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로컬을 구성하는 세 가지 플랫폼

by 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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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소멸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52%인 118곳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위협하고 국가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적 특성 및 자원을 활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활성화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지역 활성화의 수단으로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로컬 앵커스토어가 중심이 된 ‘로컬 살리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인구 정책의 경우 지역소멸 위기의 해법으로 정주인구 대신 생활인구 증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인구뿐만 아니라 통근·통학, 관광·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모두를 포함한다. 이를 위해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린 로컬브랜드의 육성은 더 중요해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로컬’과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로컬의 사전적 의미는 ‘지역’ 또는 ‘현지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를 지역활성화 측면에서 바라보면 지역의 고유성을 통해 개인이나 집단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개인과 집단은 로컬에서 공동체에 기반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 플랫폼은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로컬의 관점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원하는 가치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래 환경 또는 수익 창출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로컬에서 말하는 플랫폼은 로컬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와 역동적 관계를 담아내는 그릇이라 하겠다.


로컬의 플랫폼은 첫째, 지역의 창조자 ‘로컬크리에이터’, 둘째, 지역의 대표 점포 ‘로컬앵커스토어’, 그리고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로컬브랜드’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모두 지역이라는 프레임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① 로컬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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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상권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뜻하며 기존 상인들과 차별화된 특성을 지닌다. 개성 있는 음식점이나 공방, 소품샵, 카페, 독립서점 등 다양한 업종에서 골목상권 활성화를 견인한다. 예술가, 디자이너, 작가, 요리연구가, 지식인 등 지역 문화자원과 결합한 창조계층을 ‘로컬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다.


이들이 공간을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은 각자의 자원으로 지역과의 소통과 공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2020년부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들의 창업 기회 확대를 위해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피비치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에 위치한 서피비치는 황량했던 군사작전 지역을 임대해 국내 최초의 서핑 전용 해변으로 바꾼 강원도의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다. 기본 콘셉트를 ‘한국의 보라카이’로 설정해 2015년 7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2016년부터 여름철 ‘코로나 선셋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열면서 젊은층의 관심이 급증했다. 2016년 28만명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19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서핑과 비치파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며 양양군에 서핑샵이 대폭 증가했다. 이와 맞물려 음식점, 카페, 숙박시설도 늘어나며 지역경제의 부흥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서핑 인구 증가와 함께 젊은 층이 이주하며 인구소멸 위기에 있던 양양군 인구도 증가하고 ‘서핑의 메카’로 지역 정체성을 확립했다.


서피비치의 성공에는 관광 잠재력이 높은 지역의 핵심자원인 양양의 바다를 젊은 세대가 즐기는 서핑 문화와 결합시킨 것이 적중했다.



RTBP


국내 최초의 근대 조선소가 들어선 부산 영도의 로컬크리에이터 RTBP는 부산의 쇠락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 분야의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RTBP는 ‘돌아와요 부산항에(Return To Busan Port)’라는 뜻으로 동명의 노래 제목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부산의 근대화를 이끈 이 곳에서 ‘비탈’, ‘끄티’, ‘플랫폼135’ 등 3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영도 일대를 활기 넘치는 도시로 부활시키고 있다.


먼저 코워킹 스페이스 ‘플랫폼 135'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협업해 필요한 인프라를 만들었고 빈 물류창고는 공연과 전시, 네트워킹을 위한 공간 '끄티'로 만들었다. 영도의 빈집들은 관광객과 예술가를 위한 숙박시설 '비탈'로 재탄생시켰다. RTBP의 손을 거친 시설과 행사들은 영도로 사람들을 모으며 2020년 부산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과 비교해 RTBP의 강점은 효용성이다. 주민들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대규모 도시재생의 사각지대를 채웠다. 낡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재조명해 사회적 자본을 극대화하며 지역에 지속가능한 활력을 가져다주고 있다.



② 로컬앵커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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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앵커스토어는 특정 상업시설 또는 복합문화공간과 같이 골목상권에서 경쟁 우위로 자리 잡은 거점 공간이다. 유형을 세분화하면 주민센터나 도서관 등의 공공공간, 공공의 지원에 의한 공간이 아닌 로컬크리에이터에 의해 만들어져 발전한 거점 공간, 스타벅스와 같이 누구나 알 수 있는 브랜드이지만 해당 지역의 특성에 부합하는 로컬화 전략을 수립한 공간 등이 있다.


각 산업마다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이 성공의 전제조건이라고 한다면 로컬의 퍼스트무버는 동네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앵커스토어라고 할 수 있다.



조양방직


1933년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강화 최초의 인견 공장이었던 조양방직은 강화도를 대표하는 카페이자 강화도 필수 여행코스가 된 앵커스토어다. 50여대의 직조기를 갖추고 인견과 마직물 염색을 하던 건물은 산업의 변화와 지역의 쇠퇴로 폐가로 전락했다.


