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music icon, Kanye West <Donda>
<Donda> 발매 대혼란
팬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칸예 위스트 (Kanye West)의 10집 앨범 돈다 <Donda>가 며칠 전 발매되었다.
앨범을 발매에 앞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선 앨범의 원래 발매일이 2020년 7월 24일이었는데 약속된 발매일에는 앨범은 온데간데 없었다. 앨범 프로모션을 위해 칸예는 애틀랜타 벤츠 스타디움에서 2021년 7월 22일과 8월 5일 두 차례의 라이브 공연을 하며 '리스닝 파티'를 열었지만 여전히 앨범 자체는 발매되지 않았다.
<Donda>의 마무리 작업은 카오스 그 자체였다. 막판 마무리를 위해 칸예는 아틀랜타 벤츠 스타디움에 아예 자기 방과 스튜디오를 설치해서 스타디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앨범 제작 마무리를 할 정도였다. 피처링 아티스트들을 스타디움 녹음실에 초대해서 마지막 녹음을 했다고 한다. 스타디움에 거의 살다싶이 한 칸예는 중간에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로 있는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며 깜짝 등장을 하기도 했다 (오페라의 유령인 줄).
2021년 8월 29일 드디어 앨범이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역시나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칸예에 말에 따르면 자신의 음악 배급사 Universal Music Group (유니버설 뮤직)이 마음대로 앨범을 발매했고 <Jail, Prt 2>가 누락되었다고 주장했다. (Jail 2는 나중에 트랙 리스트에 다시 추가되었다).
칸예는 <Donda>를 통해 그가 여전히 탁월한 아티스티임을 증명했다
음악과 예술성에 있어 <Donda>는 분명 훌륭한 앨범이다. 힙합을 가볍게 즐기는 정도의 사람인 내가 들어도 상당히 완성도가 있는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번 앨범에서 매우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2007년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슬픔, 결혼 실패, 신앙 고백 등 여러 주제가 여기저기 얽혀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Donda>의 칸예의 멜로딕 한 랩 스타일도 좋고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과 칸예 특유의 나르시시즘의 벨런스가 잘 맞는다. 이전 칸예 앨범에서는 주로 자기 성찰과 자기 과시 - 이 양극에서만 움직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이 두 가지가 함께 섞이면 어떤 앨범이 탄생하는지 몸 써 보여준다.
또 <Donda>의 여러 테마 중 하나인 교회 모티프와 신앙에 대한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고 느낀다. 칸예의 최근작에 계속해서 공통적으로 종교와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9집 <Jesus is King>은 원래 세속적인 것들에 찌든 칸예가 갑자기 신앙인, 교회맨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다소 난해한 면이 있었다. 반면 10집 <Donda>에서는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의 메타포로 사용하여 결국 자기 자신의 내면을 더욱 탐구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And if I talk to Christ, can I bring my mother back to life
예수님께 말하면 다시 어머니를 살려낼 수 있을까
And if I die tonight, will I see her in the afterlight (Jesus)
내가 오늘 밤 죽으며 천국에서 어머니를 볼 수 있을까
But back to reality where everything's a tragedy Lord
주님, 모든 것이 비극적인 현실로 다시
You better have a strategy or you could be a statistic
하나의 통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넌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야
-'Jesus Lord' <Donda>, Kanye West
'No Child Left Behind'의 오르간 소리에서 'Jail Part 2'의 강한 비트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고 'Lord I Need You'에서 실패한 킴 카다시안과의 결혼생활에 대한 후회와 그녀에 대한 감사가 섞인 그의 솔직한 고백이 인상 깊었다. 'Heaven and Hell'의 에너지, 'Hurricane'에서 The Weeknd와의 합은 이번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칸예, 괜찮은 거 맞아?
칸예의 새 앨범 발매를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괘씸한 마음에 칸예를 욕하는 팬들도 많다. 칸예의 발언과 최근 행보에 대한 비난도 물론 있지만 특히 이번 앨범에는 각종 혐오 발언과 여성 폭행 논란이 있는 래퍼 다베이비 (DaBaby)와 자신의 파트너 에반 레이체 우드 (Evan Rachel Wood) 및 다른 여성들에 대한 그루밍 및 학대 혐의로 고발당한 가수 마릴린 맨슨 (Marilyn Manson)과의 협업 때문에 비난받고 있다.
