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지 않지만 영원한 것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잃어버리게 되어 있단다.
하지만 결국 사랑은 다른 모습을 하고 다시 돌아와.
-카프카와 인형의 여행 중-
동생에게 내가 유난히 잘해주는 날들이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아빠가 동생에게 물었다.
"넌 언니 없으면 어떻게 사니?"
동생이 답했다.
"잘 살아야지. 그게 언니 사랑에 보답하는 거니까."
그리고 이 이야기를 동생에게 전해 듣고선 동생이 기특해서 동생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사정없이 헝클이며 '맞다 맞아'하며 웃었다.
엄마를 기리며 깊어지는 속을 울음으로 내뱉곤 한다.
가끔씩은 삶이 고단하고 버겁게 다가오기도 하고,
또 잘 사는 듯 싶다가도
엄마 없는 삶을 아무렇지 않은 듯 잘 살고 싶지 않은 투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러다 동생이 전해준 동생과 아빠의 대화를 듣고서
엄마가 바랬을 우리의 모습을 다시 그려본다.
마지막 엄마의 말을 듣지 못해서, 오직 그간의 대화들과 믿음과 상상으로 엄마의 바람을 짐작한다.
아니, 확신한다.
엄마는 우리가 정말 잘 지내길 바랄 거다.
그리움과 슬픔에 묻혀있는 것은 전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살고자 하던 엄마는 우리도 주어진 현재를 살아가길 바라셨을 것이다.
안 보이는 저편에서 우리에게 그런 마음과 진심을 전하고 있을 거다.
외할머니와 손잡고 우리를 응원하시고 있겠지.
그래서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난다.
가슴속에 작은 용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엄마가 선물해준 짧으면서도 긴 나의 삶을 즐기면서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