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eun Choi Feb 08. 2016

나만의 향기를 내뿜는 사람

Exuding Your Own Scent

나는 그저 무취의 나로서, 남들 사이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사람으로 묻어가곤 했다.


I would go with the flow and mix in as a scentless person, which has turned me into a person whose presence or absence did not make much difference to others.


2016년 2월 8일, 두키

어려서부터 나는 꿈도, 야망도, 욕심도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숫기는 또 얼마나 없던지 심지어 가까운 친척들이랑 밥을 먹으러 가도 입을 꾹 다물고 있곤 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면 수줍음에 아무 말 못 하고 그냥 멋쩍게 웃곤 했다. 동시에 나는 고집 하나는 웬만한 사람보다 센 편이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이면 별생각 없이 묵묵히 해나갔던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내가 원하는 것 못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만난 오랜 친구들이 하나 같이 내게 고집 하나는 셌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 그랬나 싶기도 했다.


내가 부리던 고집 중 하나, 아니 이루고 싶었던 것 한 가지는 나만의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엔 학교에서 집에 와서는 내 스케치북 겸 일기장을 꺼내 이루고 싶은 것들을 빼곡히 적고, 그림으로 그리고는 했었다. 해가 질 때면 서쪽에서 내 방에 짙은 오렌지빛 노을이 흘러들어왔고, 나는 그 따스함을 느끼면서 그 빛이 매 분마다 조금씩 옮겨가는 것을 보며 노래를 듣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곤 했다. 나는 오빠도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혼자 놀기의 달인이었다. 


그 때는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내면이 아닌 밖을 보았다. 아마 전에 말했듯이 인생의 첫 번째 단계인 '모방'단계에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을 보고 배우려 했었나 보다. 어쨌거나 내가 닮고 싶은 사람들을 발견할 때마다 - 그게 실제 삶에서든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든 - 나는 내가 그 사람의 위치에 서있는 것을 상상하곤 했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을 때는 좋아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과 글, 인터뷰를 찾아보며 어떻게 하면 내가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 하기도 하고,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을 때는 여행서적을 모으다시피 사서 읽고 또 읽으며 지구 어딘가에 나 홀로 떨어져 새로운 땅을 밟으며 언어가 대충 어눌하게나마 통하는 사람들과 몸짓 발짓을 해가며 소통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동시에 꽤 오랫동안 나만의 그 향기가 누군가에게나 기분 좋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사람은 내 향기를 좋아할까?' ‘만약 내 향기가 별로라 그러면 어떻게 하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라고 걱정을 하며 나만의 향기를 꼭꼭 숨기곤 했다. 그리고 나는 그저 무취의 나로서, 남들 사이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사람으로 묻어가곤 했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욕망과 남에게서 거절당하고 싶지 않다는 그 두려움 사이에서 나는 힘들어했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느냐, 아니면 일부의 질타를 받느냐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뻔한 걸로 고민을 했나 싶을 정도로 전자는 불가능하다는 게 너무 명확하게 보이지만,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저 고민에 힘들어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차라리 그 목표를 이루려고 아등바등할 바에야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람으로서 짙은 향기를 남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낫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나는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나만의 향기를 간직하고 뿜어내되, 그게 -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한- 비판을 받거나 타인의 미움을 사더라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뇌곤 했다. 마치 나만의 만트라처럼 그 말들을 반복하며 흔들리던 나 자신을 곧게 세워주곤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자아가 불완전해지는 관계 사이에서 방황하기보다 차라리 내 방에서 혼자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심지어 유튜브에서 시시콜콜한 동영상을 보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좋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선택해왔다.


아직도 가끔은 멈춰서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너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내린 그 선택에 조금 더 확신을 갖게 된다. 특히나 별다른 이유 없이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그 온기와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그 특별함에 나는 날아갈 것만 같다. 왜냐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데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건 내가 평소에 나만의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향기가 그들의 감각을 자극했다는 것이니까.


