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 호봉제가 싫었던 내가 그동안 했던 착각

점점 떨어지고 있는 나의 가치

by 별난애

이전 24년 11월 8일 발행한 ’ 인생 | 퇴사가 답이 아니라 나에게 달려있는 것‘ 글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나는 근속연수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는, 호봉제가 싫어서 퇴사를 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지금, 나의 가치는 최저시급이기에 다시 직장인이었을 때의 월급까지 올리는 일이 나의 첫 번째 목표이다. ”


노력과 성과로 성취를 느끼는 나로서는 호봉제가 무의미했다. 내가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이룬 만큼 보상이 있어야 더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할 텐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오래 다니면 얼마 인상해 줄게 ‘라고 하면 대체 누가 열심히 하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냥 하던 대로 계-속하라고 하는 듯한 무심한 태도와 개인의 의지와 성장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러한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양한 경험

그래서 나는 내가 한 만큼 받고자 첫 퇴사를 선택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내 능력치가 올라갈 거라 믿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의지도 충분하게 가지고 있으니 무엇을 하든 전 직장의 월급과 비슷한 정도까지는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실제로 퇴사한 후 다양한 일을 경험했고, 그 시간들에서 새로 알게 된 것, 깨달은 것도 꽤 있었다. 가끔 할 일이나 약속이 없어 지루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만큼 정신없이 바빴던 적이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일과 기회로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잠시나마 다른 직업을 가져보기도 했었다. 또는 이참에 자기 계발에 시간을 쏟아볼까 싶어 관련 교육이나 스터디에 한창 몰입한 적도 있다. 앞서 한 것들이 성과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경험’을 한 건 확실했다. 24년 11월 이후 지금 25년 5월까지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알차게 경험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한 착각


부지런하게 경험한 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직에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사실 첫 직장을 퇴사하고 지금이 두 번째 입사는 아니다. 그 사이 두세 개 정도 다른 계열의 직군을 일한 적이 있었다. 정규직 같은 계약직으로. 어떤 곳은 계약을 계속 갱신하는 식이었고, 다른 곳은 수습 후 최종 채용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였다. 다들 이런 말하면 보통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으니까 퇴사했다고 생각하던데 나는 그게 아니었다. 나의 솔직한 마음은 그것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월급이 아니라 하는 업무가. 그리고 내가 가진 경험에 대한 우대가 있었음 했다.


나는 남들에게는 없는 능력을 유일하게 가진 것도, 특출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 또래의 사람들 중에서는 꽤나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를 했다. 직접 부딪혀서 경험을 한 만큼 배운 것들과 이전보다 알게 된 것,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 덕분에 자존감과 뿌듯함도 생겼다. 과거 어느 때보다 성장했다.

다만, 이제야 깨달은 건 ‘가치는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내 능력치가 올라갈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즉, 내가 다양한 경험을 한 이유는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르기는커녕 떨어졌다. 내가 만약 그동안 아무런 노력도 안 해서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겠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억울하고, 또 나보다 경험이 적은 이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이 생겨버렸다. 내가 이들보다 할 줄 아는 게 분명 많은데, 못해도 상관없는 듯한 반응에 허무함을 느꼈다. ‘왜 내가 가진 능력만큼의 대우를 못 받지?’라는 생각이 한창 머릿속을 맴돌다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 경험이 의미가 없어서인가?’ 싶었다. 나만이 할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있으나마나한 것들이라면?

이 물음에 누군가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언젠가 도움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필요도 없는데 굳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아버렸고, 그래서 내 경험은 어느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과 차별성을 두지 않는 환경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흔하디 흔한 경험들로만 채운 내 탓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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