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Exists Everywhere.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도 청춘이니까 그런 식으로 우리의 아픔을 미화 시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I'm not trying to say that youth is about going through pain. Being part of the Korean youth today, I don't want others to glamorize our hardships like that.
"한국만큼 흥미로운 곳은 없는 것 같아. 지난 100여 년동안 그렇게 다양한 격동의 시대를 보낸 나라가 지구 상에 또 있으려나?"
한국에 왜 관심이 있냐고 물은 내게 한 외국인 친구가 해준 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현재 20대인 우리 세대로부터 올라가 엄마, 아빠 세대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는 각자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왔다. 가족 관계가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이 세 세대가 어떻게 공존해왔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20세기는 사실상 두 번의 세계대전과 뒤따른 냉전체제, 그리고 수많은 사회, 정치적 격동이 있었던 시기였다지만 한국의 20세기 만큼이나 변화무쌍한 시대를 보낸 나라가 둘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일제강점기에 나고 자라서 한국 전쟁을 치른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는 사실상 그 후에 따른 독재정권과 급격한 민주화, 그리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난무한 현재까지 살아오셨다.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는 그중 일부만을 직접, 나머지는 교과서나 TV 등 간접적으로 경험했을 뿐이다.
2년 전쯤 대한민국의 청춘(youth)에 대해 리포트를 쓴 기억이 난다. '역사 만들기'라는 교양 수업에서 받은, 청춘을 삼 세대에 거쳐서 어떻게 정의하는지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논의하라는 과제였다. 단순히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선택한 이 주제는 할아버지와 이모들, 그리고 오빠를 비롯한 가족뿐 아니라 한국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영상통화까지 해가며 인터뷰를 하느라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웠다. 더구나 기억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해석되고 어떤 면에서는 낭만적으로, 어떤 면에서는 그 반대로 각인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았던 인터뷰를 학술 리포트로 작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이 과제를 통해 후에 친구가 말한 그 "흥미로운" 역사를 가진 한국 사회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청춘'의 시대적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세대의 청춘은 매일같이 생사를 걱정해야 했다고. 그리고는 "너희는 이해 못해",라고 덧붙이셨다. 할아버지 세대에게 있어서 청춘이란 끊임없는 사투였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갈망이었다. 한국전쟁 후 지구 상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1960년까지만 해도 일인당 GDP가 일부 아프리카의 국가들보다 낮은 79달러였다. 그 전에 너무나 가난했기에, 부모님 세대는 그나마 비교적 나은 경제적 상황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총 GDP는 1960년대 초반에서 1980년대 후반 사이에 100배가량 증가했다.) 아직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겠지만 이모들은 그보다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시기로 당신들의 청춘을 기억했다.
그렇다면 2016년을 살아가는 청춘들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헬조선’, ‘수저론’ ‘노오력’ ‘N포세대’ ‘열정 페이’ 등 자조감이 담긴 우리 세대의 신조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대변하고 있다.
물론, 할아버지 세대는 절대적 빈곤 하에서 죽어라 노력하면 죽지 않을만한 상황이었고, 엄마, 아빠 세대는 죽어라 노력하면 살만한 대가가 나오는 시대였다. (물론 당시에도 인맥, 학맥 등으로 인한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의대 교수의 아들은 간호대 입학 성적만으로도 의대에 입학할 수 있던 시대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 세대는 아무리 ‘노오력’해도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경제적으로 우리는 지난 두 세대와 비교해서, 아니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잘 나가는 편이다. 다만 우리는 상대적 빈곤에 좌절하고 있다.
'헬조선'과 '탈조선' 등의 문제점은 마치 한국을 떠나기만 하면 만사가 해결될 거라는 식의 태도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에서 ‘헬조선’과 ‘수저론’에 대해 다루었을 때 달린 댓글들에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류의 말들이 꽤 있었다. 사실상 ‘아메리칸드림’은 더 이상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기도 하며,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건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를 외쳤던 많은 국가들의 상황이기도 하다.
게다가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는 진짜 생사가 달린 지옥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 외할아버지의 ‘청춘’ 시절에는 하루에 한 끼 먹는 것도 일이었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우리는 이해 못할 거라 했던, 삶의 최전선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왔던 그 당시만큼 힘들었을까 가끔 생각해보곤 한다. ‘헬조선’이라 자조하는 우리 세대에게, 그러면 백 년, 오십 년 전으로 돌아갈래?라고 물으면 어떠한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같은 청춘을 보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를 부정하고 싶지도, 그럴 수도 없다. 나도 당분간은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게다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 세대와 할아버지 세대를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불공평한, 아니 옳지 않은 비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불공평한 것이다. 아무리 '노오력'해도 안될 때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계속되면 모든 것이 다 지옥같이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게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지 않나 싶다. 한두 번 '노오력'해서 안되면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의지를 가지고 칠전팔기라도 해볼 수 있는데, '노오력'과 좌절의 악순환이 반복되어 인생을 정의해버린다면 삶의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기도 하다.
