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우주
어린 시절, 내 보물은 뉴튼(Newton)과 과학동아였다.
보이저 1, 2호가 보내온 태양계 행성 사진에 환호했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시간과 공간의 끝을 상상하곤 했다.
그 질문은 어른이 된 지금도 나를 가끔 붙잡는다.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현재까지 밝혀진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은 465억 광년, 지름은 930억 광년에 달한다.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도는 빛의 속도로 465억 년을 가야 겨우 그 끝에 닿는다.
심지어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현대 과학으로도 알 길이 없다.
이 압도적인 우주적 스케일 앞에 서면 근원적인 질문이 고개를 든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일상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 일희일비가 이 끝없는 시공간 속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은 그저 찰나의 흔들림일지 모른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우리의 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그보다 더 작은 존재들의 소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찰나의 순간이 모여 나라는 우주를 만든다. 거시적인 우주에서는 티끌일지라도, 나라는 우주 안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곧 전부이기 때문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비울 것은 비우되, 채울 것에는 온 마음을 다하는 것. 거대한 허무에 매몰되기보다, 오늘 마주하는 사람을 더 소중히 하고, 내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겸손함을 유지하되, 내게 주어진 삶이라는 우주에는 누구보다 충실하고 싶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138억 년이 흘러 여기까지 왔다.
그 긴 시간이 만들어낸 오늘 하루가, 어제와 똑같이 그냥 지나가도 괜찮을 리 없다.
우리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혹은 오늘의 시작은 어떠한가.
그 하루가 쌓여, 나라는 우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