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존: 조직에서 롱런하는 사람들의 전략적 거리감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 거리

by 천시로

우주에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는 개념이 있다.

태양과 같은 항성으로부터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딱 그 지점이다.

지구가 바로 그 자리에 있다. 그 절묘한 거리 덕분에,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다.


언젠가 삼성에서 외부 영입된 임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수많은 내부 인재들을 제치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짧게 답했다.


“모든 것으로부터의 적당한 거리.”


처음엔 모호하게 들렸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 한 문장이 조직 생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인재는 조직을 너무 잘 안다.

사람들과 이미 친하고, 문화에 익숙하며, 조직의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는 다르다. 기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익숙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조직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

오래된 팀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던 비효율을, 새로 합류한 동료가 단번에 짚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딱 골디락스 존만큼의 거리에서, 그것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된다.


그런데 이것이 외부 영입 인재만의 이야기일까?


나는 회사에서 절대 반말을 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2차도 가지 않는다. 주말에 개인적으로 뭐했는지 묻지 않는다.

그렇다고 거리만 두는 것은 아니다. 술자리는 종종 함께하고, 팀원들과 1:1로 자주 만난다. 개인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올해의 목표를 묻는다.


직장 동료와의 거리, 리더와 팀원 사이의 거리, 일과 나 사이의 거리.

너무 가까우면 객관성을 잃는다. 상대와 너무 편해진 나머지 정작 해야 할 쓴소리를 마음속으로 삼키게 되기 때문이다. 사적인 친밀함이 앞을 가리면 공적인 판단 기준은 나도 모르게 흐릿해진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마음이 스며드는 순간, 원칙과 기준은 무뎌지고 만다.


너무 멀면 영향력을 잃는다. 상대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모른 채 던지는 이야기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리더와 마음의 거리가 멀다면, 리더의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없다. 아무리 옳은 방향이라도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조직은 결국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누군가는 내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계산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리더로서 내가 찾은 골디락스 존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따뜻함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따뜻함이 원칙을 녹여서는 안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 거리.


어느 조직에서든 오래, 그리고 단단하게 살아남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감각이 있다.


모든 것으로부터의 적당한 거리.

그 거리를 감지하고 유지하는 것.

조직이든, 관계든, 삶이든.

결국 오래 살아남는 사람들은 그 거리를 알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오늘 한 번 돌아보자. 나는 지금 너무 가까이 있지는 않은가. 혹은 너무 멀리 있지는 않은가.


골디락스 존은 우주에만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