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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Nov 30. 2021

문득 타인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제주도민이 되고 여기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이들은 어떻게 이곳 제주까지 왔을까. 어디서 여기서 까지 오게 되었을까. 나는 제주도에 살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곳엔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선택으로 제주에 와서 살고, 누군가는 선택지 없이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사람들도 있다. 물론 여기서 평생 살아온 사람들도 있다.

 겉핥기식으로 관찰한 결과 제주도에는 생을 위해 사는 사람과 업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생을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은 제주의 자연과 제주의 느림에 대한 이상과 기대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제주의 노을을 보며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육지에서의 복잡하고 힘들었던 일을 뒤로하고 제주에서의 삶에 집중한다. 육지에서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 섬으로 들어온다. 이들은 주로 서귀포에 사는 경우가 많다. 서귀포시는 제주시보다 더 따뜻하고, 다양한 볼거리,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아빠의 친구는 아픈 몸을 이끌고 강원도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따뜻한 곳을 찾아 제주로 오셨다. 요양 생활을 하기 위해서 제주를 선택한 것이다. 이곳에 와서 그의 몸에 있던 암세포는 완전히 사라졌고, 살기 좋은 여기 제주에 자신의 아들들을 불렀다. 그래서 그 아들들은 모두 제주에 왔고, 그 아들의 아들들까지 서귀포 어딘가에 살게 되었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는 그냥 살게 된 것이다.

 업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느린 제주가 조금은 답답하다.   편리하고, 빠른 무언가가  목마르다. 육지와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연결해 놓는다. 언젠가는 육지로 다시 되돌아갈 것이라고 혹은 육지에 가서   살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제주시에는  마트,  병원, 공항이 있어 조금  도시생활을 누릴 수가 있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 남편의 업을 위해 왔다. 육지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지 않지만 이곳 제주에서는 육지보다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드물어 찾아보면 기회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 제주시에서의 삶에 만족한다. 편리한 것은  있고, 오히려 부산에   보다  도심의 편리함을 누리는 듯하다.  년에 3-4 육지에 나가지만 그래도 공항이 가까운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주말에는 최대한 생을 위해 살려고 노력한다.  많은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 이곳에서만 누릴  있는 것들을 누리려고 노력한다. 노력하면서까지 누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가끔 들지만 살아지는 것보다 살아가는 것이 훨씬  정신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살아지는 삶보다는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살다 보면 문득 타인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펴보는 건 처음이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나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이런 의문이 해소될까 싶어서 찾아본다. 그중 생과 업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보통 육지에서 섬으로 건너와 무언가를 만들거나 팔면서 자영업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만족도가 제일 높아 보인다. 물론 보여주기가 중요한 업종이다 보니 좋은 점만을 보여주겠지만 그들에게 제주는 생업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물론 sns 속의 삶은 실제로 사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나의 리서치는 인터넷 세상 속에서만 가능하다.

 보통 우리가 제주도에 대한 로망을 꿈꾸게 하는 데는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또한 이러한 부류들이다. 생과 업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보며 제주에 사는 것을 꿈꾸는 듯하다. 노동의 힘듦 없이 즐기기만 하는 듯한 그림에 제주의 삶은 느긋해 보이고, 편안해 보이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제주는 내가 살아가는 제주와는 다른 것만 같다. 사람이 자기가 사는 곳을 쉽게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한다 해도 만족도가 100%가 될 수는 없을 텐데, 그들은 항상 100% 만족하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제주가 인생의 파라다이스가 된 듯한 그 만족감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 역시 이곳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사실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가도 햇살 좋은 날 바다에 나가 뛰어노는 아이를 보면 그 만족도는 다시 위로, 위로 올라간다. 계획과는 다르게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안이 더 많이 뛰어놀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여기에 어찌 오게 되었고, 무엇이 우선순위에 있고, 얼마나 살게 될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곳은 정말 흥미롭다. 대한민국과 외국을 섞어 놓은 듯한 이곳은 풍경도 이국적이지만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 또한 조금 다르다. 나는 아직도 제주도에 적응을 하는 중이고, 앞으로는  많이 제주화될 것이다.  시간들이 기대되는  보니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시간들이  마음에 드는가 보다. 어떤 이유에서 제주에 살아가고 있더라도 (나를 포함해서)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쩌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의 삶도, 타인의 삶도 이곳 제주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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