을 해야 하니 성과가 나질 않는다.
게다가 팀에도 공석이 계속 있어서 겨우 오퍼레이션 위주로 힘들게 돌렸으니 더욱더...
개인사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올해로 19년 차.
나는 아직도 첫 직장 네이버 시절의 '사원' '대리'의 명함이 기억나는데
나는 이제 정말 시니어 오브 더 시니어가 되어있다.
요즘은 나이가 갑인 세상이 아니기에
어린 외국인 보스와
할 말 다 하는 팀원들에게서도 무한히 배워야 한다.
문득 2017년 12월이 떠올랐다.
그때가 최근 5년 이내에 내게 커리어적에 있어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고
그 성과를 정말 다 인정받았던 시절이었다.
2018년 런던 오피스
2019년, 2020년 여름까지 다시 서울 오피스
202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는 슬럼프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 시절에 모두 나쁜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인 면들을 바라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차피 일은 하면 되는 것이고
인생은 흘러가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
몸과 마음을 주리지만
그건 내 인생의 몫.
슬럼프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다른 것들을 보게 된다.
슬럼프인데도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