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Feel Like a Fraud
[English version available below]
2016년 2월 2일, 멜버른
1월 11일에 나는 매일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오늘은 그러니까 그 약속을 이행한지 22일째가 되는 날이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21일 동안 매일같이 하면 그 일이 습관이 된다고 들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하는 대신에 오늘은 무엇에 대해 글을 쓸까 고민한다. 그리고 하루를 계획할 때 글을 쓸 시간을 계산해서 일정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어제는 친구가 영화를 보자고 했고, 이미 반 정도 글을 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가 집에 열두 시쯤 돌아와 글을 마무리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영화를 보지 않고 집으로 바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습관이 되었다고 해서 글을 쓰는 것이 쉬워진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스스로가 갇혀 도저히 하나의 글을 써 내려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고, 궁금한 것이 생겨서 읽기 시작하면 새로운 지식에 딸려 나오는 생각과 또 다른 의문점에 끝이 없는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글을 써 내려가면서 이를 풀어내며 정리를 할 수 있었기에 그 정도의 어려움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나의 생각과 의견을 작성한 후 이렇게나 공개적으로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매일 글을 써야 한다'라는 세상과의 (그리고 나와의) 약속이 매일 밤 내가 쓴 글을 공개하게 하는 용기 아닌 용기를 주었다만, 그 날 하루 관심을 갖고 읽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어쩌면 많이 부족할 수도 있는 단상들을 공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나마 글을 마무리할 때는 대부분 새벽이어서 내 안의 완벽주의자가 더 이상 글에 시간을 투자할 에너지가 없는 피곤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글을 올릴 때도 있었다.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두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하나를 이야기하고 그에 동의하는 것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이를 제외한 것들을 무시하거나 이에 대해 반대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견을 표명하는 그 행위 자체가 많은 용기를 요구했다. 그동안 나는 타인의 반대 의견이나 비난의 화살이 두려워 꽤 오랫동안 공개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꺼려왔다.(물론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는 그렇지 않았다.) 더해서 특정 주제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서 두렵기도 했다.
3주가 지난 오늘, 이 두려움은 사실 여전히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 말했듯이,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그 약속 덕분에 나는 잠시 그 두려움을 꾹 누른 채 매일 밤 '발행' 버튼을 누르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내가 쓰는 말들이 마치 사기와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로부터 받는 지지와 관심이 고마운 점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내 능력 이상으로 과대평가받고 있다는 두려움의 형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의 능력보다 과대평가받고 있다는 그 두려움. 이는 사실 평생 그림자 마냥 나를 따라오던 것이었다. 예중에 들어갔을 때도, 외고에 합격했을 때도 주변에서 보내는 일종의 부러움이 섞인 그 찬사가 나는 부담스러움을 넘어, 나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지곤 했다. '사실 나는 그 정도는 아닌데 운이 좋아서...'라는 생각이 나를 끊임없이 쫓아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사기꾼 신드롬 (Impostor Syndrome)'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이는 비교적 보편적인 두려움이었다. 이를 느끼는 사람들은 대체로 본인의 성취가 능력이 아닌 운 덕분이라 느끼며, 그렇기에 본인들의 부족한 능력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한다. 대체로 본인의 노력과 능력 덕분에 현재의 자리에 오른 '사기꾼 신드롬'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주어진 일 등에 필요 이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함으로써 완벽주의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신드롬으로 인해 이룬 성취의 이유를 이들은 또다시 운으로 돌리면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곤 한다.
여성이나 소수 집단 사이에서 더 흔하다는 이 신드롬을 알아차린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니다. 예중에 들어가서 잔뜩 겁을 먹고는 처음 실기 시험을 보고 나서는 나도 썩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을 직면했을 때 나는 다시금 주눅 들곤 했다. 외고에 입학한 첫 학기에는 잔뜩 기가 죽어있기도 했다. 셰릴 샌드버그의 '린인'을 읽으며 여성으로서 사회와 교육구조가 내게 이 신드롬을 심어주었다는 걸 깨닫기도 했지만 그 깨달음이 결코 내가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비슷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던 친구에게 편지를 쓰다가 나는 깨달았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나는 그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손편지를 썼다:
"타인이 너를 보는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책하지 마렴. 혹시 지금 그랬다면 (내가 자주 그러거든, 누가 나 비행기 태울 때마다), 그냥 그 칭찬 곱게 받아들여서 조금은 부족한 내 자신감에 더해주어서 상대방이 말하는 그 '대단한' 사람이 되는데 한 발짝 더 나아가는데 쓰렴."
