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광고판으로 진화한 팝업스토어,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by 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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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TV·신문·라디오 같은 전통 매체를 거쳐 인터넷과 SNS를 지나 이제는 공간이 가장 주목받는 미디어로 부상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브랜드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미디어는 곧 메시지”라고 정의한 미디어 사상가 마셜 맥루한의 명언을 곱씹어보면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메시지의 성격도 바뀌는데, 현 시점에서 브랜드가 자신을 담는 가장 강력한 그릇이 다름 아닌 ‘팝업스토어’다. 그리고 팝업의 대명사는 ‘성수동’으로 고유명사화 되기에 이르렀다.


팝업스토어는 브랜드가 스스로를 편집하고 콘텐츠를 발행하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팝업스토어가 밀집한 성수동이 2024년 영국 여행문화 매거진 타임아웃(Time Out)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성수동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1315억원으로 전년보다 226.3% 늘었다. 소비 품목의 95% 이상이 의류, 화장품 등이었다.


이는 단순히 서울의 한 지역을 넘어, 독특한 매력과 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팝업스토어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수단이고, 성수동이 그 중심에 서게 된 걸까?



팝업스토어의 메카로 거듭난 성수동


2.jpg 팝업스토어가 밀집한 성수동의 중심, 연무장길


뉴욕에 방문했던 15년 전, 맨하탄 96번가에 머물며 이곳 저곳을 둘러봤던 추억이 떠오른다. 한 달간 도시여행자로서 인상깊었던 곳 중 하나는 첼시와 소호 지역이었다. 첼시를 대표하는 앵커스토어인 ‘첼시마켓’은 오레오 쿠키와 리츠 크래커로 잘 알려진 나비스코사의 공장을 개조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장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 1층 통로 양쪽으로 대형 식품매장을 비롯한 상점들이 빽빽히 늘어서 있다.


조금 더 아래로 걸어가다 보면 소호와 마주한다. 이 지역에는 오래전부터 성수동의 새로운 정체성이자 매력이 된 붉은 벽돌의 공장과 창고가 많았는데 대공황 이후 도산과 폐업으로 황폐해진 소호 거리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아틀리에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감각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갤러리와 개성 넘치는 숍이 속속 생겨나 예술의 거리로 재탄생했다.


3.jpg 성수동 연무장길에는 하루에서 수개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팝업스토어와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비교적 중장기적으로 운영되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한 지역 안에 공존한다.


성수동 중심에 위치한 연무장길 사무실에서 이 지역의 변화를 오롯이 체감하며 뉴욕 첼시와 소호에서의 기억이 오버랩된다. 누군가 최근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동네가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단언컨데 십중팔구는 성수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준공업지역으로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이 팝업스토어의 메카로 거듭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지역적 특성이 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공장과 수제화 작업장이 즐비한 서울의 대표적인 공업지대였던 성수동은 과거의 흔적을 허물지 않고 새로운 쓰임을 입힌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통행량이 많고 넓직한 평지에 있고 예전에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들이 복합공간으로 개조되면서 팝업을 만들기 좋은 환경이 되었고, 공장이 망해 나가더라도 높은 천정고와 넓은 공간을 어떤 공간으로 쓰던지 카페, 갤러리, 오피스 등 다양한 공간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삼청동이나 경리단길의 경우 계단이 있고 골목이 좁다 보니 팝업스토어를 구현하기 어렵지만 성수동은 거대한 공장 건물에 화물 엘리베이터도 잘 갖춰져 있어 팝업을 열기 좋은 구조가 갖춰져 있다. 길도 사방으로 뻗어 있고 주차공간도 확보되어 있는 공간이 많은 편이다.


4.jpg 성수동은 '팝업'이라는 소재로 중력 모델이 가장 잘 입증되는 지역이다.


그리고 인력(人力)이 작용했다. 공간에는 사람을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 소매유통 입지에 관한 이론 중 중력 모델이 이를 잘 설명한다. 허프(Huff)의 중력 모델은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갖는다’는 뉴턴의 만유인력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중력 모델에서 매장의 크기는 고객 유인의 1차적 요소다. ‘빅박스(Big Box) 매장’이 기본적으로 높은 집객력을 가지는 것 또한 중력 모델로 설명이 가능하다.


