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우리 아내
아내는 임신 후기가 될 때까지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를 고민했다. 그러다 제왕절개의 후유증이 더 겁나서 자연분만을 선택했고,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오롯이 아내가 감당해야 하기에 나는 전적으로 아내의 선택을 지지했다.
아내가 출산을 한 지금 시점에서 의구심이 하나 든다.
과연 임신과 출산을 한 명이 오롯이 감당하는 것이 인간의 진화에 더 도움이 되었던 것일까?
아내는 유도분만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알고 있어서 유도분만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 했다. 그러나 자연진통은 오지 않아 결국 유도분만 날짜를 잡았고, 그날은 40주 4일째 되는 날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금 늦게 유도분만을 하게 됐는데 이는 우리 아이가 작은 편에 속해서 가능한 일이었고, 아내는 41주까지 기다려보고 싶어 했지만 담당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조금 더 일찍 잡게 됐다.
입원 준비는 남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으로 유도분만 날짜 2일 전에 미리 PCR 검사를 해야 했다.
우리가 다니는 병원 입원 기간은 자연분만은 2박 3일, 제왕절개는 5박 6일이었고 혹시 유도분만이 실패할까 봐 짐은 6일 치 준비했다.
유도분만 날에 아침 6시까지 병원에 오라고 하셔서 우리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고, 5시 50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전 날 점심을 조금 늦게 먹은 탓에 저녁도 늦게 먹게 되었고, 배가 불러서 24시쯤에 잠들어서 4시간 30분밖에 잠을 못 잤다.
그리고 아내는 유도분만을 해야 해서 유도분만 당일은 금식을 유지해야 했고, 나는 무슨 객기에서인지 아내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분담하고자 나도 금식에 동참했다. 그리고 나의 다짐은 유도분만 시작 6시간 뒤인 12시에 깨지고 말았다.
병원에 도착하고 내진 후에 아내가 유도분만 촉진제를 투여한 시간은 약 6시 30분쯤이었다. 다른 후기를 보면 질정제를 넣기도 한다는데, 아내는 링거를 통해 촉진제를 투여했다.
운수 좋은 날이었을까, 새벽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우리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촉진제의 단계는 6단계까지 있다고 들었는데, 처음 투여한 1단계 속도로도 자궁 수축이 잘 온다고 간호사님이 말해주셨다. 드디어 오늘 출산할 수 있겠다는 희망에 아내는 기뻐했다. (아내는 우리 아이를 뱃속에 가진 284일 중 약 240일가량을 입덧에 시달려서 얼른 낳고 싶어 했다.)
자궁 수축(?)과 태아의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기를 산모의 배에 연결하는데, 자궁 수축 정도는 1~100까지의 숫자로 표기된다. 15분에 4회, 100 정도의 세기로 자궁이 수축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셨다.
아내는 자궁수축 촉진제를 투여하자마자 거의 수축이 10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다른 후기들처럼 엄청 아프지는 않다며, "생리통 정도의 고통이라서 견딜만해."라고 했다.
간호사님이 왔다 갔다 하기를 수차례 반복했고, 올 때마다 아내에게 "아파요~?" 하며 물어보셨다. 병원에서 간호사를 채용할 때 MBTI를 보고 뽑는 줄 알았다.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 E가 아니었을까 한다.
모든 간호사님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아내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먼저 농담도 해주셨다. 아내는 웃으며 "아픈데, 그래도 참을만해요~!"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웃으며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내가 진통을 잘 참는 것이 아니라 아직 진진통이 안 왔다는 뜻이었다.
과연 아내는 진진통을 웃으며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