흉물스럽게 방치되었던 건물은 2017년 거대한 카페로 리모델링을 되었고 300평이 넘는 공장터와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살려 시간이 멈춘 듯 옛 향수를 자극한다. 허물어져 가던 벽면이 근사한 미술전시관이 되었고 긴 작업대는 고객들이 주문한 메뉴를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테이블이 되었다. 기계와 사람이 떠난 공간은 세계 각국에서 찾은 골동품으로 채워졌다.


1970년대까지 국내 직물 산업을 이끌었던 공간이 공장에서 카페로 바뀌었지만 강화의 특산품이던 직물을 기억하고 보존할 수 있는 전시관을 운영하면서 지역산업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양방직은 자체적인 웹사이트나 SNS 채널이 없다는 것이 특이한데 지역의 앵커스토어로서 강화 관광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객의 자발적인 구전과 온라인 상의 후기로 명소화되었고, 언론과 방송에서도 잇따라 노출되며 명성을 얻게 되었다.



상상마당 홍대


KT&G의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상상마당은 연간 약 100만명 이상 방문하는 국내 대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공연, 전시, 축제, 체험,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기업의 일반적인 문화 활동 후원과 달리 실질적인 소통 중심의 지원을 통해 문화 생태계를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 2007년 9월 개관한 상상마당 홍대는 국내 문화예술의 메카로 지역상권의 부흥을 이끌며 홍대 문화를 상징하는 앵커스토어로 역할을 다져왔다.


홍익대 부근 피카소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로 영화관, 공연장, 디자인 소품샵, 전시장, 아카데미, 스튜디오, 카페 등 다양한 예술 활동과 교류를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일반인들에게 폭넓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며 홍대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이어가는데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독립영화 배급과 단편영화제 개최, 인디밴드를 지원하는 밴드 디스커버리를 개최하는 등 70여 종의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③ 로컬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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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브랜드는 이름 그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뜻한다. 지역의 특산물, 지역의 대표산업,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공간,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 등이 모두 해당되는데 특별한 의미나 개성을 가진 마을의 골목길도 로컬브랜드의 범주에 포함된다.


각 지역의 특산물인 항구도시 부산의 어묵, 대구의 근대골목에서 유래한 단팥빵, 고창군 상하면의 지명을 따온 유기농 상하목장, 제주의 자연을 모티브로 만든 유기농차 오설록 등이 로컬브랜드에 해당한다. 700채가 넘는 한옥이 자연적으로 조성된 전국 유일의 한옥군으로 가옥들의 외형을 보존하면서도 시설을 정비하고 트랜드한 상권이 형성되면서 골몰상권의 부흥을 주도하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 역시 대표적인 로컬브랜드다.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전라북도 임실군의 마을공동체가 설립한 치즈 브랜드이자 임실군의 특산물인 ‘임실N치즈’의 역사와 이해하고 치즈를 만들며 식사까지 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스위스 아펜젤러를 모델로 축구장 19개 넓이의 초원에 임실치즈를 테마로 한 국내 유일 치즈체험 관광지로 2012년 개장했다.


홍보관과 식당이 있는 치즈캐슬을 중심으로 다양한 치즈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장, 치즈과학연구소, 유가공공장, 판매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홍보관에는 임실치즈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으며 체험관에서는 원유로 치즈만들기 체험과 지역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한 피자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유가공공장에서는 치즈 생산의 원리를 배울 수 있으며 판매장에서는 임실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치즈와 유제품을 판매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49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400억원에 달하는 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냈다.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가 남긴 유산인 치즈가 인구가 2만 6000여 명에 불과한 임실의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성심당


성심당은 대전광역시의 향토기업인 주식회사 로쏘가 운영하는 제과점으로 대전 중구 은행동에 본점을 두고 있다. 대전을 대표하는 로컬브랜드이자 연매출 800억원이 넘는 전국 최대 규모의 로컬 빵집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은행동 일대에 6개 식당도 운영하며 지역 자영업의 대표이자 모범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본점 이외에도 분점도 있으나 모두 대전 시내에 있으며 대전을 벗어난 지역에는 분점이나 가맹점을 두지 않고 있다. 성심당은 대전을 고집한 지역화로 대전에 오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지역 한정판 프리미엄으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다. 지역화가 갖는 가치소비를 활용한 성심당은 2022년 5월, 복합문화공간 <성심당 문화원>도 오픈했다.


기존의 폐고시원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5층 건물로 카페와 식료품샵, 잡화점, 라운지,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사랑을 이용한 성심당의 사업 전략은 ‘동네빵집’의 모델이 되었고 강력한 로컬브랜드로 자리잡으며 ‘자기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대전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로컬플랫폼의 유형은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제16권 1호 통권 70호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공공디자인 관점의 로컬플랫폼의 사례 연구(최유식, 박성룡 / 202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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