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가까워야 할 이유는 없다
드라마 미생에는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잘 그려져 있다. 그중 나는 4가지 유형의 사수, 부사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한석율'의 사수인 '성대리'가 좋은 사람처럼 느껴지고 '장백기'의 사수인 '강대리'는 차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누가 가장 좋은 사수'인지 인기투표를 한다면 차가운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스타일인 '강대리'가 가장 많은 표를 받을 것 같다. (내 기준에서 '장그래'의 사수인 '김대리'는 책임감도 있고 붙임성도 있지만 너무 가까운 느낌이 있다. 물론 그 정도면 최고 레벨임은 틀림없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멘토' 혹은 '사수'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스타일의 사람들이 있는데 굉장히 높은 확률로 그 어떤 사람도 나와 잘 맞는 스타일의 선배를 직장에서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결국 결혼생활과 마찬가지 개념인데 평생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살아온 사람들끼리 어찌 잘 맞을 수 있겠는가. 다행인 점은 결혼은 이혼을 하지 않으면 평생 지지고 볶으면서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직장에서는 둘 중 하나가 다른 부서를 간다면 당장은 해결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남의 떡이 커 보이기도 하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 같은 것도 있다. 힘들어서 이동을 했더니 거기에서도 또 다른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난다.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그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답은 단순하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어도 상관없다.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것이니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서이동'은 피할 수 없는 이벤트이다. 예전부터 알던 선배가 같이 일해 볼 생각 없냐고 먼저 제안이 와서 이동을 하게 된 적이 있다. 그 선배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지는 않았다. 나는 불러주는 곳이 있음에 감사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선배는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떠넘기기 위해서 나를 불렀던 것이었다.
관리자들이 요즘 나만 보면 하는 말이 있다.
'왜 그렇게 말수가 줄었나?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고 나면 직장생활에서의 인간관계란 굉장히 보잘것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별히 가까워져야 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밀어낼 필요도 없다. 적당히 내 할 것 하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평소 친한 사이라고 해서 너무 믿어서도 안된다. 만약 사내에서 선임이라면, 특별히 잘해줄 것도 없고 그렇다고 후배들 쪼으면서 못 살게 굴 것도 없이 '그냥 그런 선배'이면 충분하다. 괜히 잘한답시고 눈치 없게 원치 않는 저녁식사 자리를 만든다던지 사생활을 캐묻는 짓은 이제 그만 하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