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죽은 사회

우리 사회 우민화, 불의에 맞서는 용기 필요

by Thoughtful Tree

한국사회가 독재정권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함석헌 선생은 "불의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결국 그 불의에 대한 공범자"라고 선언하면서 무력하고 겁 많은 지식인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강한 것도 영원히 강한 것은 없고, 아무리 약한 것도 영원히 약한 것은 없다. 근시안적으로 보면 진리가 항상 패배하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진리가 늘 승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방관자적인 지식인들의 사회 참여를 촉구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인 것들을 비웃고, 불의한 것들이 정의를 대신하며, 양식 없는 자들이 득세하는 기형적인 문화가 공고히 자리를 잡고 있다. 정치란 서로 다름을 조정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갈등을 조장, 국민분열을 초래하며 역기능으로 일관하고 있다. 권력에 집착, 보수나 진보를 팔아 정치적 영달을 도모하는 그들에게 시민 권리는 구호일 뿐이다.


그럼에도 지성은 늘 침묵한다. 소위 지식인이라 지칭되던 인사들이 옳지 못한 것들과 결탁한 것을 보면서 심한 자괴감이 인다. 그들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꿈꿨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를 스스로에게 각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 때 시민 집단지성의 민주주의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지만, 정치권의 이전투구로 가시적 결과가 보이지 않는 동안 지쳐가면서 시민사회운동 역시 도태되어 가고 있다.


55.jpg


역사 이래로 얄팍한 지식인은 불의한 집단이 파워를 형성하면 그들과 영합, 기생해 왔다. 현실적인 이기(利己)로 지조나 자존심을 스스로 저버린 게다.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없다. 그만큼 건강한 사고체계와 미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비전의 제시가 없다는 방증이다. 진정한 삶의 정체에 대한 고민과 인문학적 가치에 기반 한 문제의식이 없다. 이미 이기적 개인주의의 팽배 혹은 저속한 상업 문화와의 결탁이라는 오명을 지식인 스스로가 쓰고 있다. 모름지기 지식인이라면 자기 일신의 안위보다는 공동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불행한 공동체에서 개인 역시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만약 개인이 홀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인간의 사회적 동물로서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게다. 이웃과 사회 전체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이, 스스로를 우민화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이율배반의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조금만이라도 이기(利己)를 양보하고, 더 넓은 공동체로 눈을 돌려보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결코 개인의 안위와 멀리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숙고해보자.


희망을 갖고 있을 때 우리는 세상의 온갖 어려운 짐들을 짊어질 수 있게 된다. 우리를 절망하게 만드는 주장들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 세상에 점점 깊이 참여하면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의와 맞서는 것은 두려운 일이며, 불의와 맞서는 사람들은 때때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희망을 가두어 버린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영달만을 바라면서 매우 수동적이고, 쉽게 절망하며 실제로 사회의 당면 과제들을 변화시키는 일에 '참여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031415.jpg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행동하는 지성으로 모든 옳지 못한 집단에 저항하며 불의와 맞서는 문화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무의식적이고 보이지 않는 구조에 의해 행위가 결정되는 사회구조의 부당성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주권자인 시민이 공복에게 압제당하는 일은 지난 군부독재 치하로 충분하다. 깨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이다.


대선 정국이다. 수많은 후보들이 대통령을 꿈꾸며 난립하고 있다. 이렇게 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이미 우민의 사회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정치를,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의 책무를 희화화하고 있다. 최근의 <고발 사주> 이슈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사 이래 한 번도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인 정치권, 이들의 아류 행태를 보라. 늘 그렇듯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속일 수 있는 데까지 속이며 국민을 기만한다. 가장 정직해야 될 국민의 대의기관이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들이 국민을 조롱하고 겁박하며 호통치는 사례까지 연출하는 데서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고 대권주자라는 현실이 참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럼에도 지성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 사회는 어른도, 윤리도, 인간에 대한 예의도 찾아보기 힘든 지 오래다.


NISI20210908_0017925746_web.jpg


이렇듯 너무도 많은 비정상적인 것들이 모든 부문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비정상적인 것들과 숨 쉬며 자조하며 탄식하며 일상을 거듭해 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뎌지고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이런 아류 문화에 익숙해져 이제는 바르지 못한 것들과 어깨동무하고 지낸다는 표현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이는 누구의 책임이 아닌 바로 '우리 개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평안 및 출세와 명예를 위해 (불의한) 파워집단과 영합하고 양지만을 추구하면서 끝없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얄팍한 지식인들은 일제 강점기에 친일 하던 이들이 오늘날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연, 사랑, 영원...