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오늘도 바닷가 주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때때로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오롯이 느끼기는 듯 했다. 바다를 거쳐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서져 내리는 소리, 그리고 짭짤한 바다 내음. 그녀는 그 모든 것이 소중했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듯 했다.
날이 어둑해지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어내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은 사실 꽤나 먼 길이었다. 해안가를 빠져나오면 낮은 돌담들이 이어지는 길을 만난다. 그 길은 꽤나 구불거렸고, 길 중간 중간에는 작은 언덕들도 있어서 외부인은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언덕들을 더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을에서 제일 큰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나무 바로 뒤에 있는 집이 그녀의 집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그녀는 한 소년과 마주쳤다. 그 소년은 9살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온 몸에는 흙이 묻어있었다. 손에는 야구 글러브를 쥐고 있었고, 등 뒤에는 낡은 나무 배트를 맨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소년은 가볍게 목례를 했고, 그녀 역시 소년에게 옅은 미소를 보이고 서로를 지나쳐갔다.
다음날, 그녀는 오늘도 어김없이 해안가 벤치를 찾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 곳에서 어제 만났던 소년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소년은 해안가 한 쪽에 있는 작은 벽을 향해 계속 공을 던지고 있었다.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 공을 던지고 다시 주워오는 수고를 반복해야했지만, 소년은 지친 기색도 없이 그 일을 반복했다. 그녀는 갑자기 그런 소년이 궁금해졌고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공 던지는거 재밌어 보이네”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공 하나를 주워주며 말했다.
“아 네… 재밌어요.” 소년은 당황한 듯 수줍게 대답을 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그녀는 소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재밌어요… 공을 던지다 넘어지거나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을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요.” 소년은 조금 힘차게 대답했다.
그녀는 잘 몰랐지만, 사실 그 소년은 마을에서 괴짜로 유명했다. 그 이유는 불편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선천적으로 왼팔의 길이가 짧아 공을 던질 때마다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거의 매일 넘어져야했고, 흙이 온 몸에 묻어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소년은 항상 동네 이곳, 저곳에서 공을 던졌고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말을 하고 다녔다. 그런 소년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괴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넘어져서 다치고 그러면 공 던지기 싫지 않아?” 그녀는 소년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다쳐도 좋을 만큼 야구가 좋아요” 대답을 하는 소년의 눈빛은 햇빛을 받아 더 밝게 빛나는 듯 보였다.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그 날 이후, 소년과 그녀는 자주 어울리는 사이가 되었다. 소년은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그녀가 싫지 않았고, 그녀는 소년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몇 주후, 그녀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