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00 seconds a day
하루 24시간을 86,400초로 바꾸어 생활해왔기에 하루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았다.
I did so many things each day because I lived 24 hours as 86,400 seconds.
124일: 2016년 5월 12일, 멜버른
할 일이 쌓이기 시작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해야 할 일들이 도미노처럼 하나씩 연달아 쓰러지기 시작하고, 산사태마냥 부담감이 쌓인다. 동시에 시간 개념이 위축되며 순식간에 벌어진 이 사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럴 때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긴장되고 곧 불안감에 사로잡혀 작동을 멈출지도 모르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중 하나는 바로 하루 동안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의 잠재력에 대해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떠올리는 건 고3 때, 그리고 재수 시절의 삶이다. 당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고민 없이 손사래 칠 테지만, 가끔은 그 시기를 떠올린다. 마치 로봇과 같았던, 일 분도 아닌 일 초 단위로 삶을 쟀던 그 시기 말이다.
오늘의 글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로운 글은 못될지도 모른다. 아니, 당시를 회상하면서 나름의 추억에 잠길지도, 그 반대로 감옥 같던 그 시기가 지나갔다는 것에 안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약간의 지식만 가진 이들에는 꽤 충격적인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이미 나는 이 이야기로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놀라게 한 경험이 있다.
오늘은 내 고3 시절 내가 살았던 일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제는 많이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 하나 명시하자면,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이 똑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분명 일반적인 학교보다 엄격했던 고등학교를 나왔고, 그 안에서도 꽤 극성인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고등학생은 마지막 일 년은 비슷한 틀 안에서 보내지 않나 싶다.
오전 6시: 기상 후 샤워, 그리고 아침. 아침을 먹으면서 수학 문제를 풀거나 그 전날 공부했던 걸 복습하곤 했다. 매일같이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엄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아침을 먹고, 이를 닦으면 집을 나설 때가 된다.
오전 6시 45분: 45분 동안 기상, 샤워, 아침 식사 및 이 닦기를 해치우고 나면 집을 나설 시간이다. 학교 버스를 타는 대신, 동네 친구와 카풀을 했다. 부모님들이 교대로 우리를 태워다 주셨다.
오전 7시: 학교에 도착한다. 아직 아무도 없는 고요한 학교. 교실에 도착해, 아침을 먹으며 풀었던 수학 문제를 계속 풀거나 그날 공부할 것을 계획하곤 한다.
오전 7시 30분: 학교 버스가 도착하면서 서서히 학교가 바글바글해진다. 대부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공부를 했었다.
오전 7시 40분: 청소 시간. 하던 걸 정리하고 교실이나 복도, 화장실 청소를 한다. 그제야 고개를 들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매일이 똑같았을 때인데도 할 말은 언제나 있던 고등학교 시절.
오전 8시 10분쯤: 청소 시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다들 자리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7시에 도착해서 하던 것들을 다른 친구들이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1교시가 시작할 때까지는 고요한 자습시간이다. 떠들다가는 뒷문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던 담임선생님께 등이라도 맞는다.
오전 8시 30분: 1교시 시작. 수업은 50분씩이다.
오전 9시 20분: 1교시가 끝났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쉬는 시간은 학생들에게 쉬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쉬기 위한 시간일 뿐.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빨리 갔다 오면 된다.
오전 11시 20분: 점심시간이다. 12시도 되지 않았지만, 아침을 6시에 먹었기에 (혹은 많은 친구들은 아침을 거르고 오곤 했기에) 배가 고플 때가 되었다. 점심시간도 50분. 식당에 가서 줄 서는 시간을 줄이고자, 그리고 맛없는 급식보다는 엄마가 해준 밥이 먹고파 나는 매일 도시락을 싸갔다. 매일 일을 나가면서도 딸의 세 끼를 정성스레 해준 우리 엄마는 생각할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점심 도시락을 꺼내 먹으며 하던 공부를 계속한다. 반에 남아 도시락을 먹는 다른 친구들과 이따금 농담을 주고받곤 하지만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다들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서로를 존중한다.
오전 11시 45분: 점심을 마무리할 때쯤이 되면 식당에서 친구들이 온다. 아침 6시부터 자리에 앉아있던 시간이 대부분이었기에 이를 닦고 친구와 배드민턴을 한다. 치마에 구두 차림이지만 10분에서 15분 남짓이면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정오: 점심시간은 12시 10분까지이지만 12시에는 자리에 앉아서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아니면 담임 선생님에게 한소리 듣거나 맞곤 했다.
오후 12시 10분: 4교시 시작. 똑같이 50분씩 아마 8교시 정도까지 수업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저녁 시간인 5시까지는 수업이 없다면 자습 시간이니 딱히 다르지도 않다.
오후 5시: 저녁 시간. 1시간이나 주어지기에 교정 밖으로 나가서 먹을 수도 있지만, 고3에게는 사치일 뿐이다. 저녁은 점심에 비하면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나는 저녁 도시락도 싸서 갔다. 결국, 점심시간과 다르지 않은 패턴이 된다. 밥 먹으면서 공부하고, 이 닦고 배드민턴을 하고 10분 전에 와서 자리 잡는다.