가끔은 과거의 내가 쓴 글이나 편지를 읽고 스스로가 깜짝 놀라곤 한다. 당시의 철없음이나 순진함에 놀라기도 하지만 1년 전쯤 쓴 저 편지 속의 조언이 지금의 나에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덕분에 오늘은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이 글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당신도 '사기꾼 신드롬' 느끼고 있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On the 11th of January I started this journey of writing daily. So it makes today the 22nd day of writing. They say that if you do one thing everyday for 21 days in a row, it becomes a habit. It’s safe to say that it has become a habit of mine because every morning when I open my eyes, I think of what to write that day instead of what to have for breakfast, and when I make plans for the day, I plan it around the writing schedule. Last night, straight after the movies I came home at midnight and finished my writings. I wouldn’t have gone to the cinema if I hadn’t wrote anything.
However, a habit doesn’t make writing any easier. Ideas constantly popping up back-to-back actually make it harder to write one coherent story. I can't write one coherent story. And once I started reading about things I got interested in, new sets of ideas and thoughts would come up as if it was never going to stop. Still, by the process of writing I was able to organize a set of scattered thoughts, and it was worth it.
What was more difficult was having to share my thoughts and opinions public. Luckily, the promise I made with the world (and with myself) to ‘write and share a story everyday’ has given me a psuedo-courage every night. Yet, it did not make it any easier to make public the things I have read and thought about in a day, as they seemed inadequate. It was somewhat fortunate that the perfectionist in me was too tired to spend more energy on polishing the writing due to the fatigue in the late night.
One of the biggest reasons that made me dread expressing my own opinion was that talking about and agreeing on one thing felt like (or sounded like) I was disregarding or disagreeing on other things. Hence, the act of expressing one opinion itself required much courage. For a long time I was reluctant in openly expressing my opinion for the fear of others’ disapproval or criticism. (Of course, I didn’t hesitate when I was having a conversation with someone.) Plus, it was scary to show my ignorance about a certain topic.
Three weeks into writing everyday, such fear still resides in me. As I said, the promise that I have made makes me press down the fear for a second to press the ‘Publish' button. But I still could not shed the feeling that things I say is a fraud. And while I was grateful for the support and love I have been receiving for my journey, it also came in a form of fear that I am overestimated for what I truly am capable of.
The feeling of inadequacy. It’s something that has been following me the whole life as if it’s a shadow. When I got into an art school, then to an elite school, others’ praise mixed with jealousy felt uncomfortable and somewhat terrifying, as I was afraid of exposing my inadequacy. The notion of ‘I’m actually not good enough but I was just lucky…’ kept chasing after me. But I found out that I was not alone. So many people suffered from it that there was even a word for it: ‘Imposter Syndrome’. Those who experience this syndrome usually attribute their accomplishment to luck instead of endeavor, and fear of their shortcomings being exposed. While they have earned their position fair and square, they also easily become perfectionists, investing too much time and effort in their tasks. Yet, once they achieve something they’d attribute it to luck again, trapped in a vicious cycle of underestimating themselves.
It is actually not a recent thing that I have noticed this syndrome — which is more common among women and minorities — in me. I was actually quite relieved after the first assessment in the art school, thinking that others weren’t as much better as I have dreaded. Still, I would feel daunted as soon as I was at a new environment. The first semester in that elite high school, I completely lost my nerve. While Sheryl Sandberg's ‘Lean In’ did help me understand that the society and the education system have instilled this syndrome in my mind, such revelation didn’t help me overcome the fear.
I realized how to overcome this syndrome by writing a letter to a friend who was suffering with the similar symptoms. Following is the part of a hand-written letter that I wrote to her:
“Don’t blame yourself for not being that great person as others praise you as. If you felt like it just now when I complimented you (I often do whenever someone flatters me), you should rather accept that compliment wholeheartedly and add it to your lack of confidence to become that ‘great’ person that you are praised as.”
Sometimes, I get surprised by reading my own writings or letters from the past. It is often for my puerility and naivety but sometimes it surprises me that the advice from that letter from a year ago would give me the courage today to move forward. Thanks to the past-self, I think I can publish and share this article with a bit of more courage. If you are also suffering from the ‘Impostor Syndrome’, I hope this writing helped. Remember, you are not al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