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팀원의 '진짜' 출근길

팀원의 몰입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에서 결정된다

by 천시로


오늘 아침, 당신의 팀원은 이런 생각을 안고 출근했을지 모른다.


"애가 열이 있는데 연차를 내야 하나, 그냥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나."

"이번 승진에서 또 누락되면 어쩌지."

"이 업무는 누구랑 같이 해야 잘 끝낼 수 있을까."

"출산 후 복귀하면 내 자리가 남아 있을까."


모니터 앞에 앉아 묵묵히 업무에 집중하는 팀원의 뒷모습.

리더인 당신은 그가 오늘 하루 몇 장의 보고서를 썼는지,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냈는지를 보며 성과를 가늠한다. 하지만 그 뒷모습 너머에는 리더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마음의 변수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출근길에 가져온 걱정은 전원을 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리더인 당신도, 당신의 팀원도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첫째, ‘개인업무’ 영역: 업무 자체에 대한 확신이다.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나에게 부여된 업무가 내 역량으로 감당 가능한지, 누구와 협업해야 이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다. 많은 리더가 이 영역만 관리하면 성과가 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것은 몰입의 입구일 뿐이다.

둘째, ‘회사생활’ 영역: 조직 내 생존과 성장에 대한 불안이다.
"여기서 내 미래는 안전한가?" 이번 승진에서 누락되면 어쩌지, 육아휴직 후 복직했을 때 내 자리가 남아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와 career path가 불투명하다고 느끼는 순간, 팀원의 에너지는 업무가 아닌 생존 전략을 짜는 데 분산된다.

셋째, ‘개인/가정’ 영역: 일상을 지탱하는 삶의 무게다.
"내 삶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까?" 가장 무겁지만 회사에서는 차마 꺼내 놓지 못하는 영역이다.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온 미안함, 번아웃이 왔지만 낙오자가 될까 봐 멈추지 못하는 두려움 같은 것들이다. 이 사적인 영역의 안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회사가 제공하는 그 어떤 보상도 진짜 몰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다양한 복지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좋은 회사로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구성원의 삶이 흔들리면 조직의 성과라는 궤도 자체가 유지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사팀, HR이 제도를 만드는 설계자라면, 리더는 그 제도가 팀원의 삶에 실제로 스며들게 하는 문화의 집행자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리더의 눈치가 보여 쓰지 못한다면, 그 팀원에게 회사의 제도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우리 팀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남자 팀원이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분위기인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작년 초, 우리 팀원 중 한 명이 어쩔 수 없이 3개월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미 다른 팀원 한 명도 휴직 중이었다.

솔직히 힘들었다. 두 명이 빠진 자리를 남은 우리가 메워야 했으니까. 그럼에도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겨냈다.

그 팀원은 작년 말 팀장으로 승진했다. 내가 그를 믿어줬던 그 3개월이 그를 어떻게 바꿨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었고, 그 경험이 그를 더 단단한 리더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제도가 있어도 쓰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다. 리더가 먼저 허락해야 제도가 살아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아 마음을 졸여본 부모였을지 모른다. 내 자리가 사라질까 밤잠을 설쳐본 직장인이었을지 모른다.

리더가 팀원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팀원의 몰입이 예전 같지 않다면, 그의 태도를 지적하기 전에 그가 마주하고 있는 삶의 변수들을 먼저 살펴봐 주길 바란다.

오늘 당신의 팀원은 어떤 고민을 안고 출근했는가.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제도가 아니라, 내 삶의 무게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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