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한 부자를 보았다. 아들은 7살쯤 되었을까. 겉옷 모자까지 깊게 눌러쓰고 목에는 카드지갑을 메고 있었다. 내릴 정류장이 가까워졌는지 아빠가 먼저 카드를 찍었고 아들에게 해보라는 눈짓을 보냈다. 이리저리망설이다 카드 찍는 데 성공하자 아빠가 잘했다며 싱긋 웃어주었다. 이내 아들도 따라 웃고 둘은 두 손 꼭 잡고 버스에서 내렸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려운 일에 수 없이 부딪힐 텐데 그때마다 이 순간을 떠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작은 일에도 아버지의 응원과 따뜻한 기다림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어려웠지만 결국 해냈다는 걸 옆에는 언제나 내편인 아빠가 있다는 걸. 아빠의 끝없는 믿음은 평생 아들을 용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