오후 6시: 야자 시간. 빼고 싶어도 빼지 못하는 자율 학습 시간이다. 이유가 있어서 빼야 한다면 (주로 학원이나 과외가 이유이지만) 부모님의 서명이 있는 동의서를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동의서의 위력은 담임선생님의 권위 아래 있었다.
오후 7시 30분: 첫 야자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10분이 주어진다. 야자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화장실이 붐비는 시간이기도 하다. 낮의 쉬는 시간과는 달리 산책하러 나가기도 한다.
오후 9시 10분: 또다시 쉬는 시간. 지쳐가는 시각이기도 하다. 그래도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하던 일을 마저 한다.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
오후 9시 20분: 야자 3교시는 2학년 때까지는 50분이지만 3학년이 되면 야자 1, 2교시처럼 1시간 반이 된다. 덕분에 10시 10분이 되면 약 10분가량 다른 학년들이 집에 가는 정겨운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고3을 아예 다른 건물에 고립시켰기에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는 후배들의 들뜬 목소리는 멀리서 메아리처럼 들려올 뿐이다.
오후 10시 50분: 공식적으로 학교가 끝났다. 약 8시간 후에는 다시 이 자리에 앉아 공부하겠지만 서둘러 집으로 간다. 나는 그 안에서 최대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집으로 향했지만, 학원이나 과외를 하러 가는 친구들도 수두룩했다.
오후 11시 15분: 이 즈음이면 집에 도착하곤 했던 것 같다. 이를 닦고 잠이 든다. 로봇이 재충전을 위해 전원을 끄고 플러그를 꽂는 시간.
다음 날 아침 6시: 눈을 뜬다.
양과 질, 총량과 생산성이 모두 충족되었던 이 시기가 나는 그립지 않다. 그 당시 나는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딱히 불행하지도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학생의 의무를 하고 있다고 느꼈을 뿐이니.
덧붙이자면, 토요일에는 오전에만 학교에 갔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하곤 했다. 아니면 집에 가서 인강을 듣거나 공부를 했다. 일요일은 그나마 느지막이 8시 즈음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던 것 같다. 대충 9시 정도면 학원이 시작했던 것 같으니. 방학은 여름과 겨울에 한 달씩 있었지만 그중 반인 2주간은 보충 수업이 있었다.
재수 시절은 이와 다르지 않은 삶, 단지 학교에 가서 누군가가 정해준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계획을 짰다. 그리고 배드민턴 대신에 요가를 시작했다. 다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 번은 일주일 내내 바깥에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몇 년이나 지난 이 시기를 이렇게 채를 썰듯이 회상하고 나니 조금은 우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에 적었던 것처럼, 당시에는 하루 24시간을 86,400초로 바꾸어 생활해왔기에 하루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았다. 물론, 불확실한 미래를 매 순간 마주하는 고3으로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 당시를 돌아보면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다. 24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상당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Day 124: 12 May 2016, Melbourne
When things start piling up on a to-do list, my mind goes blank and errands and tasks fall like dominos do. The burden stacks up, and resembles an aftermath of a landslide. Simultaneously, time warps and tricks me into believing that I don’t have enough time to resolve the disaster.
When that happens, I have different ways to calm down and refrain from breaking down. One of the ways is by thinking about the potential of 24 hours, the time given to anyone each day.
Then, I think about my last year in high school, and the year after. If anyone asks me if I’d like to go back to one of those days, I’d decline without hesitation, yet I sometimes look back. The period of my life when I was more a robot than a human, and when I counted down the time by not even minutes but seconds.
Today’s story might not be that interesting to those who went to high schools in Korea. Well, they may reminisce about the romanticized past or be relieved that those days are indeed over. However, this may be a shocking story for those who barely knows about the Korean society. I actually have shocked a handful of my non-Korean friends already.
Today, I’d like to share a snapshot of my daily schedule of my final year of high school. Much part of the memories have already fainted but I’ll try. I am not saying that every single Korean high school student had the same lifestyle. I did go to a bit more strict high school than the average ones, and I was quite particular in some ways even in that high school. Nevertheless, I believe that any final-year high school student in Korea would have lived in a more or less homogeneous frame.
6:00 am: I wake up, take shower and have breakfast. While eating on my desk in my room — there was not much point eating at the dining room, for I was the only one eating then — , I used to solve math questions or review what I studied the night before. After finishing a delicious meal that mom woke up earlier than I do to cook, I’d brush my teeth, and it’d be time to leave.
6:45 am: 45 minutes spent waking up, taking a shower, having a breakfast and brushing teeth, it’s now time to leave. Instead of taking a school bus, a classmate from the neighborhood and I carpooled. Our parents alternated in driving us to school every morning.
7:00 am: I arrive at school. The school is empty and quiet. When I get to my classroom, I continue to work on the math question I was solving during breakfast. Sometimes, I plan out the day.