빅박스 매장이란 물리적 외형이 거대한 박스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의 대형 유통 매장을 지칭한다. 가구 거리나 패션 거리처럼 상호 보완적인 동일 카테고리의 점포들이 함께 무리 지어 있는 것이 제각기 독립적일 때보다 더 큰 흡입력을 갖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를 ‘누적 유인의 원리’라고도 부른다. 성수동은 일종의 팝업스토어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매장 전체의 집합적 규모를 늘리고 중력 모델에 의한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미디어의 변화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미디어가 바뀌면서 팝업스토어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TV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더 익숙하다. 기업들이 물건을 팔 때에는 항상 TVCF를 통해 물건을 소개했는데 TV를 안보기 때문에 기업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금의 주 소비층인 MZ세대의 대표적 특징은 새로운 경험과 경험에 대한 공유다. 내가 먹거나 방문한 장소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 자신을 온라인 공간에서 드러낸다. 이 때 등장하는 팝업스토어는 새로운 경험을 위한 일종의 플라이그라운드인 것이다. 방문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하면 누군가에게 노출이 되고 확산된다. 기업들은 이러한 바이럴 효과를 의도해 리워드를 통해 이벤트 참여를 유도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바이럴 되는 광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이 업로드한 인증샷은 자연스레 바이럴 되면서 밈(Meme) 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한 대관료가 하루에 천만원까지 올라가도 기업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TVCF를 통해 광고료를 지불하는 비용보다 일정기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게 더 ‘가성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려는 기업의 니즈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며 팝업스토어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요즘 팝업 홍보의 특징 – ‘짧게, 강렬하게, 확산되게’


5.jpg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팝업 <오징어게임: 더익스피리언스> 리테일존에서 다양한 IP 굿즈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출처: 킹스맨코리아)


팝업스토어 자체가 미디어로 진화하면서 성수동은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의 마케팅 실험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의 가치를 가진 요즘 팝업스토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인사이트 무엇일까?


먼저, 초단기 운영과 임팩트 있는 콘텐츠 구성이다. 운영 기간은 평균 3주를 넘지 않으며 3일 이하 초단기 팝업이 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짧을수록 소비자에게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방문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되는 ‘희소성의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운영 측면에서는 사전 예약·대기 리스트로 ‘FOMO(소외 공포감)’를 자극하고 오픈 전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티저 마케팅도 빠질 수 없다. SNS를 통해 공간 콘셉트나 굿즈, 체험 프로그램 등을 사전에 일부만 공개해 기대감을 조성하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둘째, 몰입형 체험과 콘텐츠 전환이다. 단순 제품 전시에서 벗어나 스토리·미션·AR/VR·공연을 결합한 공간 설계가 필수다. 지난 5월에 성수동에서 운영된 삼성화재 ‘드림시어터’처럼 방탈출형 체험을 통해 보험이라는 추상적 메시지를 ‘게임 클리어’로 각인시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포토존이나 릴스존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SNS 업로드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거나 실시간 인스타 라이브, 틱톡 스트리밍으로 현장감을 전달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QR 체크인, NFC 태그로 유동인구의 유형과 체류시간을 수집하면 실시간 운영에 도움이 된다. 경험을 콘텐츠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굿즈와 팬덤화다. 팝업스토어를 통한 한정판·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은 방문을 기념품 이상의 경험으로 바꾼다.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성수동에서 열린 오징어게임 팝업은 드라마 속 게임과 출연자들이 연계된 굿즈를 통해 20~30대 소비자의 자발적 SNS 확산을 이끌었다. 브랜드가 기업과 협업해 제작한 굿즈는 희소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굿즈를 통해 방문객 후기를 확산시키는 UGC(User Generated Content)로 추가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팝업 방문객 전용 온라인 스토어 할인, 다음 팝업 초대장 등으로 장기 고객 전환하는 등 팬덤 구축에도 용이하다.


6.jpg 지난 2024년 가을,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운영된 경북 청송군의 '청송사과' 팝업스토어. 기업은 물론 관공서에서도 MZ 세대를 핵심타깃으로 하는 공적 서비스라면 팝업스토어를 통한


결론적으로 팝업스토어는 더 이상 ‘임시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전략적 무대’다. 직접 체험을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발산하고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며 팬덤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적 무대인 셈이다. 짧게 열리고 강렬히 남으며 끝난 뒤에도 SNS와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하는 팝업스토어 운영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 공간은 고객이 브랜드를 직접 보고 만지는 스킨십을 가능케 한다. 이를 똑똑하게 활용한다면 공간은 그 어떤 미디어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지루한 공간은 잊혀지지만 ‘자기다움’으로 무장해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은 끊임없이 회자된다는 사실을 브랜드 마케터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2025년 10월 8일, 매드타임스(https://www.madtimes.co.kr)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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