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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지 Aug 25. 2022

독립 실패

시작은 다이소 끝은 당근 마켓

프리랜서에게도 출퇴근할 곳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동네에 좋아하는 카페 곳곳을 다니며 그날그날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짐을 이고 다니는 불편함과 끼니는 집에 와서 해결하다 보니 일하는 시간을 길게 갖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공유 오피스를 빌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서른을 맞이하여 독립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본 끝에 이자가 연 1%대인 대출을 신청하여 집을 얻은 게 올해 1월이었다.


본가와는 차로 30분 거리였고, 지하철역과는 걸어서 15분인 곳이었다. 지하철 노선도 끝부분에 위치한 이 집은 애매한 교통편 때문인지 집 컨디션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교통 빼고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던 이 집에서 나는 서른 밤 정도 잤을까? 고민과 고민 끝에 8월인 지금 집주인 분께 전화를 걸었다.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요즘이라 집이 금방 나갈 것이며 부동산에서 연락을 줄 거라며 호탕하게 말씀하셨다. 집을 빼기로 마음먹는 데에는  개월의 고민이 필요했는데, 통화는 3분도 안돼서 끝났다. 뒤이어 부동산으로부터 내가 계약을 해지하는 쪽이기 때문에 복비  60  정도를 부담해야  것이라는 전화가 왔다. .


자취방에서 3 이상을 지내지 못하고 본가를 찾았던  집에 두고  반려견인 사랑이 때문이었다. 나이 10살의 노견을 좁은 자취방으로 데려오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 내가 자주 가서 보고는 있었으나, 자꾸만 작은 주인이 사라지는 탓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랑이에 대한 걱정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하철을 여러  갈아타는 것이 얼마나 몸을 지치게 하는지, 자취방에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 중심부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몸소 체험하고 나니 상대적으로 교통이 편한 본가로 나도 모르게 짐을 싸고 돌아갔다. 귀소본능이 발동한 동물처럼 자꾸만 봇짐을 싸고 이동하느라 나의 어깨와 마음은 너덜너덜해졌고, 사랑이에 대한 책임감과 오직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얻은 집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들이 얽혀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평소에 글을 쓰고, 작품이나 캐릭터를 준비하고, 운동 수업을 가고, 책을 읽거나 했던 일상이 어지러운 마음속에서 하나도 자리잡지 못한 채로 봄과 여름을 보냈다. 가을엔 지원받은 돈으로 어떻게든 단편영화를 찍어야 하고, 드라마 촬영을 해야 한다. 집주인과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당근 마켓 앱을 켰다. 상품 설명 뒤엔 '거의 새것' 빠짐없이 적었다.


독립의 과정보다 독립 실패의 과정이  복잡한  같다. 천천히 풀어볼 생각이다. 탈탈 털어서 남은 것 없이 고요해지는 마음이 아직 갖지 못한 목표가 세워지는 초석이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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