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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Apr 01. 2022

다시 읽은 <노르웨이의 숲>

 언제인지 기억도   무렵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적이 있다. 소프트 커버에 이우환의 그림이 들어가기도  전이었던  같은데 상실의 시대와 헛갈리는  같기도 하다.

(추가:노르웨이의 숲이 처음 한국에 번역되어 나왔을 때 제목이 상실의 시대였다고 한다. 즉,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나이가…?)


 아주 오랜만에 남편과 정안과 함께 서점을 찾았다. 제주에서는 보기 힘든 류의 서점이다. 영풍문고의 미니 버전이랄까. 이런 곳에 오면 뭐라도 하나 사서 들고나가고 싶은 욕구를 숨길 수가 없다. 그건 남편과 나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고른 책이 <노르웨이의 숲>이다. 읽어 보지 않은 소설들도 많고, 새로 나온 베스트셀러 책도 가득하지만 나는 결국 아는 놈을 골랐다. 이유는 새로운 표지가 예뻤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이유 중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커버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드커버에 예쁜 색을 입은 노르웨이의 숲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을 안 읽은 지 오래라 다시 소설을 읽으며 책 읽는 연습도 할 겸 정안이 어린이집에 간 후에 읽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숲>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책이다. 1987년에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나는 일본 소설이 한국 서점을 섭렵했을 무렵 10대를 보냈기 때문에 일본 소설에 아주 익숙하다. 일본식의 문체가 감성적이라고 생각했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십수 년 전에 읽은 노르웨이의 숲은 정말 멋졌다.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문장을 적어 놓았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30대 중반에 다시 읽은 이 책은 실망스러웠다. 이 책은 20살이나 읽을 법한 내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만 나이로 17세에서 20세 사이의 일을 추억해 가며 쓴 글이다. 죽음과 섹스가 아니면 이야기가 이어지질 않는다. 물론 그의 문장력은 아주 뛰어나다. 특히나 무언가를 묘사하는 부분은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책은 집중해서 이틀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말 큼 술술 읽히는 책이다. 막힘이 없다. 나 역시도 이틀 만에 뚝딱 다 읽었으니까. 중간부터는 읽지 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읽기 불편했다. 너무 가는 허리, 품에 쏙 들어온다는 둥 그런 작고 귀여운 여자애 대한 환상이 가득한 내용들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중간중간 내가 싸이월드에 그대로 옮겨 두었던 문장도 찾을 수 있었다. 그때는 멋있었지만 역시나 지금은 간지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억지스럽기도 하고. 더군다나 비틀스의 <Norwegian Wood>가 과연 이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새처럼 그냥 떠나가버린 나오코를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곡의 분위기나 박자보다는 가사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인가 보다.


 한동안은 일본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유치한 일본 소설을 읽고, 이런 글을 쓰고 싶어 하던 10대의 내가 없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다. 이제 나는 이런 취향이 아닌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새로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변했듯 그도 그럴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기 때문이다.

 보통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후 감상평은 적지 않는 편이다. 정치 같달까. 누군가는 너무나 사랑해마지않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다름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그처럼 영화나 책의 열혈팬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쓰는 것이 어려웠다. 막상 적고 보니 시원하다. (내가 뭐라고 별 걸 다 신경 쓴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ㅎㅎ)


 이번 주말에도 가벼운 소설책을 읽고 책 한 권을 다 읽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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