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호기심
내 전공은 아랍어이다.
대학 합불 여부가 한참이던 4년 전 1월,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어느 대학 무슨 과에 합격했니?”였다. 주위 사람들은 수험생들에게 으레 묻는 질문을 나에게 했고 나는 조금 쑥스러운 듯 H대 아랍어과에 합격했다고 이야기했다.
“아랍어과?”
내게 답을 들은 사람들은 매우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듯이 다시 반문했고 나는 멋쩍은 듯이 웃으면서 “네”라고 답했다.
내 주위 어른들은 내 전공과 그 전공의 미래에 대해 참 많이 궁금해했지만 아직 입학도 안 한 20살 초반의 내가 답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사람들이 많이 배우는 언어가 아니라 재밌을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라는 내 개인적인 마음 하나였다.
학과에 대한 지식도 자부심도 없던 시기에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내 고향이 시골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전공을 선택한 나는 어른들에게 전공을 묻는 질문이 퍽 부담스러웠다. 혹자는 수능 아랍어 문제만 보고 뭐 그렇게 쉬운 언어를 전공으로 선택했냐면서 비웃기도 했으니 어린 마음에 큰 상처가 됐다.
그러나 실제로 전공 공부에 들어가고 또 유학생활을 거치면서 학문에 깊이를 더해갔고 아랍어에 대한, 내 전공에 대한 애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아랍어는 한국에서 메이저 학문이 되긴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는 학문이고, 혹자가 비웃을 만큼 쉬운 전공도 아니다.
아랍어(اللغة العربية)란 아라비아어로, 아라비아반도와 북아프리카에서 약 3억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아랍어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언어이며, 무함마드의 출현 이후 현재까지 사용되는 아라비아반도의 종교적 문화적 유산이다. 상당히 긴 역사와 넓은 분포를 가진 아랍어는 광범위한 형태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슬람 경전 <코란>의 언어라는 특성 때문인지 다른 언어 변화에 비해 점진적으로 변화했다.
아랍어에는 문어체(الفصحى : 푸스하) 아랍어와 구어체(العامية : 암미야) 아랍어가 있다. 아랍어과에서 배우는 건 주로 문어체 아랍어(이하 푸스하)로 읽고 쓰는 아랍어를 배운다. 구어체 아랍어(이하 암미야)는 아랍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때 사용한다.
암미야의 경우, 걸프지역과 레반트 지역(샴 지역), 이집트, 북아프리카 지역(이집트 제외)에서 사용하는 암미야가 각각 다르다. 각 지역의 지배 역사(북아프리카의 프랑스 지배 역사 등)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토착 방언들이 섞이기도 해서 같은 아랍어권 국가여도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랍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언어이기도 하고 더불어 학문에 대한 열정은 끝없이 불태울 수 있는 언어이기도 하다.
4년간 학교 전공수업과 유학생활, 그리고 수없이 많은 시험을 봤지만 아직도 아랍어는 어렵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4년 전 나에게 호기심으로 시작할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을 만큼,
그래서 아랍어는 여전히 나에게 미지의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