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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Feb 29. 2024

쿠팡의 배신

 아이의 새 학기 준비물을 준비하는 중이다. 찬장을 열어 여분의 치약과 칫솔을 확인해 본다. 분명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다 쓰고 가져갈 치약이 부족한 상황. 이때는 쿠팡만 한 것이 없다. 제주에서 쿠팡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일반 쇼핑몰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게 되면 도서산간배송비가 붙어 적으면 3천 원 많으면 6천원가량의 추가 배송비를 내는데 쿠팡은 약간의 연회비만 내면 무료배송이 되는 물건들을 쉽게 찾을 수가 있어서 자주 애용한다.

 정안이 자주 사용했던 칫솔을 3단계로 조종해서 바로 구매를 누른다. 그러면 클릭 한 번에 내 카드에서 돈을 빼간다. 무서운 쿠팡. 하지만 매력적인 쿠팡.


 


 반갑지 않은 창이 뜬다.

 비행기로 1시간도 안 걸리고 배로도 반나절이면 오는데 이 가벼운 칫솔이 제주에 배송이 불가능하다니! 이건 쿠팡의 배신이다. 사실 쿠팡은 아무 잘못이 없다. 판매자가 이렇게 설정해 놓은 것일 텐데 괜스레 쿠팡이 미워지는 순간이다. 이렇게 되면 원하던 제품은 구매하지 않고, 쿠팡이 무료로 배송을 해 줄 수 있는 상품을 골라 다시 결제를 한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아닌 차선책의 구매를 하는 것이 제주도민의 숙명이라면 나는 달게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쓰게 받아들이겠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럴 때마다 괜히 속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옷이 더 잘 어울리는 걸 알지만 배송이 되지 않아 살 수가 없어 덜 어울리는 옷을 입는 그런 마음.  


 작년엔 제주시에서 추가배송비 지원 사업을 했다. 한 사람당 6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어서 꽤나 쏠쏠했다. 뭘 사든 기분 좋게 구매할 수 있었다. 도민들의 반응이 좋았는지 올해는 1인 연간 40만 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추가배송비가 별도로 표기된 택배비 지불내역이 있으면 실제 지불한 추가배송비 전액을 지원하고, 추가배송비가 별도로 표기되지 않았으면 1건당 3000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산다는 것은 꽤나 많은 생활비를 지출하고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지원을 해주면 도민 입장에서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주민센터나 읍사무소 등에 방문하여 자료를 증빙해야 하는데 6월쯤 되면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주민센터에 직접 찾아가서 택배비를 받아야 한다는 게 조금 시골스럽긴 하지만 이게 어디냐는 심정이다.

 쿠팡은 조금 긴장해야 될지도 모른다. (별 걱정을 다) 쿠팡에서 사던 것들이 타 쇼핑몰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서 산간 지역이라 택배를 아예 보내지 않는 너무한 일은 없었으면 한다! 진짜 속마음은 느낌표 5개 정도이다.


 '섬'에 사는 나는 케이크를 사도 공식홈페이지에서 보았던 가격보다 2천원 더 비싸게 산다. 그러려니 하고 산다. 배송비가 붙었겠거니 그걸 내가 지불하는 것이겠거니 하고. 언제나 달콤한 제주의 맛이지만 오늘은 제주 사는 맛이 쓰다. 비가 또 와서 그런 건 아니다. 원하는 칫솔을 사지 못한 엄마의 속상한 마음이지. 그래도 혹시 모른다. 차선책으로 산 칫솔이 내 맘에 쏙 들 수도 있으니 기대를 한 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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