이제는 사실 칸예를 둘러싼 이런 논란거리가 놀랍지 않다. 칸예는 1996년 데뷔 이후 항상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시상식 무대에 난입하여 테일러 스위프트의 상을 뺏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 거는 것은 물론이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 발언도 서슴지 않고 그냥 한다. 콘서트를 앞두고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며 팬들을 실망시킨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을 화나게 하는 건 칸예가 워낙 자기애에 너무 취해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의 말은 별로 신경 안 쓴다는 점이다.
근데 2018년 이후 칸예의 문제적 행동은 더욱 심해졌다. 인터뷰에서 "노예제도는 개인의 선택으로 인해 이루어졌다"라고 헛소리를 하기도 했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2020년 여름에는 칸예의 정신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보였는데 트위터에 (전) 부인 킴 카다이시안 (Kim Kardashian)과 (전) 장모 크리스 제너 (Kris Jenner)가 자신을 <겟 아웃>의 영화처럼 잡아두려고 한다고 난동을 부렸다. 이때 칸예는 장모 크리스 제너를 김정은에 비유하기 하면서 'Kris Jong-Un'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건 또 무슨 펀치라인일까
트위터 논란 이후 킴은 칸예를 진정시키 위해 와이오밍 (Wyoming)까지 갔고 이후에도 둘은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2021년 이혼하고 말았다.
칸예의 과거 행동과 발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칸예가 현재 조을증과 양극성 성격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예술가가 칸예가 처음이 아니다.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천재는 우리가 익히 과거 많은 천재 예술가들을 통해 봐 왔던 모습이다. 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가.
"Living with bipolar disorder does not diminish or invalidate his dreams and his creative ideas, no matter how big or unobtainable they may feel to some.
조울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아무리 그것이 불가능해 보여도 그 (Kanye)의 꿈이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무효화시키지는 않는다.
That is part of his genius and as we have all witnessed, many of his big dreams have come true."
그것은 칸예의 천재성의 일부이고, 우리 모두가 목격한 바와 같이 칸예의 수많은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
- 칸예의 트위터 소동 이후 킴 카다시안이 인스타그램 올린 글 中 -
어떤 이들은 칸예의 조울증과 양극성 성격 장애를 두고 이런 행동이 그의 천재성의 일부라고 했다. 천재성과 광기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일까? 칸예의 정신 질환과 예술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내려야 할지는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이다. 천재성과 광기가 한 뿌리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것은 예술적 표현을 위해 정신 질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이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칸예에게도, 예술가 칸예에게도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칸예의 정신 상태를 감안해서 봤을 때 <Donda>에서 보여준 음악 자체는 지극히 정상인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앨범의 발매가 있기까지 보여준 집착과 무질서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정신이 아픈 칸예의 모습이고 어디서부터 아티스트 칸예의 진짜 모습인지 그 경계가 흐틀어 놓는다.
칸예의 예술성에 대해 말할수록 그의 행동과 과거 발언에 대해 눈감고 넘어가는 격이 된다. 또, 칸예의 음악을 소비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일삼는 앨범 협업자들의 복귀를 지원하게 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문제가 되는 해프닝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문제적 아티스트의 음악을 팬으로서 어떤 자세로 소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크다.
아트와 아티스트의 분리에 대해 예전부터 고민해왔다. 칸예의 음악은 너무 좋고 아티스트로서 확고한 그의 비전도 존경하는데 계속 그의 음악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론적으로 아트와 그 아트를 만드는 아티스트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칸예의 음악에는 칸예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Donda>에는 그의 혼란과 절망, 그리고 예술이 모두 담겨 있다. 이번 앨범을 1번 트랙부터 27번 트랙까지 쭉 듣고 있으면 다시 한번 자신의 음악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음악 천재의 모습과 대혼란에 빠진 한 남자가 계속해서 겹쳐보인다.
칸예, 이대로 괜찮을까?
칸예는 이렇게 이번 10집 앨범을 통해 자기 자신을 향해 계속 질문 하고 또 그의 음악을 소비하는 우리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