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성킴 Jun 04. 2021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라도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오픈된 공간에 적는 것은 어쩌면 가슴 아픈 일이다. 나는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약속 장소에서처럼 수만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겠지, 하며 툭툭 털고 일어나는  말고는 내가   있는 일은 없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적으면서 생긴 욕심이다. 처음에는 나를 위한 글들이었다. 나를 위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점차 글을 써내려 가는데 시간이 드는 만큼의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인들에게 블로그를 공개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10년 정도 블로그를 했지만 아주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100% 알려주지는 않았다.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는 것은 남편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 진실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다. 우연히 내 글을 찾아와 읽는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 친구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한다. 역시 너는 나를 찾아올 줄 알았어, 하고.

 2021 새해 계획 중에는 '매달 2 이상의 글을 브런치에 업데이트한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6월이  지금 제법  지키고 있는 중이다. 5월은 아슬아슬했다. 써야  이야기가 없었다.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 나의 오늘, 정안이의 성장을 기록하자는 그런 처음 마음가짐과는 달리 '뭔가', '그럴듯한', '이야기' 적어야 한다는 욕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것들을 적지 않아서  글을 보지 않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구구절절 적어 내려가고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재미없게 느껴지는 시기가 온다. ‘블테기’, ‘인테기’가 온 것이다. 나는 지금 ‘브테기’가 왔다. 그래서 아무도 읽지 않는 글에 괜한 핑계를 대며 글 적는 횟수가 줄었다. 내가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다. 시간이 흐르는 것.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것을 느낀다. 다들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곳에 글을 적는 것인데, 거기에는 타인에게 나의 글을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비중을 차지한다. 혼자서만 글을 적던  같은 사람들이 오픈된 공간에 글을 적어야지 하고 마음먹는 일은 아마 비슷한 생각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쓰인 글을 보고 나의 글은 저렇지 못해서 재미가 없는 걸까, 뚜렷한 주제 없이 쓰는 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하는 자책 비슷한 감정도 느끼고 말이다.

 가끔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적다가  브런치를 구독해 주고, 매번 격려의 댓글을 남겨 주던 작가님이 연재가 끊기고, 댓글이 끊기면서 나는  작가님이 궁금해졌다. 나와 비슷한 색채를 지닌  작가님이 남겨준 짧은 댓글로 나는 열심히 글을 쓰고 싶었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작가님의 소식이 끊기니 문득 그리워졌다.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나의 글에 공감한다고 남겨주던  흔적들이. 갑자기 연락이 끊긴 친구처럼 가끔 생각이 난다. 상대방의 글만 보고 호감을 느끼고, 가깝게 느껴지다니 그것이 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욕심을 버리고 다시 처음처럼 소소한 이야기들을 을 것이다.

 브런치는 익명의 공간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곳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아무도 읽지 않을 나의 이야기지만 나를 위해 더 열심히 브런치를 꽉꽉 채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딸이 필요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