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eun Choi May 02. 2016

덧없음의 미덕

Appreciating the Transience

… I started to press the shutter button, hoping that my camera could hold onto the ephemeral moment while the words come back.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말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이 덧없는 순간들을 카메라가 붙잡아주기를 바라며 말이다.


[한국어는 아래에]


Day 112: 30 April 2016, Melbourne

Don’t tell me the moon is shining; show me the glint of light on broken glass.
 — Anton Chekhov

Standing before a mesmerizing set of colors emerging from the dark horizon, I continuously repeated the above quote. Lately I’ve been tumbling over a set of little to big obstacles — mostly inflicted internally than externally — that kept reminding me that my writings are not good enough. So I did a little test, maybe a challenge, watching a sunrise in a deserted beach where I stood solo.


Instead of telling how captivating the sunrise was, I tried to show a blanket dipped in a dark blood orange pigment ardently pushing its way up the horizon, and shoving the mantle of darkness that unwillingly gave its spot. Instead of telling how the incessant flow of waves came in and disappeared, I tried to show it. I stared at it for long, but my poor vision coupled with a lack of light source wasn’t so helpful. But I could see that a second before the waves gracefully dispersed into bubbles, they twirled swiftly in one place. Then the bubbles disappeared, smoothening the damp surface of sand, as if it was spreading icing on a cake.


So how did the challenge go? ‘It wasn’t easy’ is an understatement. It was painfully demanding, trying to squeeze out a set of words that describes and shows the scenery before me, instead of just telling that the sun was rising by the beach and it was fascinating. As the number of words started to dwindle, the storage of my camera — that assisted recording the moment when I was at a loss for words — was full.


A few seconds that followed I felt helpless, unable to describe what I see nor express how I feel, in either words or photos. I desperately deleted the old photos that should’ve been removed long ago. After deleting a dozen, I started to press shutter button, hoping that my camera could hold onto the ephemeral moment while the words come back.


It’s funny how while we easily forget to observe the beauty before our eyes, even when we do, we often focus more on recording the scenery than actually looking at it. We think by capturing and storing the moment, we can possess it and hence, revisit anytime. So we prioritize recording the memories over actually enjoying the given time.


In the age of social media, it’s not enough to be able to return to the memories. Sharing has become essential, if not indispensable. When the experiences are not shared, they seem incomplete. How many times have you said “I’m going to post it on my Instagram” upon seeing a beautiful scenery but even before taking a photo?


When I stood by the sea, I truly immersed myself into the scene, at least at the beginning. I observed and digested the details of light, color, movements and their transitions. Then, I fell into the same old, common habit. Looking at how everything changes so quickly, I felt my incompetence to absorb the one-time spectacle that won’t rerun. And when my language skills failed me, I desperately felt the need to find an alternative way to record the scene. Hence, my camera.


In one way, I’m glad that I captured the scenic view in beautiful ways that allow me to go back and experience it again. But looking at snapshots and reading a set of gibberish would never be the same as the actual scenery that unraveled before me. Besides, sometimes I should just let things go and be grateful for having seen a slice of the ever-changing landscape. It would never be as enticing if it were everlasting anyways.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


112일: 2016년 4월 30일, 멜버른

달이 비친다고 얘기하지 마라. 유리 조각 위에 반짝이는 빛을 보여줘라 — 안톤 체호프

어두운 지평선 너머에서 올라오는 아름다운 색깔들을 넋을 놓고 보며 나는 위의 구절을 되뇌었다. 최근 들어 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 자꾸만 넘어졌는데, 내 글들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고 스스로 자꾸만 각인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서서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며 약간의 시험 (아니 도전이랄까) 을 해봤다.


일출이 얼마나 황홀했는지 얘기하는 대신에 짙은 다홍색 물감에 담갔을 법한 천이 지평선 위로 밀고 올라오며 어둠의 장막을 밀어내고, 어둠은 마지못해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끊임없이 치는 파도가 들어오고 사라지는 모습에 관해 얘기하는 대신 이를 보여주려고 했다. 꽤 오랫동안 파도를 쳐다보았지만, 시력이 나쁜 데다가 아직 어두울 때라 빛이 부족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파도가 우아하게 거품으로 사라지기 직전, 한 자리에서 빠르게 돌아가며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품들은 곧 사라지면서 촉촉한 모래의 표면을 매끈하게 보듬었다. 마치 케이크에 생크림을 바르듯이.


이 도전이 어땠느냐고 묻는다면, ‘쉽지 않았어’라는 말로는 아마 부족할 것이다. 단순히, 바닷가에서 해가 뜨고 있었고 너무나 매혹적이었다고 말하는 대신, 내 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보여주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 단어들과 이 조합을 떠오르려 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질 정도였다. 그리고 떠오르는 단어 수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 즈음, 말문이 막혔을 때 순간을 기록하는 걸 거든 카메라 용량이 꽉 차버렸다.


순간, 몇 초 정도 나는 무력해졌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나 느끼는 감정을 글이나 사진으로 묘사하지 못한 채, 나는 멍하게 서 있었다. 예전에 지웠어야 한 오래된 사진들을 필사적으로 지우기 시작했다. 열댓 장의 사진을 지우고 나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말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이 덧없는 순간들을 카메라가 붙잡아주기를 바라며 말이다.


눈앞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는 걸 쉽게 잊으면서도, 만약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된다 하더라도 그 광경을 직접 바라보는 것보다 기록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는 게 재미있긴 하다. 지나가는 순간을 붙잡고 저장해두면 이를 소유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다시 꺼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어진 광경을 자체로서 즐기기보다는 이를 저장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


특히나 SNS 시대에 기억들을 다시 꺼내볼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멋진 광경을 보고 사진을 찍기도 전에 “인스타에 올려야지”라고 말한 적이 있지 않던가?

나는 바닷가에 홀로 서서 그 순간에 완전히 몰두했다. 적어도 처음에는 말이다. 빛과 색, 움직임과 그 변화들을 관찰했고 소화했다. 그러다 갑자기 오래된, 그 흔한 습관에 빠져버렸다. 모든 게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 것을 보며 나는 재방송이 없는 이 한 번뿐인 구경거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했다. 언어적 능력이 나를 배신했을 때, 나는 그 순간을 기록할 다른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에 그렇게 집착했다.


어떤 면에서 나는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 장관을 기록했다는 것에 감사하다. 언제든 돌아가서 다시 경험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당시에 찍은 사진들을 보거나 지껄였던 말들을 읽는 것은 실제로 그 순간에 눈앞에서 펼쳐 졌던 광경을 보는 것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집착하지 말고 그냥 내려놓고 영원히 변화하는 장관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영원했다면 어차피 그만큼 매력적이지도 않았을 테니까.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용서가 뭘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