7:30 am: School buses start to arrive and school begins to be teeming with students. I am not bothered, and continue to work.
7:40 am: Daily cleaning session starts. Groups of students are allocated to classroom, hallway or toilets. That’s when I get up, start chatting with friends. Everyday was the same but we always had something to talk about.
8:10 am: Cleaning is almost over. People start taking seats and it’s time to kick off the day, just like I did an hour ago when I arrived earlier than others. Until the first class starts, the classroom is silent. It has to be quiet, or else, the teacher would show up from the back and smack your back.
8:30 am: The first class starts. Each class lasts for 50 minutes.
9:20 am: The first class is over, but no one leaves his/her desk. Recess is not for students to take a break. It’s for teachers. If I need to pee, then I quickly go to the toilet.
11:20 am: It’s lunch time. It’s not even midday but I had breakfast at 6 in the morning, so it’s about time I’m hungry — many skip their breakfast, so they are very hungry. Lunch time is also 50 minutes. Mom packed my lunch, so that I don’t need to queue for a tasteless canteen food. I marvel at how mom was able to cook 3 meals for her daughter everyday before 7 and still go to work. I continue working while eating the lunchbox. Some students do the same, and we occasionally joke about things but it’s generally quiet. The unwritten rule is, everyone is studying so don’t pester anyone.
11:45 am: People who went to eat at the canteen starts coming back. I’m almost done with my lunch too. As I’ve been sitting mostly since 6 in the morning, I get up, brush my teeth and play badminton with a friend. It doesn’t bother me that I’m wearing skirts and loafers. After 10 to 15 minutes, I feel a lot lighter and alive.
Midday: Lunch time is until 10 past, but we need to sit by midday and get ready for the class. If not, the teacher miraculously shows up and yells at you, if not smacks you.
12:10 pm: The 4th class starts: 50 minutes per class, 10-minute recess in between. I think there are around 8 classes in total everyday. However, until dinner time at 5 pm, we either have classes or study independently, so it doesn’t really matter much. We just keep studying.
5:00 pm: Dinner time. This time, we have one hour and we are allowed to leave the premise and eat out. For final year students, that is a luxury that no one can afford to enjoy. Dinner at the canteen is supposedly better than lunch but mom still packed my dinner. Therefore, dinner time is no different from lunch time. I study while eating, brush my teeth, play a bit of badminton and come sit at 10 to 6.
6:00 pm: There’s no more class, but there’s this thing called ‘night time self-study session (야간 자율 학습)’ in Korean high schools. It’s a self-study session that we are strictly prohibited to leave without permission. If there is a valid reason — which usually is for a private tutoring — , you need to bring a consent form that says your parents approved, which their signature indicates. However, the power of the consent form was under the authority of your teacher.
7:30 pm: 1.5 hour of the first session is over. We have a 10-minute break. Since we are not allowed to go to the toilet during that 1.5 hour, toilets get crowded. Unlike the recess during the daytime, I used to go for a walk and breathe in the night air.
9:10 pm: Another recess. People start getting tired, but many stay in their seats and continue working. Some take a short nap.
9:20 pm: For the first two years of high school, the last session only lasts for 50 minutes. For the final year students, it is just another 1.5 hour sessions. So at 10:10 pm, for about 10 minutes, you can hear the juniors chatting while they head home. However, it’s more like a faded echo, as the school has deliberately separated the final year students from the rest in a different building.
10:50 pm: The day is officially over. I’ll be back on the same spot in around 8 hours, but I rush back home. I went home to maximize the amount of sleeping hours but many friends went to take extra classes outside of school.
11:15 pm: I arrive home around then. I brush my teeth and go to bed. The time for a robot to shut down and plug oneself to recharge its battery.
6:00 am, the next day: I wake up.
I really don’t miss these days when I achieved both quantity and quality, hours and productivity in studying. I wasn’t happy but I don’t think I was unhappy either. I just felt like I was fulfilling the duty as a Korean high school student.
Additionally, I used to go to school on Saturdays, but only stayed until 11:20 in the morning. Then, I’d go directly to some private lessons, listen to online lectures, or brush up on other subjects at home or a library. On Sundays, I’d get lazy and wake up around 8, because private lessons would start around 9 in the morning on Sundays. School breaks were one month each in summer and winter, but we had to go take extra classes for 2 weeks during the semester breaks.
The year after my high school wasn’t so dissimilar. The only difference was that I wasn’t living by a timetable that someone else made, but I made one myself. Instead of badminton, I started yoga. One time, I didn’t even leave the apartment for the whole week, simply because I didn’t have to.
Looking back the days and examining it so closely makes me feel a bit depressed. Nevertheless, as I wrote at the beginning, then I did so many things each day because I lived 24 hours as 86,400 seconds. As a final year high school student in Korea, however, the unpredictable future made it impossible to feel like I had enough time. Still, looking back to those days lifts off a big chunk of burden off my shoulder; I know that I can do a lot during 24 hours that I have.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