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지만 알고 나면 불편한 진실
거의 1년 만에 브런치를 들어오는 것 같다..
취준생으로 지내다 보니 마음을 비우고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오늘은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한다.
얼마 전 인적성 고사를 준비하며 비문학 지문을 읽었는데 그 글에 와인을 하루에 한 잔씩 마시면 뇌 활성화와 식욕증진, 노화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술을 합리적으로 마실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 같아 신나는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혀졌다며... 뭔... 그래프 얘기를 해줬다..
결론은 술은 아예 마시지 않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이었다.
종교에서 술을 다루는 방식을 제각기 다르지만 내가 전공하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주요 국가들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지정한 곳이 대부분이라 금주 국가였다. 이 정도 상식은 아마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알만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술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알코올 분리 장치를 개발한 사람이 아랍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의학자인 '이븐 시나'(AD 980~1037)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이븐 시나는 17~18세기 유럽 의사들의 바이블이었던 '의학전범'을 집필한 아랍의 대표적인 의학자이자 철학자로 의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아랍어과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하는... 그런.. 인물) 여하튼 이븐 시나가 알코올 분리 증류기를 발명하면서 사람들은 현재 '소주'에 가까운 술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무슬림들이 술을 마시다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막의 밤은 생각보다 춥고 술은 몸을 따뜻하게 만들기에 최적의 음료이기 때문에 흔하게 마셔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 지금도 터키에서는 아락은 '술'의 개념보다는 '전통'의 개념으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마신다고 한다.
그러나 꼭 아락이 아니더라도 무슬림 국가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많다. 나 같은 유학생들은 꽤 편하게 마시는 편이고.. 종교의 자유가 있는 요르단에서는 기독교 친구들도 자유롭게 마셨다 더불어 '법은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를 증명하는 무슬림들도 있었다.
이슬람 국가인 요르단에서도 불목(이슬람 국가는 금요일이 주일이기 때문에 금, 토가 유일이라 불타는 목요일을 보낸다) 이후 금요일 이른 시간에 밖에 나가면 술에 취해서 거리를 방황하는 남자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무서워서 한 번도 나간 적은 없지만 무슬림이면서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한 번은 함께 유학하던 오빠랑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어디서 알코올의 지~인한 향기가 느껴져서 보니 택시기사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었다. 요르단은 기본적으로 무슬림 국가이기 때문에 음주 운전 단속을 하지 않는데 그 기사는 그런 법의 허점을 노리고 음주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사가 거칠게 운전을 해서 오빠랑 나랑 진짜 가슴 졸이면서 집에 왔다. 그 기사 말로는 무슬림들도 사실 술을 자유롭게 마신다고 했나? 하여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면서 마구잡이 운전을 하던 기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현지 리쿼샵에서 술을 사고 택시를 타려고 하면 술병을 쳐다보는 것도 불경하다며 태워주지 않는 신실한 기사도 많았지만.. 어디나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하튼 지금 돌이켜 보면 아찔하지만 재미있는 추억이다.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와인이 사실은 아예 마시지 않는 편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불편한 진실이었다.
아마 요르단에서도 무슬림 중에 암암리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모두 외면하고 싶어 하는 진실일 것이다.
나는 오늘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알아버렸다..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