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성킴 Jun 23. 2022

공복 유산소를 일주일 해 보았다.

 생일 선물로 헬스장 9개월을 끊고 다닌 지 일주일이 되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목표치는 상당히 높다. 나는 한 달에 딱 1kg씩만 빼는 것이 목표다. 실현 가능성 있는 숫자라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안에 1kg을 빼보자 싶어서 공복 유산소에 도전해보았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공복 유산소 하는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는데 그다음부터 공복 유산소 비포 에프터가 나오는 영상이 자꾸 뜨는 거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렇게나 무서울 줄이야. 거기에 자연스럽게 홀려 버린 나는 일주일간 공복 유산소를 하기로 다짐했다.

 원래 아침밥은 먹지 않으니 정안 등원시키고 바로 헬스장을 가는 코스로 자연스럽게 공복 유산소가 된다. 의도치 않았는데 이렇게 운동을 하면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 같겠다 싶으니 괜히 살이 더 잘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트레칭을 15분 정도 하고 3일은 바로 유산소를 했고, 뒤에 4일은 근력 운동 후 유산소를 했다. 무조건 40분 이상 한 시간 미만으로 유산소 운동을 했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공복 유산소는 한 시간 이상을 하면 안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 어지러우면 어떻게 해?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방이 가득 축적된 내 몸은 이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나 보다. 몸이 힘든 게 아니고 정신력이 못 따라가는 일이 생기면 생겼지 몸이 힘들어서 신호를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식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 식단까지 하면 분명 초장에 지쳐 나가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나를 잘 안다는 것이 이럴 때는 또 좋은 핑계가 된다.

 재미는 없었다. 헬스장 가는 게 즐거운 사람이었더라면 애초에 이렇게 살이 찌지도 않았을 것이며, 몸에 근육이 1도 없는 몸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빠진다면 충분한 보상이 될 것이다. 무게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지만 초보 다이어터는 숫자가 중요하다. 일주일이 느리게 지나갔다. 집에 있을 땐 세상 빠르게 지나가더니 헬스를 다니니 어찌 된 영문인지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 신발을 사고, 새 운동복을 샀다. 재미를 느끼려면 쇼핑이라도 해야 했다. 새 가방도 살 예정이다. 선물 받은 샴푸와 린스도 헬스장에 가서 쓰려고 아껴두었다. 이렇게라도 헬스장과 친해져야만 한다. 일주일 중 2번은 PT를 받았다. 헬스장 등록할 때 2회는 무료로 해준다고 해서 감사히 받았다. 두 번째 때는 영업이 7할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PT를 받을 만큼 좋은/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했다. 

 7일 중 하루는 이틀 정도의 고비가 있었다. 하루는 헬스장 앞에까지 가서야 양말을 안 들고 온 것을 알아차렸다. 양말 없이 어떻게 운동을 하겠는가. 다시 집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날은 피티 선생님과 약속이 되어 있는 날이라 돌아가야만 했다.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선생님과 약속이 없었더라면 나는 헬스장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중간에 끼인 주말, 일요일에 쉴 뻔했지만 남편 덕분에 운동장을 몇 바퀴 뛸 수가 있었다. 어찌 되었든 일주일이 지났다.


 결과는 0.1g도 빠지지 않았다. 중간에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공복 유산소도 몸이 기억하는 사람 즉, 운동을 좀 해봤던, 기초대사량이 높고 근육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먹히는 방식이지 나처럼 기초대사량이 낮고, 도화지 같은 몸에는 먹히지 않는다고 알려 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해 보고 싶었다. 유튜브의 폐해다. 유튜버를 따라 하면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자체가 유튜버들이 성공하는 삶을 사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겠는가. 물론 운동을 했으니 건강은 해졌겠지만 애초에 목표가 달랐으니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운동 마니아 친구는 운동하는 것보다 먹는 량이 많으면 당연히 빠지지 않으니 식단을 시작하라고 했다. ‘나 많이 안 먹는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 간식으로 먹는 누텔라 바나나 와플이 생각나서 조용히 입을 닫았다. 우선은 헬스장과 친해지기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헬스장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뻘쭘함과 약간의 창피함이 사라지는 중이다. 2주 차에는 조금 더 당당하게 기구를 사용할 수 있겠지? 공복 유산소는 나에게 드라마틱한 효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첫걸음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하지 않는 것보다 한 게 낫다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 운동이 일상으로 젖어들 때쯤 그때는 좀 사람다운 모양새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헬스장에서 유산소만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거기까지 갔다는 거 자체가 정말 칭찬받을 일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저쪽에서 기구를 사용하는 헬스장 고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뭐 살은 안 빠지언정 그만큼 더 건강해졌으니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나에게 오늘도 땀 흘렸으니 잘했다고 해주겠는가. 헬스장 등록하기까지 몇 개월, 아니 1년? 가까이 걸린 나이니 계속 천천히 꾸준히 잘해보자고 스스로와 약속한다. 

 내일도 '오운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나의 생일을 축하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