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편안함이 그리고 그만한 책임이
나는 썸보다 연애가, 연애보다는 결혼이 확실히 좋을 것 같다. 아직 내가 결혼을 안 해봐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결혼은 그 결정을 무르기 어려울 만큼의 무게가 있고 그 무게에는 그만한 책임과 확실함이 단단한 우리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울타리일지, 아니면 족쇄일지는 지나 봐야 알지만.
썸
난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 좋다. 헷갈리는 거 말고, 헷갈리게 하는 거 말고. “너 나 좋아해?” 물었을 때 “너는?”이라고 되묻는 거 말고, “내가 너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떠보는 거 말고. 그냥 깔끔하고 쉽게 “응” 아니면 “아니.”로.
이 말이 그렇게 어려울까?
선을 긋는 듯하다가도 넘고, 친구 같다가도 연인 같은 이 관계가 나만 이상한 건가?
누군가 “너네 무슨 사이야?” 했을 때 난 대체 무슨 사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책임은 지기 싫고 즐기고는 싶은.
너의 한마디로 마음을 줬다 뺏다 하는 게 보이는, 이런 나를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기라도 한 듯.
그래서 나는 ‘썸’이 싫다. 즐긴 건 다 즐기고, 할 건 다하면서 “너 안 좋아해” 이 한마디로 그걸 다 무를 수가 있다는 게.
연애
연애도 똑같다. ‘사귀자’ 말 한마디로 시작해 ‘헤어지자’ 끝나는, 고작 이 말하나로 그동안의 시간이 한순간으로 끝나버린 게 허무하다.
그때의 우리는 영원할 것 같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굳건할 거라 믿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그리고 이제야 알 것 같은 그 찰나가 우리를 끝내 갈라서게 만들었다는 게.
나는, 너는,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온 걸까.
매일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생각하는 우리는 이제 없는 걸까. 아파도 신경 쓰지 않아야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남 일처럼 대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걸까
결혼
아직은 가보지 못한 단계. 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바, 결혼으로 이 세상을 지켜줄 든든한 울타리가 될지 아니면 틈조차 안 보이는 독방에서 살아야 할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아는 걸 느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 한결같은 사람이 사실은 권위적인 사람이었거나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 알고 보니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거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보이는 것들이 결혼을 한 후에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지금이야 시대가 많이 변해 이혼이 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도 할 수는 없는 게 ’확실함‘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한때 너의 아내/남편이 되었고, 우리 사이에는 자식이 있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나는 확실하지 않은 관계보다 확실한 관계가 낫다고 생각한다. 확실함은 깊이와 무게, 책임이 따라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