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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드는 나눔과 베품

<동행, 마음 휠체어를 타는 사람 2>

by 세공업자

아침은 늘 촌각을 다툰다. 어제와 같은 5분만 빨리 준비할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뭐, 내일도 같은 다짐을 하고 있을 거란 예상을 해보면 대수롭지 않다. 5분의 여유는 캐러멜마키야토 보다도 달콤한 아카시아향게 풍기는 꿀 같은 유혹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달콤한 5분의 게으름으로 고된 하루를 버터 내는지도 모를 일이다.


달콤함의 대가는 좀 크다. 깔끔해야 할 면도도 좀 대충 하고 구서구석 닦아야 하는 양치도 좀 대충 하고 머리도 좀 대충 말리고 일터로 향한다.

출근길에는 매일 통과해야 할 좌회전 신호등이 있다. 여느 때라면 차량 10대 정도는 충분히 통과할 있는 신호이지만 오늘은 신호가 바뀐 지 한참이 지났음 에도 맨 앞차가 출발하지를 않는다. "뭐 하고 있는 거지?" 운전자는 잠시 급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가볍게 "빵"하고 경적을 울렸다. 그래도 맨 앞차는 요지부동이다. 다시 "빠앙~"하고 아까보다는 조금 길게 경적을 울렸다. 그래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어라" 이번엔 좀 더 길게 경적을 울렸다. 조금 있으면 신호가 바뀔 시간이 다 되었다. 앞차는 그제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차가 가고 신호는 황색등으로 바뀌고 적색등이 들어왔다. 그 찰나에 급하게 두대의 차가 더 지나간다. 신호위반이다. 우리 차는 신호에 걸리고 말았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지나갈 위치인데 말이다.


"와~ 저거 뭐 하는 짓이지! 저거 일부러 그러는 거 맞지?"

앞차는 뒤늦게 출발하면서도 신속하게 출발하기보다는 느릿느릿 보란 듯 여유를 부린다.

"자기야 화가 많아?"

와이프가 말한다.

"응, 괘씸하잖아! 출근길에 딴짓하다가 그랬으면 빨리라도 가든가!"

"보란 듯이 뒤차 신호에 걸리라는 듯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가잖아!"

설명을 듣던 와이프가 깨우친 듯 "그런 거야?" 라며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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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은 운전 중 멘 앞에 서있다가 물을 마신다거나 딴짓을 하다 신호를 못 보는 경우가 있다. 뒤차가 "빵" 하고 가볍게 경적을 울려주면 신속하게 출발함과 동시에 비상등을 깜빡여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정지신호를 위반하는 것은 당연히 신호위반으로 단속대상이다. 주행신호에 가지 않아 다른 차의 교통에 방해가 되어 단속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음주운전으로 도로 한 복판에서 잠들었다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요즘은 온종일 도로를 오가며 운전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서 일까! 여러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된다. 도로에서는 교통이 원활해야 하는데 이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불편해지는 일이 많다. 차량 간에 소통이 원활해지기 위해서는 법규와 신호를 잘 지키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된다. 법규와 신호는 잘 지키면 되지만 양보는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부분이 없다.


정해진건 없지만 어떻게 하면 사고 없이 소통이 원활해지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도로에서의 양보는 우리 모두 안전하고 신속하게 갈 수 있도록 자신의 앞길과 자신의 공간을 조금씩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양보는 손해 보기보단 멀리 보면 이점이 많은 것 같다.


사람 간의 소통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과 교류하다 보면 서로 조금씩은 봉사하고 나누고 베풀어야 원활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형은 주변에 사람이 없어 외롭다고 불평한다. 이런 형에게 주변사람들에게 나누고 배풀어 보라고 했다. 형은 주변사람도 없고 돈도 없어 못한다고 한다. 돈 없이도 충분히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더니 관심을 조금 보인다.


그 사람들은 다름 아닌 자신과 가족들이라고 했다. 가만히 있다가 도청이나 환청에 시달리지 말고 자신을 위해 무엇이든 봉사해 보라고 한다. 자신을 위해 집안 청소 하기, 산책하고 운동하기, 잘 챙겨 먹기(이건 너무 잘함), TV뉴스보기 등과 몇 안 되는 가족들을 위해 전화해서 안부 묻기,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하기, 화내고 짜증 내지 않기 등은 돈 안 들이고도 얼마든지 충분히 할 수 있는 나눔과 베품이라고 했더니 형은 관심이 사라진다. 돈 안 들이고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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