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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스thnx Feb 02. 2017

'뜨개'로 문제를 '푸는' 사람들 2

뜨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Sarah Oliver


어릴 적 기억 속 엄마는 뜨개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스웨터를, 또 어느 날은 목도리를 막힘없이 떠내려가던 엄마.


몸으로 익힌 일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더니 

아직도 엄마는 뜨개를 기가 막히게 기억하고 있다.

그 어떤 도안도 없이 무늬가 가득한 조끼를 뚝딱 만들어낸다. 

털실 색상 배치도 동물적 감각으로 맞춰 나간다. 그야말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ㅋㅋ.


내가 어른이 되고 엄마에게 뜨개를 권한 이유는 그야말로 '킬링타임'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 무료하지 않게 보내시라는. 


그러나 그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뜨개를 하면서 엄마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안을 생각해내기도 하고 완성된 작품을 선물하면서 약간의 자부심(!) 같은 것을 맛보는 듯도 했다.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는 사람'의 희열을 다시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제 '털실 쇼핑'은 엄마의 일과 중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 바로 이거다.

어른들의 손맛을 물려줘야 하는 것은 김치뿐만이 아니군. 뜨개가 있었어.

나에게도 몰입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준 뜨개가 어떤 어르신에게는 또 다른 기쁨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Sarah Oliver 는 이미 이런 생각을 실천해 낸 여성이다.  

saraholiverhandbags.com


이미지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녀는 'The Purlettes +1'이라는 시니어 니트 Senior Knitter그룹과 함께 

핸드백 브랜드 <Sarah Oliver Handbags>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뜨개를 좋아했던 Sarah는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뜬 핸드백을 선물하다가 조금씩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다 엄마, 할머니와 함께 하던 뜨개를 떠올리고 


은퇴한 시니어들의 커뮤니티인 "The Redwoods Senior Retirement Community"로 가서 함께 뜨개로 제품을 만들 희망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구성된 "Purlettes+1"


88세 이상의 시니어 니터 그룹 <Purlettes + 1>은


 겉뜨기 하나 knit one 안뜨기 둘 purl two 에 대한 전문지식

 Pearl 지혜의 진주라는 뜻과

 유일한 남성니터 Hector를 뜻하는 +1을 담고 있다. 하하하 귀여우셔!

Purlettes + 1에서 '+1'을 담당하는 Hector (출처. 공식홈페이지)


Purlettes + 1은 브랜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Sarah에게 영감을 주는 정신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해내는 Manufacturer로서도 그들이 없으면 이 브랜드는 운영될 수 없을 거다.

저렴한 인건비를 가진 생산기지를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Sarah가 원했던 것은 시니어와 함께하는 '공동작업'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슬로건도 

Hand Knit, In America, By The Purlettes.

의외로(?) 예쁜 그녀의 컬렉션 (출처. 공식홈페이지)


심플한 제품 디자인이 마음을 혹하게 만들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신기하게도 국내에서 딱 한 군데 이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취급하는지는 미확인. 


이 비즈니스 모델은 ABC의 창업 아이디어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는데

최근 법규 문제로 위기를 맞은 듯하다. 

Sarah의 SNS 타임라인을 보면 노동법규 위반이라는 이유로 관련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모양. 

법규상 "시간당 보수"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녀는 "제품 개당 보수"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시간당 보수를 지불하는 구조가 된다면 핸드백은 턱없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Purlettes + 1도 이 작업을 하는 것이 100% 보수 때문은 아닐 텐데.


법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브랜드의 위기가 찾아왔고 누군가는 이 문제를 다루는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https://youtu.be/Il2 Sf_oSZSo


시니어 인구가 많아지면서 현실적으로 처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과 새로운 시도, 

이것을 지금의 제도로 풀어나가기에 역부족인 현실이 Sarah의 브랜드 속에 담겨있다. 

뜨개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가는 Sarah Oliver Handbags.

롤모델로 삼아야겠다. 물론 문제가 많겠지만 ㅋ


**이 글을 쓰고 몇 달이 지난 4월 7일 현재, 

Sarah는 페이스북에 "4/30일자로 Sarah oliver handbag이 고별을 고한다"고 밝혔다. 


제도적 문제에 부딪혀 결국엔 끝을 낼 수 밖에 없었나보다.

에잇 바다건너 나에게 굉장한 영감과 감동을 주었던 브랜드인데 아쉽다. 

더 멋진 비즈니스모델로 찾아올 그녀를 기다리며! 


 THNX, Sarah.

Sarah oliver 는 17년 4월 30일자로 안녕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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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thnx는 과정을 즐기는 뜨개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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