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 시절인연(時節因緣)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럼에도 놓아야 한다는 게

by 별난애

‘시절인연(時節因緣)’

뜻은 정확히 몰라도 단어를 떼어보면 비슷하게 어떤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다. 시절(한때), 인연(관계).

한마디로, 스쳐간 인연. 더 나아가 모든 인연에는 다 때가 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라는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나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랑 가까운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들고, 그중에서도 더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은 한 두 명.

어릴 때에는 친하다 할 수 있는 친구가 몇 없어 ’ 내가 소심해서 그런가? 내가 말이 없어서 그런가? 내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가?‘하며 친구가 별로 없는 것이 부끄러웠다. 친구를 사귀는 게 왜 이렇게 어렵고, 나는 왜 이런 성격인가 싶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 친구가 많은 것보다 마음 맞는 친구 한 명이 더 가치 있다 ‘는 말을 듣고 친구의 수를 늘리기보다 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친구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 후로는 관계의 깊이를 더 중요하게 여겨 지금 내 주변에는 최소 5년이 넘는 관계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시간 동안 변함없이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 주고, 이어갈 마음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하는 애틋함도 있다.

게다가 나는 이게 낯가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고, 그 외 사람들에게는 ‘아웃 오브 안중’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외 사람들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게 되었다.


“너 나 별로야? 오케이”

“너 나 좋아해? 고마워”


어쩌면 편 가르기 일 수도 있지만 ‘이유 없는 싫음’이라면 노력하면서까지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 없이 뒤도는 편이다. 어떠한 이유 든 간에 나의 시간, 돈, 에너지를 써서까지 마음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서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렇게 와닿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당연한 말이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혹은 무엇 때문에 만난 인연이라면 그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당연히 헤어지는 것이고, 끊어졌음에도 관계를 이어간다는 건 인연인 것이고. ‘오면 오고, 가면 가고’의 마인드가 장착되어 관계에 대한 후회나 미련이 딱히 없었다.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했고, 나는 이런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 내가 가진 신념에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 갈등은 뒤늦게 온 건지 점점 당연하지 않음을 느꼈다. 과거, 내가 내쳤거나 혹은 내침을 당했던 이미 지나간 관계에 후회와 미련이 생겨버렸다. 별 거 아니듯 훌훌 털어버리던 내가 계속해서 끝난 관계를 어떻게든 다시 해보려고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상대방’때문이었다. 후회와 미련이 없던 대다수의 사람은 내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아쉬움이 없었다. 나중에 우연찮게 본다 하더라도 반가움은 딱히? 그러려니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후회와 미련이 있었던 이들은 ‘내가 마음이 갔던 사람’이었다. 잠깐이라도 좋은 시간을 보냈던 시간이 짧은 추억이 되었다는 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 사람들. 아, 그럼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나’때문이겠구나. 그때는 몰랐지만 그들과 보냈던 시간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구나, 내가 좋은 감정을 느꼈다는 걸 알았다. 마음이 편했거나, 재미있었거나, 설렜거나, 웃겼던 그때.

‘다시 한번 더 그러고 싶다. 그때 참 좋았는데....’

면서 이미 끝난 관계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제야 내가 그들을 만났을 때 이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상대방은 모를 테고,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나는 다시 연락할 마음은 없다는 것. 이 세 가지의 마음이 딜레마처럼 맴돌아 혼란스럽지만 결국 이 마음은 ‘잠깐’이라는 걸 알기에 기어코 참는다. 이 순간만 참으면 없었던 일 마냥 지나가니까. 그때와 지금은 다르고, 나와 그들도 달라졌기 때문에. 그립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만, 최선을

다해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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