배가 고픈 것은 참지만 남의 배가 부른걸 보고 배가 아프면 안 되는 우리들의 심정은 사실 격동의 20세기에 윗 세대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모두가 주변에서 달리는 사람보다 조금만 더 빨리 달리기를 바랐다. 그러한 상대적 경쟁심이 한국 사회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에서 50년도 안돼서 G20 중 하나로 끌어올렸다. 당시에는 달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비교적 많은 편이었기에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랬기에 맨발로 달리든 최고급 나이키 러닝화로 달리든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신경 쓸 여지도 없이 마냥 달리기에만 집중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워진 것은 물론, 50대면 대기업에서도 은퇴해야 하는 오늘날, 결승선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의 절대적 숫자가 제로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누구는 페라리 뒷좌석에 앉은 채 출발선에 서는 반면, 누구는 온갖 짐을 가득 진 채 구덩이 속에서 시작해야 하니 절박함을 넘어 좌절감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도 청춘이니까 그런 식으로 우리의 아픔을 미화 시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리는 부모님 세대와는 또 다른 시대를 살고 있기에 당시의 담론이 먹히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조선'에 자책하는 젊은이들에게 일말의 충고를 할 때마다 인정사정없이 공격받아야 하는 사회는 과연 옳은 것인가? 사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정되어 있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어쨌거나 나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는 않았고 임시적이긴 하지만 '헬조선'이 아닌, 한국 사회의 자조감에 부응했던 베스트셀러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가 지옥 같은 한국을 떠나 (혹은 '탈조선'하여) 온 호주라는 곳에 와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삼 세대에 걸쳐 정의된 '청춘'에 관한 나의 리포트는 흔치 않은 A+를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한국의 청춘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며 이 글은 이 시대의 청춘을 대변할 수 도 없다. 다만, '헬조선'을 외치고 인터넷 상에서 소모적인 싸움을 하기보다는 사회구조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 사실 남의 불행이 나의 불행을 무마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남이 행복하다고 내가 불행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실 이 글은 결국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한국의 20대로써 그동안 정치나 사회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는지, 오히려 그 시간에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나 소모적으로 소비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헬조선'에 관한 글을 읽다 보니 2012년 총선 때 '청년당'이라는 정당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정당 득표율이 너무 낮아 해산되어 버리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4년이 가까이 지나서야 나는 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헬조선'은 알아도 '청년당'에 대해 아는 청춘은 얼마나 될까?
"I don't think there is a place more intriguing than Korea. I don't think there's another country that has gone through such a period of diverse turmoils in the past 100 years or so."
This is how my foreign friend answered when I asked him why he is interested in Korea. It is true. From people in their 20s today, to our parents’ generation and their parents' have gone through such different lives. It's almost surprising how these three generations were able to coexist under the Korean society where familial relations are integral. While 20th century was indeed a period full of social and political upheavals including two World Wars, the Cold War that followed and much more, I don't think there's another country that has had much convulsions as Korea have. My grandparents' generation were born and raised under the Japanese rule, then spent their youth during and after the Korean War. They also lived through the decades of dictatorship, a rapid democratization and today, when the term "Hell Joseon" prevails. - 'Joseon' is our last dynasty that operated upon a feudal system. The neologism reflects the Korean youth's self-deprecating view on their own society. - Our parents' and our generation only partially had firsthand experience of the upheavals.
I remember writing a paper on the youth of Korea around two years ago. During a common core course called 'Making History', I was given an assignment to discuss how the three generations of Korea define their own youth under historical context. While I chose the topic simply for its interesting appeal, it was actually a lot more demanding and complicated; I had to FaceTime both my family members including my grandparents, aunts and brother and my friends in Korea. Besides, because memory is something one reinterpretes as time passes, sometimes by romantisizing or by the opposite, it wasn't easy to write an academic paper out of subjective and unsystematically-held interviews. Still, I was able to understand that "intriguing" history of Korean society more thoroughly. It was also an opportunity for me to ponder on the meaning of "youth" today.
