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과 혼술

by 지금바로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혼밥'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대부분 삼삼오오 모여서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혼자 밥을 먹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굶거나 간단하게 토스트 같은 것으로 때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는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배가 고프면 먹는 거지 다른 사람 눈치 보느라 끼니를 거르기 싫었다. 가끔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왜 혼자 왔냐?'라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나는 짜증을 내면서 '그냥 가라.' 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방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닌데 내가 괜히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기도 하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약간 부끄러움이 있었던 걸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녁을 혼자 해결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메뉴가 다양하지는 않았다. 원룸 근처가 식당가였기는 했지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밥버거, 김밥, 중국집 정도였고 치킨 같은 배달음식을 포함한다면 1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먹는 셈이었다.


하루는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TV에서 보던 장면이 생각났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혼자 우동을 먹고 있던 아저씨들.. 마침 술이 땡겨서 소주 한 병을 시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치맥은 먹었지만 혼자 소주를 마신 적은 없었는데 그 날따라 유독 땡겼나 보다.


혼자 앉아서 한 잔, 두 잔 하다 보니 금방 한 병을 다 비웠다.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 날 이후 자주 혼술을 했다. 학창 시절에는 여러 명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먹는 것이 좋았다면 나이을 먹을수록 혼자 마시는 것이 좋아졌다.


문제는 혼자 먹다 보니 마시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빨리 취하고, 잡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의 흐름이 부정적인 상황으로 많이 이어지다 보니 혼술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이제는 못 끊겠다. 혼술을 할 때면 이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을 아예 차단해 버린다. 그리고 즐긴다.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면서 잔만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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