노을이 짙게 들어오던 아늑한 내 방 침대에 앉아 썼던 당시 일기에서 지금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이 세상에 규모와 상관없이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라고 쓴 부분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만의 색깔로 이 세상의 일부를 물들이고 싶었고, 나만의 향기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었다. 그리고 십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만의 향기를 마음껏 내뿜고 있었다. '너는 특별한 사람이야'라는 말은 그래서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한 길을 제대로 밟아나가고 있다는 확신과 나아갈 용기를 준다.


Since I was little, I was a girl full of dreams, ambitions and even greed. At the same time, I was so shy that even when I was having a meal with my close relatives I couldn’t have been more silent. And when I was in junior high school, whenever a stranger talked to me in school, not knowing what to say all I did was smile bashfully. However, I think I was also quite stubborn, pursuing whatever I wanted to do. While I thought that I have been considering others’ wants or needs before mine, a number of close friends that I have known since young have recently told me that they remember me as a pretty stubborn person. So I guess I was.


I think I was stubborn in a sense that I had my dreams and goals unhindered by others’, and I was adamant that I would find a unique scent of my own. When I was 14, after school I would come home and start scribbling down my dreams and doodling my ideas on my sketchbook which was also my journal. When the sun was setting, a deep orange light would shine through the window. I would watch the light move and soon fade away little by little while listening to music, writing or taking photos. For some reason I loved having “me time” even though I had a brother to hang out with.


Then, I would look outwards, not inwards to find that one-of-a-kind scent of mine. As I wrote before, I guess it was because I was in stage one, mimicry, that I was trying to learn by imitating others. Whenever I aspired someone — be it in real life or through a book or Internet — I would imagine myself in his/her position. When I wanted to become a photographer, for instance, I would look up works, writings and interviews of my favorite photographers and yearned for becoming a person like them. When I wanted to become a travel writer, I would collect travel books and read them over and over again, dreaming of myself landing in a foreign land to explore and communicate with the locals using a body language.


Simultaneously, for quite a long time I also hoped that the special scent I have would please everyone. So every time I met someone new, I would be worried whether my scent would please him/her or not. Often times, I would convince myself that he/she wouldn’t like my true side and would hide the unique scent of mine. So I would go with the flow and mix in as a scentless person, which has turned me into a person whose presence or absence did not make much difference to others.


I struggled between the desire of becoming a special person and the fear of being rejected by someone. I thought I only had choices of being loved by everyone or of being criticized by some. Now that I think about it, it was so clear that the former is unachievable. Yet, even a few years ago I had a hard time worrying over not being able to achieve the former. Through trial and error, I have learned that being everyone’s favorite is impossible, and other than trying to achieve that unreachable goal, I’d rather try to leave a strong and unique scent on the special people that I actually care.


The past few years, whenever I had a choice to make, I would tell myself to keep exuding my own scent and stay uninfluenced despite others’ criticism or hate, unless it concerned bad morals. By repeating it like a mantra, I would stand firmly on my ground unhindered by the surroundings. So instead of wandering around the people who made me feel uncomfortable with being myself, I decided that it’s better that I read, write or even watch some silly YouTube videos alone in my room.


Today, there are still moments that I hesitate. But whenever the people that I really care about, and the people that I aspire tell me ‘you are unique’, or ‘you are one of a kind’, I grow more certain about the decision I have made to become a person with her own scent. Especially whenever I hear such encouraging words for no particular reason, I feel exhilerated for that ‘ordinary specialness' and the warmth. It is because the fact that they told me such ‘for no particular reason’, means that I have been exuding my unique scent on ordinary days.


One part that I remember from that sketchbook/journal I used to write on a bed, where a deep orangey sunset would come through, is that I wrote ‘I’d like to bring changes to this world regardless of their size or scale”. I wanted to smear into a part of this world with my own color, and I wanted to leave marks on people’s mind with my own scent. Less than ten years from then, I was freely exuding my own scent. Words like ‘you are unique’ are, therefore, one thing that gives me the conviction that I am indeed on a right path towards my goal, and also the courage to go on.

작가의 이전글 '탈조선'이 지옥 탈출 방법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