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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결국은 자신을 무너뜨린다

by 별난애

초등학생 때 나는 내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거짓말 하나면 되는 줄 알고 가볍게 던졌는데 이 거짓말을 사실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거짓말이 필요했다. 그래서 급하게 머리를 굴려 만들었지만 결국 들켰고, 나는 신뢰를 잃어버렸다.

한 번에 몰려오는 추궁에 겁을 먹었고 두려웠다. 내가 만든 거짓말에 내 발등을 찧은 셈이었다. 거짓말이 들통나니 벌거벗은 기분이었고 부끄러웠고 창피했다.

그때의 기억이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그 후로는 절대 거짓말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후 몇십 년이 흐르고, 나는 또 한 번의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나를 숨기기 위해서. 내가 가진 콤플렉스나 약점,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들키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고, 똑같이 다른 거짓말도 해 사실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머리를 잘 굴리지도 치밀하지도 않은 나는 거짓말의 허점이 많았다. 그 허점들까지 채우면 얼추 그럴싸하겠지만 어차피 거짓인 말에 내 생각과 에너지와 시간을 정성스레 쓰고 싶지 않았다. 웃기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돼? 피곤하다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의 특징


1. 거짓말은 휘발성이 아니다

몇십 년 만에 해보는 거짓말에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다. 그리고 문득 거짓말은 어쩌면 휘발성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몇십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럼 사실처럼 만들려는 이 거짓말도 몇십 년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려면 그 거짓말을 계속 기억해야 한다는 말인데 기억한들 애초에 사실이 아니니까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과연 거짓말을 한 번만 할까? 거짓말로 상황을 무마한 적이 있다면 또 다른 상황이 찾아왔을 때 다시 거짓말로 무마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고 바로잡는 것보다 거짓말로 상황을 덮는 게 쉬우니까. 그래서 거짓말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말이 이 말이다.



2.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사실과 더 멀어진다.

거짓말은 그냥 껍데기일 뿐이고 그 껍데기는 언젠가는 버려야 한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실제의 나와 멀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러면 내가 나를 갏아먹고 있는 것과 같다.

나는 거짓말을 했을 때 이 부분이 제일 초라했다. 나를 채우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는데 채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빈 곳을 더 넓게 만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거짓임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거짓말을 만들고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 초라하고 불쌍했다. 누군가 나한테 “네가 불쌍하니까 주는 거야. 이거라도 받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아주 치욕스럽다.



3. 거짓말은 타인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거짓말이 나쁘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은 자기가 한 거짓말에 자기를 괴롭히는 행위, 즉 초점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머리를 잘 굴리지도 치밀하지도 않은 나라는 사람으로 거짓말을 설명했지만 이런 나와 달리 치밀하게 다른 거짓말로 채우고, 영원히 기억하고, 사실이라고 인식하면 문제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거짓말의 대상은 타인도 포함한다. 특히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타인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는 행위, 타인을 속임에 자기가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조종하려는 마음,

타인을 속임으로써 자신의 유능함을 느끼려는 심리 등. 공통적으로 타인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올려치기 한다. 그래서 사기꾼들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 때 거짓말임을 인정하지 않고 “속은 너네가 잘못이지”라며 타인을 비난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임이 찔려서 되려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이런 모습이 나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의 기저에는 타인의 것을 뺏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타인을 깔보고 있다는 사실이 제일 질 나쁘다. ‘쟤는 당연히 속지‘하는 마음. 아무리 바보 같고 빈틈 많고 생각 없어 보이고 진짜로 그렇다한들 그런 사람을 이용해보려고 하는 비열한 사고로 머리를 굴린다. 그들은 이런 자기를 치밀하고 똑똑하다 생각하겠지만 그 머리를 타인을 속이는데 쓴다면 과연 누가 인정해 주고 박수쳐줄까?

만약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인정해 주는 거라면 그것은 착각이고 허상일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머리로 많은 사람의 인정과 박수를 받을 수 있음에도 자기 한 사람에게만 받는 것으로 스스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신을 불쌍하게 만든 것이니까.



4. 거짓말은 거짓말에 속은 사람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까지가 거짓말이다.

아까 잠깐 언급했다시피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은 타인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올려치기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속은 너네가 잘못이지”라며 타인을 비난한다.

여기서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책임을 나누게 하는 것까지가 그들이 짠 거짓말의 끝이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얼마를 주면 배로 줄게. “하며 그럴싸한 근거(말이나 자료)를 대며 말했고 B는 A를 믿고 돈을 주었다. 그 후 B는 A의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A에게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며 따졌다. 그랬더니 A는 B에게 ”그러니까 누가 속으래? 속은 네가 잘못이지 “라며 말했다.

과연 속은 B가 잘못한 걸까? 애초에 시작은 속음이 아니라 속임에 있다. B가 속아서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니라 A가 속이려 한 것이 시작점이다.

그리고 A의 거짓말은 “얼마를 주면 배로 줄게.” 만이 아니다. 속았을 때 속은 자신을 탓하는 것까지가 A의 거짓말이다. 즉 거짓말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A의 시점에서 세운 거짓말 계획은

1. B를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2. 그럴싸한 거짓말들을 만들어

3. B를 속였고

4. 속인 자신을 탓할게 뻔한 B에게 속은 책임이라고

포장해 자신의 거짓말의 책임을 넘겨주는 것


까지가 A의 거짓말이다. 그래서 속인 사람을 탓하는 것이 절대 정신승리가 아니며 속은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거짓말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까지가 ‘거짓말’이다.



5. 거짓말은 결국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게 한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든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든 결국은 그 화살은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않기때문에 해도 괜찮다 생각이 들겠지만 거짓말로 만든 자신은 어찌됐든 진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40점을 맞은 내가 부끄러워서 실수였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실수였다 생각하고 실수라고 말한들 40점이 100점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40점이 사실이니까. 다음 시험에 100점을 맞아도 40점을 맞았던 사실은 없어지지 않는다.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한 사람은 자기가 피해를 받지 않거나 또는 이득을 얻는다. 피해를 받지 않고 이득을 얻으니 좋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신뢰를 잃는다. 신뢰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맞는 말이다. 누군가에겐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는 것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타인보다 자기를 우선으로 둔다.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고 사기로 죄값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또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신뢰가 중요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은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고 알려줘도 모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거짓말에 대한 ‘사실’

-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은 자기 자신을

채우는 게 아니라 더욱더 초라하게 만든다.

-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은 거짓말을 해야지만

상대방보다 능력이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 거짓말은 거짓말에 속인 책임까지 당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까지다.

- 거짓말이 그럴싸한들 사실이 되지 않는다.

- 거짓말은 결국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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