My grandfather told me that his youth was worried about life and death everyday. "You guys wouldn't understand", he added. Youth for his generation was an incessant struggle for survival and a longing for better life. After the Korean War, South Korea was one of the poorest countries in the world. Even until 1960, GDP per capita was $79, which was lower than some sub-Saharan African countries. Just because the country was extremely poverty-stricken during that time, the subsequent generation did grow up in a relatively bettered economic state. (GDP of South Korea grew almost 100 times from early 60's to late 80's, which is barely three decades.) While they were still pretty impecunious, my aunts recalled their youth more as a politically unstable period.
Then, how is the youth of 2016 understanding the Korean society as? From 'Hell Joseon', 'Spoon Theory' (indicating how one's socioeconomic background, represented by a spoon, determines one's life), pointless endeavor, 'generation that has given up numerous things', and to 'enthusiast payment' (mocking how employers justify exploitation without paying, for he/she did it out of pure passion, a list of self-depricating terms that are newly coined is nonstop. It represents the Korean youth's relative feeling of deprivation.
Of course, our grandparents' generation barely survived even after working for dear life under absolute poverty. My parents' generation was when if one works hard desparately would be given a satisfying result. (Well, corruptions through connections were obviously rampant. I heard that a medical school professor's son would be qualified to enter that medical school regardless of his grades.) Yet today, we keep telling ourselves that no matter how much and hard we work, we would not be able to escape this hell. But we have come so far since the past two generations and we now do quite well compared to other countries too. Yet, we are breaking down under the relative poverty.
The problem with discourses regarding 'Hell Joseon', and 'Escape from Hell Joseon' is that people tend to think that once you leave this hell called Korea, everything else is going to be ok. It's not. When The Washington Post recently explained the odd terms of 'Hell Joseon' and the 'Spoon Theory', there were a number of replies by foreigners who claimed that the situation in their countries are not much different. 'American Dream' is practically gone and the countries that have chosen Neoliberalism are now struggling with growing income gap.
Besides, we can just take a look at our grandparents' lives to see a life under a real hell, where securing even a meal everyday was a struggle. I sometimes wonder how harsh the lives were then and ask whether young Koreans would prefer 50 to 100 years before to today.
Yet, as a Korean youth I don't want to and I cannot deny the difficulty we face. Indeed, I don't intend to go back to Korea for awhile. Besides, it might be unfair to compare our grandparents' generation to us, as we have grown up in disparate environments. Nevertheless, life is unfair and somethings just don't work no matter how hard one works. Yet, when a relative deprivation and frustration continue, everything seem like a hell. I think that's the problem with the Korean society today. If it doesn't work the first few times we can be patient and try again but if the viscious cycle of endeavor and frustration that follows defines one's life, then it's easy to lose a meaning in life. I guess that's why Korea has the highest suicide rate among OECD countries.
I believe that Koreans' sense of jealousy was one of the driving forces in the 20th century. Everyone wanted to run a bit faster than the others. And such relative competition brought up Korea from one of the poorest countries to G20 in less than five decades. While it was necessary to sprint to survive, there was hope because of a generous number of winners that was allowed. So people didn't care whether one was barefoot or was wearing some facny Nike runners. They just focused on running, and getting to the finishing point faster than the rest. Neverethelss, the sheer number of winners of race has dropped to almost zero today, making a job search more difficult than ever. Plus, the wider income gap that greatly differentiated people's starting point made people desparate and discouraged.
I'm not trying to say that youth is about going through pain. Being part of the Korean youth today, I don't want others to glamorize our hardships like that. It's also obvious how previous generations' mindset wouldn't be effective on us. However, I don't think attacking anyone who suggests a set of advice to the youth who are reproaching its own country as 'Hell Joseon' is right. I know that there's a great limit to which I can speak about this issue and there's much room for deliberatin. I did indeed grew up in a well-to-do family (not with a 'dirt spoon'), and I am currently living in Australia, the country that the protagonist from the bestselling novel ends up at after escaping from the country that did not love her back.
I got a rare A+ for the paper on how the three generations in Korea defined youth. It doesn't mean that I understand completely what youth is in Korea, let alone represent it. Yet, I believe it'd be more constructive to work on the social structure instead of engaging in consumptive arguments online yelling 'Hell Joseon' with no avail. Others' misfortune does not make mine any less bad but others' happiness shouldn't make us unhappy.
This whole article is actually an open letter to myself. I regret having wasted my time on provocative news stories with click-bait titles, instead of learning about things that actually matter. While reading about 'Hell Joeson' for today's story, I read that there was a 'Youth Party' back in 2012 for the general election. While they disassembled for the lack of support right after the election only after 4 years have I heard about them. I wonder how many Korean youth know about the 'Youth Party' compared to those who know what 'Hell Joeson'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