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의미
보통 짝사랑은 쌍방이 되거나 아니면 짝사랑으로 끝이 나는 건데 나는 사랑에서 짝사랑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 이는 나는 ‘아직’ 마음이 있는데 상대방은 없을 때, 즉 차였을 때이다.
차임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서로가 질리도록 싸워
누가 먼저 헤어짐을 말하는 것과 어느 한 명이 잘못해서 헤어지자 듣는 것 그리고 마음이 끝나서 헤어지는 것이 있다. 나는 세 번째였다. 상대방이 마음이 끝나서 헤어짐을 통보받았다. 우리의 관계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는 나를 더 이상 연인으로 보지 않았다. 나를 보는
그의 눈에는 애정도 애증도 그리움도 아픔도 슬픔도 전혀 없었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치 동성을
보는 듯했다.
반면, 나는 아직 그를 연인으로 보았다. 그를 볼 때
많은 감정이 있었고 그중에 ‘미련’이 제일 컸다. 제삼자가 눈치챌 정도였는데 그가 못 느꼈을 리가 없었다.
그만큼이나 나는 확실했다. 나는 아직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짝사랑의 마음
나는 그 사람을 볼 때 지나간 풋사랑 시절이 떠올랐다. 그 사람과의 추억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나기 전 내가 짝사랑을 했었던 시절. 그때와 지금의 내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때의 나는 내가 짝사랑하고 있다는 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고, 괜히 고백했다 거절당할까 봐 두려웠고, 어색해질까 봐 아닌 척을 했는데 지금의 나도 똑같다. 조금이라도 선을 넘으면 거리 둘까 봐 조마조마했고, 있던 정도 없어질까 봐 두려웠고 마음이 남아있지 않은 척을 했다. 그 외에도 나에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눈치 보는 거, 진심을 알고 싶은 거, 알고 싶다가도 모르고 싶은 것까지 똑같았다.
짝사랑의 특징
오랜만에 하는 짝사랑은 외로웠다. 나는 네가 좋은데 왜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지. 왜 나만 기대하고 실망하는지. 너의 말과 행동에 왜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지.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마음은 왜 아닌 게 아닌지. 내가 이러는 게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나는 왜 애꿎은 너를 탓하고 있는지. 나는 네가 이만큼이나
신경이 쓰이는데 너는 이 모든 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까지.
그래서 짝사랑이 힘들었다는 게 생각이 났다.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 너도 나를 좋아했으면 하는 기대와 혹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결국 나를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앎에도 그래야만 할 수밖에 없어서.
짝사랑의 두 가지 입장
나는 예전 짝사랑을 했을 때 헤어지더라도 그와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내가 너를 보는 것만큼 네가 나를 봐주고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한다는 의미가 있고,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함께 할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거니까.
하지만 지금의 짝사랑은 그 사람과 사랑했던 때가
있어서 힘들다. 그 사람과 사랑을 나눴던 그때와 지금은 다르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그때와 똑같지 않을 거라서. 그때마다 그거야 해봤으니 알 수 있는 거라고도 생각해 보았고,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도 수없이 생각했지만 ‘더 이상’ 이
힘들었다.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더 이상 그럴 수 없어서.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어서.
사랑에서 짝사랑으로 돌아가는 건 우리 사랑의 끝이자 다시 외로운 사랑의 시작이라는 걸. 혼자에서 우리가 되지 못한 것보다 우리가 되었다 혼자가 된 것이 더 외로움이 커서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