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보호자 시점] 제왕절개 후 2일차

유축 지옥과 젖몸살

by 김큰공

아내는 출산 전부터 모유수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내린 결론은 모유수유였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다른 분들이 맘카페 등에 올린 글을 봤을 때 모유수유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유선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은 모유가 나오는 양이 적어 모유수유가 어렵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축은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는 무슨 선택이든 아내를 응원하는 입장이었기에 그냥 끄덕였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모유수유, 유축 등이 아내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인줄 알았다.

어제 밤에 잠들기 전 아내가 가슴이 약간 뜨겁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잠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제왕절개 후유증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젖몸살이었다.


​새벽 3시쯤 아내가 잠에서 깨어 나를 나지막하게 불렀다.

"가슴이 너무 뜨겁고 아파.."


​우리는 출산 2주 전부터 시간나면 넷플릭스에서 '산후조리원'을 시청했는데, 불현듯 엄지원이 젖몸살 났던 편이 떠올랐다.


'올 것이 왔구나..! 산후조리원에서 봤던 내용을 다 우리가 겪게 될 것 같다..'


​나는 재빨리 병원에 있는 유축깔대기를 구매하고, 유축기를 빌려 병실로 왔다. 부랴부랴 유튜브에서 가슴마사지 하는 법을 찾아서 해봤는데, 아내는 너무 아파했다.


​그러다 아내가 일단 유축이라도 바로 해보자고 했고, 유축을 시작했다. 다행히 유축기 사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5분씩 양쪽을 번갈아 3회해서 한쪽당 15분씩 총 30분 유축을 했다. 유축을 하고나니 아내는 조금 나아졌다고 했고, 그렇게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내는 새벽 3시를 시작으로 2~3시간 간격으로 견디기 힘들만큼의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병원에 오케타니 마사지가 있었고, 급하게 연락해서 오후 2시에 아내는 가슴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아내가 마사지를 받는 사이에 나는 못 잔 잠을 보충했다. 50분 정도 지나니 아내가 인상을 오만상 찌푸린 상태로 병실로 다시 들어왔다. 아내는 진이 다 빠졌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친.. 너무 아파..!! 출산 이후로 제일 아파..! 후,,, 그래도 하기 전보다는 많이 풀렸어.."


​나는 많이 풀렸으니까 이제 유축을 안해도 되는 줄 알았지만, 어김없이 3시간 뒤에 아내는 고통을 호소했다. 아내는 잠을 자도 유축하고 3시간이 지나면 가슴이 불덩이가 되는 인간 알람이 되었다.


​나는 아내가 아파하면 일어나서 유축하는 것을 도울 뿐인데도 엄청 피곤했다. 아내는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까..? 나는 다시 태어나도 출산을 하지 않으면 그 고통을 모르리라..


우리는 유축 지옥 터널을 잘 지나갈 수 있을까..?


김큰공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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