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부처님이 계셨다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2>

by 세공업자

형과 함께 병원에 동행하는 날이다. 서둘러서 형을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주차가 말썽이기에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주차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형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도한다. 형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는 매번 난해하지만 어찌 보면 어려운 것도 아니다. 형과 공감할 수 있고 형이 싫증 내지 않는 눈높이에 맞는 대화주제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옛 기억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대화는 몇 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일방적인 억측으로 화를 내거나 감정이 상해 버리기 일쑤였다. 우리의 관계는 함께 있으면 불안정해지는 실험실의 약품같이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했었다. 형과 대화의 시작은 형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그렇지만 아주 일상적인 부분인 '잠은 잘 잤느냐'는 주제로 시작하면 무난하다.


병원주차장은 이미 만차가 되었고 주변에도 주차자리는 없었다. 주변을 몇 번 돌다 보면 자리가 나겠지 생각했지만 오늘이 그날인지 좀처럼 주차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그때 형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에다 해" 형이 가리키는 쪽을 살펴보니 몇 동 안 되는 아파트 입구의 통로였다. 아파트 통로에 차를 세웠다가는 이 아파트주민들은 드나들 수가 없다는 것은 한눈에 보아도 뻔한 일이었다. 나는 형에게 이와 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쪽을 찾다가 이번에도 형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 자리는 다름 아닌 장애인주차구역을 가로막을 수 박에 없는 지리었다. 장애인 주차구역은 그 자리에 주차를 하는 것(과태료 10만 원) 보다 방해하는 행위에 부가되는 과태료가 5배는 크다. 나는 이 같은 내용을 형에게 설명했다.


형은 이번엔 골목으로 들어가 보자고 했다. 그 골목은 한번 들어가서 주차를 못하면 크게 한 바퀴 돌아야 하는 외통수길이라 평소엔 들어가지 않는 골목이었다. 형이 이제껏 주차하자고 했던 자리를 피해 다른 곳을 찾았기에 이번엔 형의 의견대로 그 골목길로 들어섰다. 아뿔싸! 예상했던 대로 골목 안엔 주차자리가 없었고 크게 돌아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가뜩이나 주변 건물에 불이 났는지 커다란 소방차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우리 차는 교통경찰관의 수신호에 따라 겨우 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시 병원 앞을 지나칠 무렵 차 한 대가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는 얼른 신속하게 그 자리에 주차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형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형은 운전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여기에 주차해라! 저기다 주차해라! 차라리 주차가 가능한 곳을 지목하면 말이라도 안 할 것이다. 심지어 앞차는 왜 안 가느냐! 길은 왜 막히느냐!. 등등 운전하는 나보다도 무척이나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런 탓에 마음이 힘들어지고 우리는 매번 다투기가 일쑤였다. 형은 왜 그러는 것일까! 그렇게 다투고 나면 형과는 다시는 차를 타고 동행하고 싶지 않아 진다.


어느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형은 운전하는 나를 자신의 방법대로 도와주고 싶어서였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잘할 텐데도 형이 그렇게 간섭하고 나서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내가 유일했던 것이다. 형은 얼마나 이렇게 하고 싶었을까! 어느 순간부터는 형이 하자고 하는 방향이 이상이 없다면 그렇게 들어주게 되었다. 안되면 왜 안되는지 설명해 주기도 하고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하면 더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형이 설명을 잘 듣는 것도 아니었다. 형은 그러거나 말거나 금세 다른 것에 토를 달고 간섭하기 시작한다. 한 가지 변한 점은 더 이상 감정이 상하거나 다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을 좋아해서 다니다 보니 그 산에 있는 절에는 꼭 방문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법문 하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잠시 서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 법당 안에는 도반들로 가득해서 스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스님왈 부처님은 중생들을 깨우치기 위해 때로는 어머님, 때로는 도둑놈, 때로는 사기꾼, 때로는 나쁜 놈으로 나타난다고도 하셨다. 좋은 일 나쁜 일 할 것 없이 중생들을 깨우치기 위한 부처님의 공부라는 것이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아! 이 절에 이렇게 많은 신도들이 모여 법문을 듣는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형이 꼭 그 부처님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